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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웨Manwe Jan 25. 2024

왜요병

그냥 원래 그래!

주말에 가족 다 같이 부모님 댁에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짐을 챙기다 보니 첫째 아이의 몸이 갑자기 안 좋아져 계획을 바꾸게 되었다.

아내는 첫째 아이를 돌보며 집에 그대로 있고, 내가 둘째 아이만 데리고 부모님 댁에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손주들 볼 생각에 기대했을 부모님이 실망하는 것도 그렇지만, 혹시나 둘째 아이에게 옮길까 봐 걱정도 되어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시동을 걸고 출발해 올라가는 길.

둘째 아이는 요즘 말이 많이 늘었다. 그리고 질문이 참 많아졌다.


"아빠 왜 빠리가?(아빠 왜 빨리 가?)"

"어? 아빠 빨리 가는 거 아니야. 봐봐 앞에 차랑 똑같은 속도로 가고 있지?"

"왜?"

"아니 그러니까 아빠가 빨리 가는 게 아니라고."

"왜?"


어김없이 시작됐다. 왜요병.

이 시기는 모든 아이들이 거쳐간다던데 뭐든지 얘기만 하면 왜냐고 계속 물어본다. 끊임없는 질문의 굴레.

대충 대답하기엔 마음에 걸려 설명해 주려 노력해 보지만 결국 끝은 항상 '그냥 원래 그래!'라는 대답이다.




우리 아버지는 기계치시다. 

컴퓨터는 아예 전원조차 켤 줄 모르시고, 휴대폰도 전화밖에 모르시다 그나마 최근에 메시지 주고받는 법을 배우셨다. 그냥 조작방법에 관심이 없으신 탓이 가장 크겠지만, 메시지 보내는 걸 배우시는 것에서 나이가 드셔서 배움이 빠르지 못한 영향도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나도 요즘 점점 조작에 서툴러지거나 배우는 게 늦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더러 있다.

AI니 블록체인이니 다들 얘기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얘기를 들어도 잘 이해가 안 돼 알게 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릴 때도 있다.


인터넷 어딘가를 떠돌다 우연히 본 게 생각이 난다.

늙은 아버지가 옆에 있는 아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니 그것도 모르냐고 타박하며 귀찮아하는 아들의 모습.

그런데 지금 둘째 아들의 왜요병 모습에서 나이 든 내가 왜냐고 계속 물어보는 모습이 비쳐 보였다.

혹시나 우리 아들도 귀찮아하진 않을까.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

지금 계신 부모님이 무언가를 물어보실 때 귀찮아말고 잘 알려드려야겠다. 세심히 살펴봐야겠다.

.

.

오늘도 나는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오늘도 아이 덕분에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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