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연출 박씨 Jun 10. 2021

보고싶은거만 보면 편하죠

구걸한 돈으로 스타벅스 가는 여자-2


‘안녕하세요. 000 방송사에서 나온 000 PD입니다. 잠깐 대화 가능 할까요?’


조연출 박씨의 물음에 그녀가 세모난 눈으로 경계한다. 


‘저기 교회 앞을 20년간 지키신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혹시 어떤 연유로 그러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세모난 눈이 동그래지더니 씩 웃으며 답해준다.




‘아 그 교회 부지가 내껀데 뺏겼어’


‘예?? ’


‘그래, 자기야 앉아봐, 내가 원래는 음대 교수야’


‘예!! ‘


‘이거는 진짜 비밀인데  내가 롯O 회장 부인이야 ’


‘예…..’


‘내가 이렇게 거리에 나와있을 사람이 아냐~ 나는 말야~ s#$^W%#~~~’


‘예 ^^;;’



그녀는 미친사람이었다. 그녀의 말을 요약하자면 본인은 서울대 출신의 음대교수이자 유명 재벌가의 부인이라 했다.

현재는 누구가의 계략으로 거리에 나와 있는것이고 교회가 있는 그 부지는 본인 소유인데 투쟁중이라 했다.

어떤 기대를 한건 아닌데 기운이 짝 빠졌다.  (후에 사실여부를 확인했는데 모든게 허언이었다) 

사무실에 와  그녀와의 대화를 곱씹어 보는데 모든 대화가 본인의 포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현실속 본인을 부정 하듯 말이다.



한 영화 속에 아버지의 성적학대와 어머니의 방임으로 집이 지옥인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아버지의 성폭행으로 임신한 상태였고 엄마는 아이에게 질투를 느껴 아이를 괴롭힌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아이는 머리속에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본인을 보호하였다. 거기서 아이는 뚱뚱한 흑인도 아니고 바비인형 같은 외모의 백인이자 슈퍼스타이다. 그 세상에서는 모두가 그녀를 아끼고 사랑한다. 



누구나 현실과 이상간의 격차가 크면 괴롭다. 그렇기때문에  보통은 현실에서 이상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을 한다. 아니면 이상을 낮춰 그 간극을 좁히기도 한다. 하지만 때론 노력도 체념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럼 현실을 외면하고 이상으로 도망쳐 버릴 수 밖에 없다. 그녀 역시도 영화 속 아이처럼 극복하지 못할 현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조연출 박씨는 그녀가 안쓰럽거나 그녀로부터 연민을 느끼지 않았다. 현대인 누구나 크고 작은 정신병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다만 그녀는 어떤 한 계기로 사회 바운더리에서 벗어날을 뿐이다. 약간의 도움을 준다면 그녀가 현실을 용감하게 마주 할 수 있을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송에는 그녀에게 느낀 공감과 이해는담기지 못했다. 그녀의 이상 행동만 카메라에 담아 냈으며 편집은 더 자극적이고 특이하게 그녀를 다뤄냈기때문이다. 그게 재밌을테니깐.. 그게 대중들의 시선을 끌테니깐..

하지만 이 판에 들어 온 지 얼마 안된 조연출 박씨는 그 사실이 불편하다. 재미없는 진심보다 재미있는 허구가 선택된다는것이


그리고 한 선배가 위로하듯 말한다.


‘우리는 대중이 보고싶은걸 담는거 뿐이야, 대중들도 보고싶은것만 보면 편하니깐’



방송은 원인보다는 현상에 집중하고 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한다.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이게 편하니깐 말이다. 결국 우리 모두 보고싶은것만 본다.




그리고 조연출 박씨 휴대폰이 울린다



‘지금 당장 지리산으로 가야겠다. 거기 자연인 한 분 만나고 와’


‘넵’




드디어 올게 왔다! ‘ 자 연 인 ‘







작가의 이전글 보고싶은것만 보면 편하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