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연출 박씨 Jun 10. 2021

보고싶은거만 보면 편하죠

2. 자연스럽지 않은 자연인-1




조연출 박씨는 이피디와 함께 강원도로 가고 있다.

급하게 가는 촬영이라 빠진 장비는 없는지 떠올리던 중  차 안의 침묵을 깨고 이 피디가 말을 꺼냈다.


“지금 만나 볼 분은 산에 사시는 자연인이야,  오랜 산생활로 본인만의 산속 라이프도 있고 사연도 있으시대.

우리 방송 2주 남았는데 아이템도 못 정한 거 알고 있지, 상황이 급하니깐 이 분 꼭 섭외하자”


“넵! , 근데 선배 이분은 어떻게 찾은 거에요? 산에만 사신다면서요”


“아 그게 작가들이….. 서치도 하고 …아…….짜증 나네..”


이 피디의 말과 함께 핸들이 멈췄다. 거친 산길에 차가 더는 올라갈 수가 없었다. 오후밖에 안되었지만, 산은 슬슬 어스름해지고 두 사람의 마음이 더 급해진다.


일단  카메라를 들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무거운 장비 탓인지  두사람의 숨이 턱턱 막혔다. 그렇게 오르고 또 올라  반대편 산이 가까워지는 듯할 때, 저녁노을 사이로 한 남자가 보였다.




오! 당신이 자연인인가요?




자연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보였다. 한 50대 정도 되었을까. 정리 안 된 흰 수염에 생활 한복을 입어 뭔가 내공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의 ? 거친  피부는 오래 산 생활을 눈치챌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외지인의 방문에 그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안녕하세요 ooo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을 맡은 이피디입니다. 반갑습니다.”


“ 아~아이고 안녕하십니까. 근데  이 먼 곳 까지 어쩐 일이시지요? “


“아 저희가 예전에 선생님이 나오신 방송을 보고 감명받아서요. 저희 방송에도 모실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먼 데서 오셨으니 일단 집으로 드시지요”


 호의적인 그의 모습에 두 사람은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자연인의 집을 살펴본다. 산 중턱쯤에 있는 자연인의 집은 움막을 개조해 만든 듯하다. 나무 기둥에다가 파란 방수천을 덧대어 지붕을 만들었으며 벽은 흙을 발라 언뜻 초가집 같았다.  마당에는 패다 만 장작들이 가득했고 그 옆에는 간단한 조리 기구들도 보였다. 바깥보다 더 어두운 내부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내부는 깔끔했다. 웬만한 살림살이가 다 있었다. 그의 세간살이들을 눈으로 바쁘게 훔치던 중 대접할게 이것밖에 없다며 커피 믹스를 내왔다.


“그래서 뭐 어떤 걸 찍고 싶으세요?”


“아~ 저희는 선생님이 산에서 지내시는 모습을 담고 싶습니다.”



“얼마나 찍을 거요?”


“한 3일 정도? “


“음… 그래요. 찍어요. 뭐 찍을 게 있나 모르겠네! 허허허.  “



 분위기를 타 입힌다는 질문을 이어간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근데 산 생활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여기 온 지는 한 7~8년 되었나.. 아휴 시간이 참 빨라…….  근데 얼마 줄 거요?”



“(당황)아…예? “



“전에 방송사들은 다 주던데.  거기 보다는 더 줄라나? “


넉살스러운 미소와 함께 그는 자본주의를 발사했다.



“아~ 예 당연히 드려야죠. 저희는 한 30 정도! “


“아휴~ 몇 년 전이랑 비교해도  출연료는 안 오르네, 근데 S처럼 출연료를 상품권으로 주는 건 아니죠? 나 그거 쓰기 되게 힘들었어.”



“아~ 당연하죠. 저희는 현금입니다. 현금”



조연출 박 씨보다 더 오래전에 방송했던 자연인은 방송사의 주머니 사정도 빠삭하게 아는 듯 했다.

뭐 자본주의 시대에 돈 밝히는 게 뭐 그리 나쁘겠는가.

아무튼 섭외에 성공한 두 사람은 내일의 촬영을 위해 산에서 내려왔다.




좋았어! 자연인 촬영은 내일부터 시작


작가의 이전글 보고싶은거만 보면 편하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