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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출 박씨 Jun 10. 2021

보고싶은거만 보면 편하죠

자연스럽지 못한 자연인과 함께 -2


2. 자연스럽지 못한 자연인과 함께 -2


아침 일찍 일어나 자연인의 집을 다시 방문했다.  그리고 그에게 평소 산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냐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를 보여주겠다며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깎아 만든 나무 기둥에 천을 연결 한 그네도 보였고 철봉처럼 보이는 운동기구도 있었다.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여러 물건 옆에 해먹도 보였다.

자연인은 이곳이 자신만의 놀이터라며 여기서 명상도 하고 무술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하였다.


그러더니 대뜸 여기서 한 커트 찍고 가는 게 어떠냐며 제안을 하였다.

그의 제안에 피디는 당황하며


 “아 물론 좋죠. 근데 선생님, 일단 선생님의 하루를 다 파악하고 찍을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니~ K방송국 피디는 여기 보자마자 좋다면서 막 찍고 가던데 왜 여기 맘에 안 들어요? “


“맘에 안 드는 건 아니고 저희도 구성이 일단 있어서 ^^”


“방송 보니깐 여기 위에서 드론인가 뭔가 띄워서 찍은 거 보니깐 멋있던데 그런 거나 하나 찍고 가요”


“예예 그러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번에 M은 여기서 나 나무 공예 만드는 것도 찍고  K는 철봉 도는 거 찍어갔어. 참고하라고 이피디”


“네^^;;”



그는 자연인 탈을 쓴 연반인(연예인+일반인)이었다. 연반인은 재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산골에도 있었다

이거 찍으라고 저거 찍으라고 갖가지의 요구를 하는 것도 모자라 카메라 구도부터 인터뷰 내용까지 다 통제하려 하였다. 몇 번의 촬영 경험이 그를 세미 방송인으로 만들어준 것.



그렇다고 이피디는 그의 페이스 대로만 방송을 만들 수는 없었다.



“선생님이 나무를 잘 타시니깐..  저희가 무봉산(가명)에 사는 타잔이라는 컨셉으로 찍어볼게요”


“타잔?! 그럼 나무를 타야 해? 아이고 그냥 자연인이나 도사로 나가면 안 되나?”


“아 그건 이미 K와 M에서 그렇게 나갔으니깐 똑같을 순 없잖아요”


“아휴~ 내가 이걸 왜 한다 해가지고~ , 아휴~ 하기 싫어라~ .

그래 어디 나무를 타면 돼요? “


그는 불평불만과 함께 이 나무 저 나무를 탔다. 그리고 이피디는 거기서 타잔처럼 소리 질러 달라며 요청했고 연반인인 그를 타잔처럼 보이기 위해 이런저런 연출을 하였다. 조연출 박씨는 그 장면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아니 욕안먹기위해 열심히 하였다.





‘산에서 들려오는 괴음, 나무를 타잔처럼 오르는 남자.


무봉산의 타잔이라 불리는  그 남자의 정체는? ‘







일단 오프닝 촬영을 끝냈다.  그리고 자연인은 지금 폭포에 누워있다. 상의 탈의한 후 폭포수를 맞으며 자연을 느끼고 있다. 사실 이피디가 다른 방송사에서 안 한 걸 찍고 싶다하여 그가 폭포에서 명상하는 것을 아이디어로 냈던 것이다.  어쩜 자연인은 폭포 속에서 본인이 괜한 말을 뱉었다며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피디 양반, 아니 뭐 이렇게까지 찍어야 해? 나 추운데!!!!! 나 추워!!!!“


“선생님… 죄송해요. 이거 잠깐만 찍을게요. 자 집중하실게요~~~하이~ 큐!“



큐 사인과 함께 그가 입수도 한다.



근데 촬영을 하던 이피디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그러더니 결심한 듯 자연인에게 어렵게 말을 꺼낸다.



“저…  선생님.. 혹시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거나 하시지는 않으시죠?”


“에이~ 당연한 얘기를…. 뭐 낚시를 해서는 잡을 순 있지 “


“아~ 근데… 그건 임팩트가 없어서… 혹시 저 밑에 강가 내려가셔서 한번  도전만 해 보시겠어요?”


“무슨 소리야!  강가에는 물고기가 없어. 그리고  그걸  맨손으로 어떻게  잡아”


“그쵸… 근데 방송국에서 타잔 같은 퍼포먼스가 필요할 거 같다고… 그럼 저희가 민물고기는 준비해 올게요. 내일 하루만 더 입수해서 찍어주시면 어떨까요?”



“뭐? 그럼 또 물에 들어가라고????? ” 자연인이 격앙된 목소리로 짜증을 냈다



과한 연출에 자연인이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맨손으로 푹푹 찔러 물고기를 잡는다는 게 상식적이지는 않지 않은가.

애초에 무술을 결합하여 물고기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CP(책임프로듀서)님의 아이디어를 차마 거절하지 못했던 게 화근이었다. 이 피디도 이건 아니다 싶지만, 혹시나 하는 맘으로 시도 해보는 것이다.



“선생님 사실 오늘 찍으려 했는데 저희도 보니깐 여긴 물고기가 없네요. 그럼 내일 저희가 물고기 사 올게요…한 번만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아니 다른 방송국은 다 쉽게 쉽게 하던데. 내가 나무도 오르고 물에도 들어갔으면 되었지.

여기는 뭘 그렇게 바라는 게 많아!!! 고작 30주면서!  됐어! 나 안 찍을래”



그가 갑작스레 촬영을 거부했다.  그러더니 대뜸 자리를 뜨는 것이다.

과연 촬영은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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