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문장을 써보겠다고 계속 수정을 하다 보면 경로를 이탈할 때가 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뭐였더라? 왜 글로 쓰려고 했었지? 결국, 어딘가에 갈겨썼던 메모를 다시 꺼내 ‘아, 맞아. 이 말을 하고 싶었어.’ 하고 기억을 상기시킨다. 수평도 맞지 않는 흐트러진 사진을 보고 있으니 그런 느낌이 든다. 그 순간을 포착한 다른 사진들도 있었을 텐데 굳이 저 컷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 그가 누른 첫 셔터의 사진이기 때문일 거란 느낌. 그 사진이야말로 그의 시선과 가장 가까운 컷이었을 테니까. 그만큼 온전한 순정이 담긴 사진은 없을 테니까.
골목길 언덕 아래 붉은 벽돌로 둘러 싸인 이곳은 오래된 도서관 같았고, 벽에 걸린 그의 작품들은 여러 사람들의 손때에 더 뚱뚱해진 투박한 책의 페이지들 같았다. 그가 살던 시대, 일상 속 첫 시선들, 일과 사랑, 떠난 사람과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글 없는 자서전.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고 나서 책을 덮으면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 예술로 귀결되는 담백한 책.
예술에 조예가 없어 그 시대 배경도, 컬러 사진의 의미도, 사진의 구도도, 쓰인 카메라의 기종도 알지 못해 전문가처럼 관람하지 못한다. 이 문외한은 어느 예술가의 취향과 세월을 작은 카메라에 당신의 시선과 비슷하게 담으며 어렴풋이 사색할 뿐이다. 파파할머니가 되고 나면, 나도 모르는 새 모인 나의 것들이 결국 예술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면서.
Saul Leiter: Through the Blurry Wind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