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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그램 Aug 08. 2022

공원에서 피리부는 경찰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도 나와있지 않는, 대다수의 내 친구들이 모르는 경찰로서 나의 중요한 업무는 바로 동심을 지키는 것이다. 유독 아이들은 경찰을 좋아한다.


순찰차가 학교 앞을 지나갈 때, 사건 출동을 위해 비장한 표정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탈 때, 도보 수색 및 순착을 실시 하고 있을 때 등등 그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아이들은 먼저 내게 인사를 건낸다.


  "안녕하세요 경찰아저씨 !"


'내가 아저씬가, 하하 그렇고보니 이제 내가 아저씨긴하지'란 생각과 함께 인사를 하거나 

순찰차의 경광등 한번 반짝해준다.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만약 부모님과 함께라면 이야기가 더욱 달라진다. 때론 경찰치고 평범하게 생긴 탓인지 나에게 쉽게 아이에게 뭐라 해달라며 말씀하시는 분이 계신다.


"OO아 엄마 말 안듣고 밥 잘 안먹으면 여기있는 경찰아저씨가 뭐라하신다!!"

부모님께서 이러시면 아이들은 나를 힐끔 쳐다본다.


그럼 나는 답변한다

"OO아 부모님 말씀 잘듣고 밥 잘 챙겨먹어야 건강하게 씩씩 자란다 ^^ 맛있는 반찬 많이 해달라하고 맛있게 먹어야해 !!"


그럼 아이들은 대답한다 "네"


나는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근처지역에 순찰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있는 걸 알고 눈이 휘둥그레져 나를 구경하러 온 아이들을 보며 우쭐대기보다 무엇보다 잘 해야겠다는 겸손해지는 생각이 든다.


하루는 그런 날이었다. 

정확한 기억은 안나지만 조금 바빴었다. 


  "띵동"

112시스템이 우리를 불렀다.


  "△△공원/초등학교2학년/아이폰분실"

사실 물건을 분실한 경우는 긴급상황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건 때 처럼 막 달려나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발걸음을 서둘러 나갔다.


현장에 도착하니 초등학생들이 "와아아!"라는 함성과 함께 구름처럼 몰려온다. "경찰관이다!!"라며 멀리서 소리를 치기도 하고 겁이나는지 아니면 그냥 멀리서 계속 따라오며 쳐다만보는 아이도 있었다. 


한 아이가 다가왔다. 노란색 티셔츠에 긴바지를 입은, 바가지 머리에 잘생긴 학생이었다.

  "제가 여기서 아이폰을 잃어버렸어요"


사실 분실물의 경우 우리가 직접 찾으러 다니지는 않는다. 물론 인근지역을 한번 같이 가본다거나 전화를 걸거나 블루투스를 켜두었다면 혹시 감지가 되는지 등등의 방식으로 해볼 뿐 샅샅히 수색하기란 사실 무리이다.

그러나 그날은 왜인지 꼭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 그럼 경찰아저씨한테 여기 몇시쯤에 왔는지, 그 때 어디서 뭐했는지 알려줄래?"

아이들은 신이 났다. 나의 권총과 제복이 그렇게 신기했는가보다. 아이폰을 잃어버렸단 아이도 신이 난 모양이었다. 좀 뜬금없게도 난 그 순간 이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스마트폰을 다 쓰는구나'


  "여기에요! 온 시간은 4시쯤이었고 여기서..."

아이들은 신이 난 나머지 4시쯤에 와서 본인들이 했던 놀이를 재현한다. 서로 누가 어디서 뭐했고 덤블링을 했다며 내 앞에서 직접 시연까지해준다. 심지여 학생들의 친구들까지 점점 몰려들어 나는 어느사이 피리부는 소년이 되어있었고 한 무리의 아이들과 함께 공원을 이리저리 빙글빙글돌며 한 초등학생의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작은 공원 놀이터를 샅샅히 뒤지며 다녔다.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참 체력이 좋다.


  '이 꽃은 참 예쁘구나', '오늘은 구름이 참 예쁘구나'

휴대폰을 찾기위해 아이들과 한참을 돌아다녔다. 결국 찾은 것이라고는 잃어버렸던 내 동심의 한 조각이었다.

내 오른쪽 가슴의 무전기가 나를 불렀다. 다른 신고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로스트112라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아이의 부모님의 연락처를 받고, 집이 어딘지, 조심히 갈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한 후 현장을 이탈했다. 비록 그 아이의 휴대폰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는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한 무리의 아이들은 훗날 나를 기억할까?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저 날씨 화창하던 어느날, 공원에서 어느 한 젊은 경찰관과 함께 대략 20분이 넘는 시간동안 보물찾기 놀이를 했던 그런 날로 기억하지 않을까


그렇다. 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바로 동심을 지키는 것이다. 자라나는 꿈나무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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