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박물관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좋은 사람과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사색하고, 배움의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르면 박물관은 ‘문화, 예술, 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역사, 고고, 인류, 민속, 예술, 동식물, 광물, 과학, 기술, 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 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 및 교육하는 시설’로 정의됩니다. 정의가 참 긴데 살펴보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여 관리 및 연구하면서 전시와 교육을 통해 대중과 공유하는 기관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박물관협회 홈페이지를 보면 우리나라 박물관 현황 게시판의 목록은 717개나 됩니다. 국립 46곳, 공립 280곳, 사립 348곳, 그리고 대학 소속 박물관이 43곳으로 확인되는데 이 중에는 미술관, 자연사박물관, 문학관, 기념관, 은행 소속의 역사관 등 박물관의 정의에 맞게 굉장히 다양한 주제의 전시기관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박물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은 교과서에서 보던 여러 역사 유물들이 유리로 된 전시장 안에 들어있는 모습 일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곳은 역시 전국의 국립박물관, 그중에서도 서울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이라 할 수 있겠지요.
‘국립박물관’은 1945년에 경복궁 안에 있던 조선총독부박물관을 인수하면서 개관합니다. 1955년에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 개관, 1972년에 ‘국립박물관’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1975년에 경주, 공주 등에 있던 지방분관을 소속박물관으로 개편합니다. 이후 1996년에 오늘날 국립고궁박물관 자리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이전한 뒤 2005년, 용산에 있는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전하게 됩니다.
아쉽게도 저는 용산 이전의 박물관은 방문해 본 적이 없습니다만 앞서 세월을 보내신 어른들께 여쭤보면 그때도 참 좋은 곳이었다고 추억하시고는 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요즘 박물관은 정말이지 너무 세련되고 멋있어졌다고 하십니다. 맞아요. 저도 나이가 들어 다시 찾아간 박물관을 보고 참 새로운 느낌이었는데 이전 세월들을 다 기억하시는 어른들께서는 얼마나 놀라우실지 짐작이 갑니다. 커다란 스크린에 다채롭게 펼쳐지는 영상은 마치 전생의 기억인 마냥 전시실의 이름처럼 실감 있게 다가오고, 넓은 공간에 한두 점 놓여있는 유물은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에 경이롭다는 느낌을 받게 하지요. 상설전시실의 명품화가 진행되었다는 기사(동아일보. 23/2/16)가 나오는 만큼 오늘날 박물관의 전시는 많은 유물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디지털 요소들과 함께 소수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잘 전달해 주는 방향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변화는 전시실 공간의 변화이지만 용산 이전의 중앙박물관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는 건물 자체가 가져다주는 변화 역시 적지 않을 것입니다. 건물의 외관도 그렇지만 들어섰을 때 펼쳐지는 반짝거리는 아이보리빛 대리석들이 백화점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요. 조금 과장해서 저는 방문할 때마다 어딘가에 지어진 현대식 궁전인가 싶은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잘 연마된 벽에 감탄하며 눈길을 주자면 중간중간 더 밝은 색으로 박혀있는 무늬들이 보이는데 이거 하나 둘 관찰하다 보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무늬는 꼭 고동을 반 잘라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층층이 쌓인 굴 껍데기 같기도 하고... ‘건축 자재로 쓰이는 대리석은 대리암이고, 대리암은 석회암이 변성되어 만들어지는데 탄산칼슘인 석회암은 또 조개나 소라 같은 패류들 껍질이 모여서 만들어지기도 하잖아, 그러면 이거 정말 화석 아니야?’ 하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박물관 벽 속에 들어있는 것이 정말로 화석인지는 확인해 볼 수 없지만 벽을 관찰하던 마음으로 전시실을 들어서면 좀 더 눈에 들어오는 유물들이 있습니다. 바로 건물 벽처럼 ‘돌’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인류의 시작부터 훌륭한 도구가 되어주었던 돌은 때로는 불상, 때로는 탑, 때로는 장식이 되어왔고 오늘날까지도 인류에 꼭 필요한 재료로 사용되고 있지요. 돌로 만든 문화유산은 대체로 덩치가 크거나 암반에 붙어있어 야외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지만, 크기가 작거나 사정이 있어 박물관으로 거처를 옮긴 경우도 많습니다. 번쩍이는 신라 황금이나 고려불화만큼 화려하지는 않아도 전시실 어딘가에서 고고하게 자연의 빛을 발하고 있는 돌과 관련된 유물들을 브런치 지면을 빌려 살펴보려 합니다. 역사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태어난 돌들의 입장도 좀 고려해 보면서요. 박물관 벽에서 발견한 무늬처럼 유물이 되어버린 돌 속에서 재밌는 점을 발견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료참고]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사진출처]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