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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콘텐츠연구소 Oct 12. 2022

우리 역사 속의 범죄자들.29.이영학 사건(1)

29.이중인격의 끝판왕, 어금니아빠 이영학(1)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흔히 말하는 뒷통수를 맞는 경우가 종종있다. 믿었던 지인이가 일가친척이 어처구니 없이 믿음을 저버리는 경우들을 누구나 한 두번 쯤은 겪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이영학이 바로 대표적인 인물이다. 사기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국민들의 뒷통수를 쳤던 이영학.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정도로 헌신적인 천사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어 국민들의 동정심을 자극했던 그가 벌인 끔찍한 범죄를 살펴보자.



1. 어금니 아빠 이영학


1982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이영학은 2남1녀 중 막내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이와 턱뼈 사이에 악성 종양이 자라나는 거대백악종이라는 휘귀병을 앓게 된다. 결국 총 5번의 수술을 해야했고, 그는 어금니 한개를 제외한 모든 이를 발치해야 했다.


동창들의 증언에 따르면 병으로 인해 따돌림을 받던 이영학은 중학교 시절부터 자신이 지나가던 여학생을 성추행했다거나 여성을 강간했다는 말을 본인 입으로 떠벌리고 다녔다고 한다. 또한 가출청소년 그룹에서 여학생을 집단 강간하는 것을 주도했다는 증언도 있었으나 이것들은 모두 당시에 처벌받지 않고 지나갔다. 


중학교 졸업 이후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며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되었고,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렸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횟집에서 일하던 이영학은 그곳에 일하기 위해 찾아온 가출청소년 출신의 아내를 만나 동거를 시작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딸을 낳게 되는데 당시 이영학이 21살 아내가 17살이었다(2003년).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영학의 딸 역시 이영학과 같은 거대백악종 진단을 받게 되었고, 이영학은 전단지를 들고 밖으로 나가 자신의 딸을 도와달라는 일종의 모금 운동을 벌이게 된다. 그러다 이러한 내용이 2005년 MBC <화제집중>에 소개가 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이후 KBS와 SBS에서도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와 사연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보도하였다. 희귀병을 앓았던 아빠가 자신과 같은 희귀병을 앓게 된 딸을 위해 눈물겨운 부성애를 보이는 모습에 국민들은 감동하고 동정심을 갖게 된다.


MBC <화제집중> 방송 당시


어금니 하나만 남은 이영학에게는 '어금니아빠'란 별명이 붙게 되었고, 이영학은 자전거로 국토대장정을 하거나(실제로는 서울에서 양주 정도까지만 자전거를 이용했고, 나머지는 차로 이동했다고 한다), 미국에 건너가 한인타운에서 짱구탈을 쓰고 춤을 추며 모금 운동을 벌이는 등 자신의 부성애를 드러내었고, 이후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까지 출판한다.


<어금니 아빠의 행복> - YES24

그런데 이영학의 이런 모습들은 모두 가면이었다. 



2. 딸 친구 살해 사건


자신의 아내가 투신 자살한지 1달도 되지 않아 이영학은 자신의 딸에게 "엄마를 대신해 나를 채워줄 여자가 필요하다. 친구들 중에 집안이 좋지 않거나 부모님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가 있으며 데려와라"며 딸 친구들의 사진 속에서 피해자를 특정하게 된다.


피해자는 딸의 초등학교 친구로 중학생이 되어 연락을 별로 주고받지 않던 사이였으나 약 2주 간에 걸친 이영학의 요구에 따라 딸은 친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이 친구는 이영학의 집에 들어가던 2017년 9월 30일 이후 실종되었고, 10월 5일 이영학이 체포되며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서 나체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체포 당시 모습 - news1


사건의 전말을 이렇다. 성도착증 증세가 있던 이영학은 아내가 죽고나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딸 친구 중에서 아내와 비슷하게 보이는 피해자를 골랐다(물론 이영학의 피셜이다). 그리고 딸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주어 피해자가 마시게 한 뒤, 피해자가 잠들자 딸을 내보내고 나서 다음 날 아침까지 피해자에게 온갖 가학적인 성적 학대를 하였다. 다만 이영학은 성기에 보형물을 넣는 시술을 여러 차례 받는 바람에 성불구가 되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삽입을 하지 못했고, 그 욕망을 다른 가학적인 행위들로 채운 것이다. 불과 14살 밖에 안된 자신의 딸의 친구에게 말이다. 이후 피해자가 깨어나 놀라 저항하자 이영학은 자신의 범죄 행위를 감추기 위해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영학의 딸이 보인 행동도 어처구니가 없다. 아빠의 설득과 협박에 자신의 친구를 집으로 불러들인 것도 어이없지만 이후 밖에서 돌아온 딸은 아빠에게 친구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부녀는 태연하게 볶음밥을 먹으며 사체 처리에 대해 이야기했고, 함께 피해자의 몸을 닦아냈다. 이영학의 딸은 게다가 이영학이 피해자를 트렁크에 담에 차에 실을 때에도 함께했으며, 사체를 묻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이영학이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동해로 간다'고 유튜브를 찍을 당시에도 엄마의 영정 사진을 들고 함께했다. 게다가 피해자의 엄마가 딸의 위치를 물을 때에도 태연하게 2시 쯤 헤어졌다고 거짓말을 하기까지 했다.


이영학의 딸 체포 당시 - 동아일보


딸은 분명 자신의 수술비를 마련해 수술해주고 앞으로 자신을 책임질 아빠의 권유? 협박? 설득?을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인, 사체 유기, 도주 등의 범죄에 적극 가담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당시 14세였던 이영학의 딸은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단기 4년, 장기 6년을 선고 받게 된다.


이영학은 사체를 유기하기 위해 이동하면서도 태연하게 유튜브 방송을 켜고 본인이 죽으려고 준비했던 수면제를 놀러왔던 피해자가 먹고 죽었다는 듯한 뉘앙스로 발언하기도 하고, 본인도 자살하겠다는 듯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사체를 유기한 뒤 실제로 딸과 함께 동해에 갔으며 본인에 대한 경찰의 추적이 시작되자 어머니와 형, 지인의 도움을 받아 도망을 다니다가 결국 수면제를 복용하지만 경찰에게 체포되고 만다. 그리고 경찰의 추궁 끝에 피해자를 유기한 장소를 밝힌다.


이 과정에서도 이영학은 말도 안되는 멍멍이 소리를 지껄이는데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아닌 일반 징역형을 내려달라'거나 '아내가 보고 싶어 이런 일을 저지른 것 같다', '환각제에 취해 심신미약의 상태였다'는 등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한 노력만을 한다.


게다가 자신의 딸에게 보낸 편지에도 '재판장과 유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흘려야 감형 받을 수 있다'며 '감형받기 위한 계획이 9가지 정도 있다', '2심에서 감형 받고 나가면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책을 쓸 생각이다', '밖에 나가면 메이크업을 배우고 할머니를 통해 개명해서 살면된다'는 등 반성이 아닌 미래 계획을 밝힌다. 


재판부는 1심에서는 검찰의 기소대로 사형을 선고했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아 형을 살게 된다.


하지만 이영학의 이중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영학은 기자들 앞에서 살인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듯하더니 뜬금없이 자살한 아내 최씨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였는데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었다.


이 내용은 다음 시간에 이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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