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고 해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 전개가 달라진다. 아이 혼자 읽는 것에 대한 것이라면 문자 교육과 AR레벨을 논할 테지만 필자는 엄마가 읽어주는 것 (인풋 리딩이라고 하겠다)에 관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원한다.
책으로만 엄마표 영어를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언어 습득에 있어 책의 효과는 이미 입증이 되었다. 어떤 책이던 닥치는 대로 읽어줘도 어쨌든 효과는 있겠지만 효율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효율적인 인풋 리딩'에 있어 알고 있으면 좋은 점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책 고르기
아래 항목들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을 찾는 것은 아니고, 이 항목들을 염두에 두고 책을 고르면 조금 더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다.
(1) 아이의 수준보다 조금 어렵게
크라센 학자의 인풋 이론에 의거한 것이다. 언어를 습득할 때 (학습이 아닌 습득할 때만 해당된다), 아이의 수준 +1의 레벨로 인풋 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의 언어 이해력부터 파악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기억해야 할 점은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책도 한번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진짜 이해할 수 있으니. 뿐만 아니라 엄마가 어떻게 읽어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수준 +1 이상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밑의 리딩스킬에서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첫째 아이는 대략 18개월 정도부터 글밥이 제법 있고 스토리 라인이 있는 책들을 읽어주었다. 한 번은 첫째보다 4개월 빠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국 친구한테 추천을 받아 Nibbles the Book Monster라는 책을 읽어줘 봤다. 자기 아이는 이 책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이다. 책을 펼쳤는데 생각보다 글밥이 많고 어려웠다. (한국 포털사이트에 찾아보니 보통 한국에서는 보통 5-6세 아이들이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아이가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읽어줬는데 어느 정도 이해할뿐더러 너무 좋아하는 게 아닌가! (그때 첫째는 25개월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어휘력이 많이 확장되었다.
(2) 아이가 동질감을 가질 수 있는 책
아이가 일상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주제와 소재인지, 주인공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면 좋다.
동질감의 예로써
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 사건: 친구가 장난감을 뺏는 상황
- 감정: 어둠에 대한 무서움
- 장소: 동물원, 수영장
- 주인공의 나이: 아이와 비슷한 나이
등이 있을 것이다.
가지고 있는 책 중 유치가 빠지지 않은 악어가 왜 친구들과 다르게 자신은 유치가 빠지지 않는지 고민하는 내용이 있다. 29개월인 첫째의 경우 아직 유치가 빠지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책은 읽어줘도 대략적으로 이해를 하긴 하지만 제대로 느끼지 못하더라.
(3) 적당한 글밥
아이가 읽는 것이 아닌 엄마가 읽어주는 것이어도 글밥의 양이 참으로 중요하다. 글밥이 많은 건 읽어줄 때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그 시간은 아이들의 집중력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글밥이 적은 것은 너무 시시해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둘째에게 읽어주려고 몇 가지 단어책과 I love you through and through라는 책을 구매했다. "I love..." 문장 패턴이 반복되고 한 페이지에 문장 하나 또는 단어 하나가 있는 책이다.
I love you through and through 책 첫째가 처음 보는 책이었음에도 한번 읽어줬더니 그 이후로는 관심을 전혀 가지지 않는다. 스토리 라인이 있는 책을 읽다가 이 책을 읽으니 너무 시시하게 느껴졌을 터이다.
(4) 아이 마음에 드는 그림
그림체 또한 무척이나 중요하다. 아직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은 더더욱 말이다. 아이들마다 다르겠지만 첫째의 경우 잔잔한 그림보다 쨍한 색감의 강렬하면서도 귀여운 그림체를 좋아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체를 찾기 위해 다양한 그림책을 보여줘 보자.
엄마의 리딩 스킬
책을 고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엄마의 리딩 스킬.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체가 아니어도, 글밥이 조금은 많아도, 원래 레벨보다 +4가 높아도 이 리딩 스킬을 통해 아이가 그 책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
(1) 미리 연습하기
리딩 스킬을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는 미리 읽어주고자 하는 책을 먼저 소리 내어 읽어보고 내용도 파악하고 질문이나 리액션 등 준비할 것이 있으면 미리 준비하길 권한다. 미리 책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그에 맞는 스킬들을 적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발음이나 톤을 잘 모르겠으면 유튜브에 책 이름을 검색해 보자. 밥 먹고 책만 읽어주는 사람들이 올린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2) 나는 성우다
한 명의 성우가 여러 가지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각 등장인물마다, 등장인물의 감정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해보자. 아이의 눈동자가 달라진다. 목소리를 높게도 해보고, 낮게도 해보고, 빠르게도, 느리게도 해 본다.
(3) 나는 배우다
표정 또한 아주 중요하다. 주연급 연기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 눈이 책에 가 있다 해도 아이들은 느낄 것이다. 우리 엄마 표정 연기에 진심이구나 하고.
(4) 리액션 부자
책을 읽어주면서 중간중간마다 상황에 맞는 리액션을 넣어준다. 캐릭터한테 얘기를 하거나 감탄사를 쓰거나. 예를 들어, 페파 피그에서 페파 동생 조지가 비 오는 날 물 웅덩이에 모자를 집어던지는 장면이다. "Whaaaat?! Oh, no. George! You shouldn't do that!"
(5) 질문 던지기
책 읽기에 있어서는 한 방향보다 쌍방이 나은 법. 아이와 상호작용 하며 읽으면 아이들의 몰입도가 달라진다.
아이들 레벨에 따라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Blank's Levels of Questioning 참고)
[질문 예시]
1단계 - "What's this?" "What do you see?" "Which is your favorite?"
2단계 - "What happened?" "How are these different?"
3단계 - "What will happen next?" "What could he say?" (만 4세 반 이후 이해 가능)
4단계 - "What will happend if he leaves the house?" "Why can't he go to the hospital?"
질문을 할 때는 이 아이의 이해력 레벨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아이가 질문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진이나 다이아그램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학자는 얘기한다. 또한 높은 레벨의 질문을 할 때는 낮은 레벨의 질문부터 점차적으로 쌓아가며 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시]
"이게 무엇이지? (소)" -> "이건 무엇이지? (닭) -> "이 둘은 어떻게 다를까?"
아이와 책을 읽기 전에 좋은 질문들을 준비해 놓았다가 책을 읽을 때 질문해 보자.
(6) 경험과 연결시키기
무엇이든 아이가 경험했던 기억과 연결시키면 뇌과학적으로 더 잘 기억하고 이해할뿐더러 즐거워한다.
(A) 아이 자신의 삶과 연결
- 예시: "로아가 워터파크 간 것처럼 메이지가 워터파크에 갔네!" "로아가 할머니 좋아하는 것처럼 그웬도 할머니 무척 좋아한다!"
(B) 아이가 읽었던 다른 책이나 보았던 영상과 연결
- 예시: "슈퍼 조조가 마시멜로 안 먹었다고 거짓말했는데 누나한테 들킨 거 기억나? 조조가 들킨 것처럼 여기서 뱀도 고릴라한테 들켰네!"
(C) 아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연결
- 예시: "우리 집 앞에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버스 기다리는 것처럼 여기도 사람이 줄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오늘 우리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적용해 보자. 다음 편에서는 월령에 맞는 읽기 팁을 공유할 예정이다. 기대하시라!
이어서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