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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메이징 Jul 23. 2021

습득 vs. 학습

너무나도 큰 차이

습득. 학습. 너무나도 다르다. 같은 '습'이 들어가지만 너무나 다른 친구들이다.


습득(acquisition) 우리가 모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레 습득하는 것 말이다. 습득의 방법에서는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필수이다.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란,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뜻한다. 말하는 사람이 문법 같은 말하는 형태에 신경 쓰기보단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신경 쓰는 것.


생각해보라. 우리가 한국어로 어떤 것을 얘기할 때 문법에 맞지 않는 것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찰떡같이 잘도 알아듣는다. 사실 우리는 문법적으로 이 말이 틀렸는지조차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언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미국에 있을 때도 문법에 맞지 않게 얘기하는 사례를 자주 보았다.


학습(learning)이란 의식을 가지고 외워서, 노력해서 배우는 것이다. 그 언어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문법이다. S(주어)+V(동사)+O(목적어). 이걸 알아듣는 분들은 이미 배움 당한 것이다. 크라센에 의하면 학습의 방법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습득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크라센의 모니터 가설(the Monitor hypothesis)이 이것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밑에서 설명할 것이다.


We are designed to walk... That we are taught to walk is impossible. And pretty much the same is true of language. Nobody is taught language. In fact, you can't prevent the child from learning it. (Noam Chomsky)



노암 촘스키의 인용구를 다시 설명하자면, 모든 사람은 걷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굳이 걷는 것을 배우지 않아도 다 습득하고 걷는다. 언어도 동일하다. 오히려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걸 막는 게 불가능하다.


습득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인용구이다.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저절로 습득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덜할 수 있으나 어른도 마찬가지로 습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어민만 있는 미국의 작은 도시로 1년간 어학연수 간 경우)


습득의 환경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영어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 아이를 위한 습득의 환경은 어떻게 만드는가?


1.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필수

타깃 언어를 사용하며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사람이 타깃 언어에 능통하면 아주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작용의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이것에 대한 현실적인 방법은 아래에서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2. 이해 가능한 인풋 (Comprehensible Input)

유명한 언어학자 크라센의 이론 중 하나이다. 먼저 이해 가능한 인풋의 정의에 대해 살펴보자.

그 언어의 단어나 구조를 알지 못해도 이해할 수 있는 인풋


이해 가능한 인풋은 자연스레 언어를 습득(acquisition) 하는 데 있어 필수 요소이다. 인풋은 그 상대의 레벨보다 조금 높은 (+1이라고 표현) 레벨로 해 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의 언어 이해력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 가능한 인풋에 대한 크라센의 영상


필자의 아이가 한 단어 아웃풋이 나오던 16개월 즈음 화려한 문장들을 사용하여 얘기를 해준 기간이 있었다. 근데 아이가 내 말에 귀도 기울이지 않고 눈 맞춤을 피하고 모른 척하거나 표정이 좋지 않더라. 그래서 인풋의 레벨을 다운시켜 단어를 강조하며 얘기해줬더니 이해하는 게 보였고 19개월쯤 영어단어 2개를 사용하여 얘기할 수 있었다. 그때 당시 아이에게 화려한 문장은 오히려 독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아이한테 한국어 하는 걸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단어를 강조해서 얘기해주다가 짧은 문장, 긴 문장 순서로 가게 된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필자는 이 기간(단어 레벨 또는 짧은 문장을 강조해서 인풋하는 때)을 엄마의 영어실력 향상에 사용하라고 권한다. 그 시간에 엄마가 문장 패턴이나 회화를 연습하면 나중에 문장 인풋이 꼭 필요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3. 편안한 환경

습득의 환경에 있어 또 한 가지 필수 요소이다. 누구나 심리적으로 안전함을 느낄 때 언어를 더욱 잘 수용한다. 상대방이 계속 틀린 부분을 지적하는 환경이라면 편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를 수용하는데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이들이 한국어 문장으로 얘기할 때 우리는 아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할 뿐이지, 문법적으로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말할 때마다 수정해 주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아이의 언어발달에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어른에게도 동일하다. 크라센의 Monitor Theory에 따르면 모든 이들에게 자신만의 '편집자'가 있다. 문법적이나 구조적으로 잘못된 나의 말을 수정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나 책이 필요해서 도서관에 갔다."를 더 듣기 좋게 "나는 책을 대출하기 위해 도서관에 다녀왔다."로 다듬고 수정하는 것.


이 기능은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편집자' 기능의 사용은 자신감을 하락시킨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보다 문장 구조에 더 신경을 쓰고 스스로 맞는지 틀린지만 생각하고 있으니 당연히 자신감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계속 틀린 것을 지적하거나 깎아내리고 윽박지르기보다는 틀려도 괜찮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갑자기 중학교 때 체육 선생님이 생각난다. 뜀틀 넘기 잘 못한다고 반 친구들 앞에서 창피를 준.

지금이야 다시 하면 잘할 자신이 생겼지만 그때는 자꾸 신경 쓰일뿐더러 선생님의 말과 내가 느꼈던 창피함이 계속 생각나서 더 못하겠더라. 만약 그 선생님이 "괜찮아. 계속 연습하면 될 거야."라고 해줬으면 나는 뜀틀 넘기 선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결론은,

가장 좋은 방법은 듣는 사람(인풋을 당하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 이해 가능한 인풋을 해 주는 것이다.(스티븐 크라센)


엄마가 집에서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


그럼 영알못 엄마가 습득의 환경을 위해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1. 시디나 영상을 보며 함께 배우기

보통 시디나 영상을 틀어놓기만 하고 아이 혼자 보거나 듣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보단 엄마가 옆에서 함께 따라 하고 아이와 상호작용하며 같이 배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워싱턴대학 언어/청각 과학 교수인 Patricia Kuhl은 6-8개월 아기들과 10-12개월 아기들을 연구한 결과, 사람이 아닌 시디나 티브이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그럼 언제부터 아이 혼자 시디나 영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24개월 이상부터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24개월 전에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시디나 티브이 등 다른 매체를 이용할 시 엄마도 함께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해보자.


노래를 배우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노래에서 나온 문장 패턴이나 단어를 실생활에 적용해서 사용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Skidamarink 노래를 아이한테 불러줬으면 평상시에 대화체로도 말해줘 보자. "I love you", "I love you in the morning, in the afternoon, in the evening, and underneath the moon!"


2. 영어 표현들을 외워서 사용하기

이건  엄마의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 엄마가 영어 표현들을 외워 사용해 주는 것이다. 처음부터 화려한 문장 사용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보단 짧고 많이 쓰이는 문장부터 공략하면 부담감도 적다.


예를 들어 "What is this?" "This is.." / "What do you see?" "I see a brown bear." 이런 것이다. 계속 반복적으로 맞는 상황에서 사용하고 같은 문장 패턴으로 응용해서 사용해보면 나중에는 저절로 그 상황에서 표현이 나오게 된다.


처음에 Are you hungry? Yes I am! 을 써줬다면 Are you happy/sad/angry/excited?로 응용해서 말해보는 것이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아이가 이해 가능토록 표정이나 제스처, 물건을 보여주며 말하는 것이다.


3. 자신감을 가지고, 전달하는 것에 집중

주변에서 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보다 문법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Can you find the bus?" 여기서 a bus로 해야 하는지 the bus로 해야 하는지 이런 것 말이다. 그런 것 일일이 다 생각하다 보면 그것이 오히려 영어로 말하는데 장애물이 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을 해 보자.


4. 놀이

아이가 어떤 것을 배우는 데 있어서 놀이는 가장 큰 조력자이다. 무엇이든지 놀이를 통하면 즐겁게 배우기 때문에 더 빠르고 더 잘 흡수한다. 필자가 만든 로메이징 커리큘럼 또한 이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한 주제를 알려주기 위해 다양하고 재밌는 매체나 활동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블록놀이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엄마가 한 가지 문장 패턴만 알고 있고 그것만 응용해도 영어를 노출하며 놀이할 수 있다. Let's make a castle / Let's make a house / Let's make a train 이런 식으로 말이다. 중간중간에 한국어를 함께 사용하는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한국어를 안 쓰려고 하다 보면 말을 아끼게 됨으로써 상호작용이 줄어들게 되며 그럼 아이는 흥미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것보다는 아이가 즐거워하고 영어에 대한 즐거움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음 편에서는 영어 기관에 대한 글과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이중언어 환경에 대한 질문들을 논문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다루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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