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생님께서 "수업을 할 때 최대한 즉흥적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라고 하시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았다.
맞다! 엄마표 영어 하는 우리도 매번 겪는 일이다.
엄마가 멋지게 계획을 짜서 준비했지만 막상 그 시간에 닥치면 아이의 의식 흐름대로 흘러 저 멀리 남아메리카까지 가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여름 음식이란 주제를 가지고 놀다가 나비로 끝나고, 해변이란 주제로 놀다가 공룡으로 끝난다. 아마 우리 집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두 가지의 중간
이같은 상황에서 보통 엄마들이 취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내가 계획한 대로 해야 해' 또는 '그래 네가 좋은 게 좋은 거지!' 엄마표 영어는 엄마의 성향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엄마의 성격에 따라 전자나 후자의 반응으로 가게 된다.
뭐가 더 나을까? 사실 두 가지 모두 필요하다. 계획도 필요하고 즉흥적으로 따라주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다른 말로 엄마 주도와 아이 주도가 적절히 섞여야 하는 것이다.
'아이 주도가 좋다고 하니 아이가 원하는 데로 한없이 하자'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원하는 가운데서도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오른쪽, 왼쪽 톡톡 쳐가며 궤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아이에게 맞춰주면서 궤도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면 계획과 준비는 필수이다. 즉흥적임은 계획과 준비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처음에 언급했던 선생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흥적으로 아이에게 맞춰주며 아이가 반응한 걸 가지고 가공하여 다시 아이에게 던져주는. 이건 준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계획하고 준비하실 거다.
방법
첫째 아이와 로메이징 커리큘럼을 진행할 때 수시로 그 주제에 대해 얘기해보고 노래도 부르고 하지만 활동에 있어서는 무엇을 할지 정해 놓고 준비도 해 놓는다. 하지만 그 활동을 싫어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 안에서 주제를 찾아간다.
사파리 동물 피규어와 그림 매칭 하기를 준비해 놓았다. 근데 아이는 블록 놀이를 하고 싶어 하더라. 그래서 아이가 블록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을 만들며 놀다가 슬쩍 동물 피규어들을 아이가 만든 블록 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상황극을 시작했다. "Hey, Roa! I am Lion. Your house is amazing! Can I stay here? I want to sleep here."
그랬더니 아이가 정말 좋아하며 자연스레 동물 주제로 돌아왔다. 상황극을 하며 커리큘럼에 계획해 놓았던 대로 각 동물의 행동들을 보여주고 들려주었다.
비록 내가 계획했던 놀이는 아니었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계획한 주제를 가지고 놀았으니 만족했다. 아니 더 기뻤다! 내가 계획했던 놀이 방법을 고수했다면 아이는 재미없었을 것이고 학습 효과는 더 떨어졌을 것이니.
다음은 로메이징 스터디를 함께 하는 한 엄마의 이야기이다. 엄마는 물감놀이를 준비했는데 아이는 전혀 관심이 없고 자동차만 갖고 노는 것이다. 그래서 이 엄마가 로메이징 카페에서 읽었던 플래시카드 게임이 생각나서 플래시카드를 자동차에 하나씩 붙인 후 '자동차 카드 밀어서 멀리 보내기' 놀이로 진행했더니 아이가 정말 좋아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미리 각 동물들의 행동을 숙지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피규어를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이 자연스러운 상황극이 가능했을까? 블록놀이에서 다시 동물 주제로 넘어오는 것이 가능했을까?
만약 이 엄마가 플래시카드 게임에 대해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플래시카드를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바로 자동차 플래시카드 게임으로 진행할 수 있었을까?
준비 없이는 즉흥적인 것도 불가능하다.
A Pinch Of Salt
A pinch of salt. 소금 한 꼬집이라는 뜻이다. 음식을 할 때 이 소금 한 꼬집으로 인해 맛이 더 풍성해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따라줘요!" 물론, 아이들은 놀이하며 배우기에 무슨 놀이를 하든 배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엄마가 계획과 준비 한 꼬집으로 새로운 개념을 더해준다면 훨씬 더 풍성한 경험을 하고 배우게 될 것이다.
우리 집에는 장난감이 많이 없다(일부러 안 사준다). 그래서 첫째는 어릴 때부터 온갖 집안 살림을 다 꺼내서 노는 걸 좋아한다. 하루는 반찬 담는 플라스틱 통을 다 꺼내서 거기에 동전을 나눠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혼자 몬테소리 놀이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웃음). 소근육 발달과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다양한 두뇌발달이 이루어지고 있었겠지.
여기에서 숫자 개념을 다시 한번 짚어주고 싶어서 옆에서 숫자를 같이 세어 주고 스티커에 그 숫자를 써서 통에 붙이기 놀이를 했다. 소근육 놀이에 숫자의 개념을 한 꼬집 더해줌으로써 더욱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아이 주도에 적절한 엄마 주도가 더해질 때 더욱 풍성해진다고 믿는다.
스터디 후기들을 읽다가 보면 엄마가 준비해 놓은 활동을 아이가 따라주지 않아 엄마가 속상했다는 얘기, 아이를 혼냈다는 얘기 등 마음 아픈 이야기들이 가끔 올라온다.
내가 열심히 계획한 걸 따라주지 않아서 속상해 하기보단 우리 아이가 혼자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떨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사용하여 엄마의 궤도로 데리고 올 때 효과는 더욱 극대화되니.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의 계획과 준비는 필수라는 사실 다시 한번 기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