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 모임 40주년을 기념하는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부부 동반으로는 20주년에 중국 황산, 30주년에는 베트남 다낭을 다녀왔고 환갑 기념으로 필리핀 세부, 35주년에는 베트남 하노이, 이번에는 베트남 호찌민 근처 붕따우를 가게 되었다. 회장 장기 집권 중인 친구가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덕분에 덩달아 외국으로 나갈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리 모임 이름은 ‘동바리’
우리 모임은 대학 3학년이었던 1983년에 7명의 친구들이 뜻을 함께 해 만들어졌다. 그 당시 삼삼오오 끼리끼리 모임이 있었는데 모임이 없는 친구 7명이 모였다. 지금은 다른 모임은 없어지고 우리만 4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부산에 5명, 창원에 한 명, 서울에 한 명으로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가 두 명이 있는데도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정기모임은 따로 가지지 않고 명절과 연말에 날을 잡아 얼굴을 보면서 정을 이어왔다. 술을 즐기는 친구도 없고, 공유하는 취미도 없지만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한 사이로 지내온 것 같다. 친구들끼리 1:1 관계로 특별하게 지내지도 않으니 편이 갈릴 일도 없어서 40년이 넘도록 별 다툼 없이 지내왔다. 우리 친구들은 밥 같고, 물 같고. 공기 같은 사이로 지내왔으니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도 이런 친구들이 또 있을까 싶은 소중함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삼 느껴진다.
환갑을 지나 칠순에 가까운 나이면 이혼을 하거나 본인이나 배우자 별세도 있기 마련인데 친구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다. 또 자식들이 특별히 애 먹이는 친구도 없고 한 명씩은 결혼을 했으니 이것도 복된 일이다. 다만 아직 손주를 본 친구는 둘 밖에 없어서 기다리는 중인데 요즘 세태에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이 모임을 40년 넘게 이어오게 된 일등공신은 회장을 장기집권해온 친구라고 해야겠다. 이 친구는 회비 관리, 모임 주관과 20주년 기념 여행 이후 5년 단위로 해외여행을 기획하고 직접 스케줄과 비행기 티켓부터 호텔 예약 및 여행 진행까지 맡아 주었다. 부산에 사는 친구가 5명이 있지만 창원이나 서울에 있는 친구와도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한 사람의 희생과 봉사였다는 걸 잊지 않는다.
베트남, 다낭 하노이를 이어 호찌민 붕따우
모임 40주년 기념 여행지를 결정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후보지를 두고 의논해서 베트남 붕따우로 결정했다. 베트남은 우리 모임에서 이미 다낭과 하노이를 다녀왔기에 대만과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를 짚어 보기도 했다. 붕따우로 결정했던 건 관광보다 휴양으로 여행 분위기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일정이 길지 않으니 길에 시간을 보내지 말고 한 곳에 머무르며 40년 우의를 다지는 기회로 삼는 게 좋겠다는 데 모두 동의를 하게 되었다.
회장 친구가 호찌민에서 지사장으로 근무를 했는데 베트남은 평소에도 자주 오고 있었고, 하노이에서 2022년부터 지금까지 감리단장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도 있어서 가장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외국이기도 했다. 다낭은 모임 30주년 기념으로 부부가 함께 여행을 왔었다. 호찌민은 베트남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지만 붕따우는 휴양지로서 물가도 저렴하고 조용히 쉬기에 적합한 도시이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7시 반에 집합해서 호찌민 공항을 거쳐 붕따우에 도착하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나흘을 머무는 데 꼬박 하루를 오는 길에 하루 시간을 써야 했다. 그렇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니 길에 시간을 쓰고 말았다는 건 바른 표현이 아닐 것이다.
숙소는 방이 8개나 있는 풀빌라로 우리 7명이 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보통 해외여행을 가면 숙소는 잠만 자고 나오지만 이번 여행은 친구들과 우의를 돈독히 하는데 의의가 있으니 아주 잘 선택한 것 같다. 주방이 갖춰져 있어서 아침은 라면과 햇반을 먹고 오전 일정은 느긋하게 잡아 풀에서 수영도 하니 돈 들인 만큼 잘 쓰고 나올 숙소였다.
붕따우에서 보낸 사흘, 호찌민은 공항 가는 길에 잠깐
붕따우는 볼거리를 찾아 바쁘게 다니지 않고 택시 이동으로 느긋하게 보낼 수 있어서 휴양까지는 아니지만 휴식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다. 바다에 면한 도시라서 해물요리가 풍성했고 두 시간 거리에 호찌민보다 물가가 저렴해서 더욱 좋았다.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과 매일 받을 수 있었던 마사지에 몸과 마음이 다 편안했던 시간이었다.
첫날 이용했던 택시 기사가 너무 친절해서 붕따우에 있는 내내 전용차처럼 쓸 수 있었던 것도 참 좋았다. 그 기사의 안내대로 현지인들이 가는 맛집과 마사지 샵, 골목길을 굽이굽이 올라 찾았던 카페까지 숨어 있는 곳을 갈 수 있었다. 그 기사 덕분에 찾아다니지 않고도 가는 곳마다 만족할 수 있었고 택시에 두고 내렸던 휴대폰도 잃어버리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붕따우에서 가볼 만한 곳은 어디일까? 여행 후기를 쓰면서 관련 자료를 찾다 보니 갈만한 곳이 적지 않은데 딱 두 곳만 갔었구나 싶다. 못 가본 곳은 혹시 다시 올 기회가 있으면 갈 수 있겠지.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예수상과 케이블카로 올라 붕따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호마이 파크를 다녀왔다. 베트남이 프랑스 지배를 받았던 시절에 가톨릭이 전파되었고 지금도 인구의 약 7%가 신자라고 한다. 그래서 베트남 곳곳에 큰 성당이 남아 있고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마지막 날 밤, 40년이 넘는 세월에도 한 번도 나눠보지 못했었던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친구 맞나?” “친구 아니면 뭐고?” “친구라면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아는 기 뭐고?” 이런 취지로 스스로 자신에 대해 얘기하면서 서로 궁금한 점도 물어보는 자리이다. 처음 이런 자리를 만들어서 그런지 이야기는 오래 계속되지 못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마무리되었다. 이야기가 더 이어질 수 있었다면 친구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여생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듣고 싶었다. 이제 우리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니 이런 기회가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나이가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건강을 챙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싶다. 이번 여행이 너무 좋다는데 모두가 동의하며 하는 말이 다시 여행 계획을 세우자는데 공감했다. 그런데 회장 말씀이 다시 또 여행을 떠날 때 일곱 명이 다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이 마음 깊이 다가왔다. 우리의 미래가 이 한 마디에 우울함으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엄연한 사실이 아닌가.
40년 이상 우정을 이렇게 무탈하게 나누며 지내온 건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앞으로 이렇게 만나면 반가운 자리를 오래 가지려면 인생 관리도 그동안 해 온 것처럼 여여하게 이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 동바리 모임을 잘 이끌어주고 있는 고마운 회장 친구, 큰 모임을 가질 때마다 금일봉을 투척해 주어 더 값진 시간을 가지도록 해주는 친구, 해외 근무가 잦았어도 늘 함께 해주고 있는 친구와 다른 일정보다 우리 모임이 우선인 동바리 친구들이여 참 고맙고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