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면 일 없는 일로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으니
내 어릴 적엔 한 집에 열 명도 같이 살았었다. 조부모, 부모, 아이가 너댓 명인 건 기본 가족 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는 방 하나를 동성 형제가 세 명도 같이 썼었던 게 우리네 집이었다. 이런 시절을 지냈던 사람들은 방을 혼자 써보는 게 큰 바람이었다.
지금 우리네 가족은 어떤가? 일인 세대가 급속하게 늘고 있으며 부부도 각방을 쓰는 게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혼자 지내는 게 외롭고 두려운 일이 되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밥 한 번 먹는 게 큰 바람인 집이 많을 것이다.
혼자 있으면서 외로움에 시달리는 건 집에서 할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늘 혼자 있어야 하는 사람은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은 별 할 일이 없으면 차를 마실 것이다. 일 없는 일이 차 마시는 일이어서 차의 향미를 음미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마실 차를 고르고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곧 마실 차가 어떤 향미일지 기대하며 기다린다.
어제 마셨던 차라고 할지라도 오늘 다가올 향미는 다를 것이기에 어제와 다른 오늘 하루를 기대하게 된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