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태호’ 2022 묘이타(猫耳朶) 고수차-청첨향(淸甛香) 시음기
보이차 중에 귀하다고 할만한 차산지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만송 왕자산과 박하당이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차의 산지는 모두 이무차구에 있는데 한 가지를 더하라고 하면 의방 묘이타차를 들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차의 향미도 독특하지만 귀한 대접을 받는 건 희소하다는 점이다.
시중에는 노반장, 빙도노채 차가 흔한 것처럼 만송과 박하당 차도 넘쳐나는 게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유명 산지 이름을 붙이면 잘 팔리기 때문일 텐데 포장지에 이름만 붙인 것인데 왜 구입하는지 알 수 없다. 한 번을 마셔도 고수차 순료에 첫물차라야 진정한 향미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노반장, 빙도노채, 만송, 박하당 차는 내 돈을 들여 구입할 차는 아닌 게 진품 자체가 시중에서 거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묘이타 차도 희소해서 고수차에 첫물차는 생산량이 아주 적어서 얻어 마실 수는 있어도 내 돈으로 사는 건 어려울 것이다. 지금 마실 차는 의방 묘이타가 아니라 백앵산 묘이타로 고수차에다 첫물차이다. 이 차를 만든 분에게 백앵산에도 묘이타 차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의방 묘이타 차처럼 백앵산 묘이타 차도 소엽종인데 보기 드물어서 이 차를 만나게 된 것 자체가 인연이 아닌가 싶다.
의방의 만송(曼松)차산은 청나라 황제의 공차를 생산했던 곳으로 만송차산은 소엽종으로 다른 차산보다 부드럽고 향이 고상하고 다른 차산의 보이차보다는 부드럽고 우아한 단맛이 나는 특성이 있다. 현재 만송 춘(春) 고수차 생산량은 1년에 25kg 정도로 매우 적으며, 고가로 판매되어 대체 보이차를 찾게 된 것으로 박하당(薄荷塘), 묘이타(猫耳朵) 고수차 등이 있다. 보이차는 운남성 차산의 이름을 사용하지만 차산지가 아닌 보이차 자체의 속성에 기인해서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찻잎의 모양이 고양이 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묘이타(猫耳朵) 보이차이며, 귀엽고 발랄한 고양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모양과 차별화된 맛의 매력뿐만 아니라 희귀성 때문에 보이차 마니아들에게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의방 차산은 청나라 시대부터 보이차산의 중심이었고, 소엽종 차산으로 유명하지만 의방 차산에서도 상대적으로 아주 희귀하고 특별히 작은 찻잎이 있는데 이 찻잎 모양이 고양이 귀처럼 생겨 현지의 차농가 농부들이 부르는 명칭으로 묘이타(猫耳朵), 즉 ‘고양이 귀’라는 의미이다. 또한 현지 차농가 농부들은 '세엽종(細葉種)' 또는 '세엽차(細葉茶)'라고 부르기도 한다.
묘이타(猫耳朵) 고수차를 시음했는데 색상은 맑고 밝은 황금색이며, 향을 맡아보니 난꽃, 꿀, 차산의 과일, 구수한 마른 풀향이 나타났다. 마셔보니 쓴맛이 거의 없는 대신 섬세하고 신선한 단맛이 두드러지게 풍부하게 나타났는데 약간의 무게감이 있고 균형감이 탁월했다. 생향과 더불어 빠른 회감이 너무 아름다웠고, 침이 고였는데 마시고 난 후에 차기가 가슴으로부터 시작하여 허리 양쪽으로 나타나고, 등과 얼굴까지 나타났다.
[출처] 묘이타 보이차(猫耳朵 普洱茶)| 고재윤의 보이차 커뮤니케이션
의방은 아니지만 ‘호태호’ 백앵산 묘이타 고수차는 어떤 향미를 맛볼 수 있을까? 차 이름을 청첨향(淸甛香)이라고 지었으니 필경 단맛이 좋은 차일 거라고 기대를 하면서 마셔보기로 한다. 의방 묘이타 차를 마셔본 고재윤 교수는 ‘쓴맛이 거의 없는 대신 섬세하고 신선한 단맛이 두드러지게 풍부하게 나타났는데 약간의 무게감이 있고 균형감이 탁월하다’라고 했으니 이 표현이 바로 청첨향이라 보면 되겠는데 확인해 보자.
‘호태호’ 차를 대할 때마다 포장지와 병면을 보면서 신뢰감을 먼저 느끼게 된다. 200g 소병으로 만든 것도 그렇지만 석모 긴압을 한 듯 차칼을 들이면 쉽게 해괴되는 것에서도 그런 마음이 든다. 생차는 오래 두고 마셔도 좋지만 한 삼 년 정도 지나서 언제든 마셔야 차가 아니겠는가? 십 년을 두었다 마셔도 좋고 더 오래 보관해도 좋지만 보이차도 지금 마셔서 좋은 차를 구입하는 게 좋겠다.
물은 우리집 뒷산 승학산 약수터에서 길어온 물인데 경도가 삼다수와 비슷해서 찻물로 쓰기에 좋다. 집 근처에 좋은 물이 있다는 건 다반사로 하는 차 생활의 복이라 하겠다. 100cc 우리나라 백자호에 건차는 4,4g을 넣어 우렸다. 첫 탕은 30초를 두고 내렸고 그다음부터는 열탕으로 바로 내려서 마신다.
고삽미는 거의 느낄 수 없고 단맛이 바로 다가온다. 입 안에 청량감이 바로 느껴지는 건 찻물을 머금으니 혀 밑에서 단침이 솟아나듯 하기 때문이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찻물이 식도로 내려가면서 기운도 아래로 향하는 게 느껴진다. 차탕이 두텁지 않지만 가볍다고 할 수도 없이 깔끔하게 단맛이 감돈다.
소엽종이라서 그런지 밀향이라는 진한 단맛은 아니지만 다음 잔으로 계속 손이 간다. 열 번 정도 우리고 나니 맛있는 찰밥을 씹는 듯 맛있는 향미가 계속 이어진다. 소엽종이지만 보이차로 만들 수 있는 건 녹차를 만드는 차나무 잎과 달리 폴리페놀 함량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녹차는 세 번 정도면 향미가 빠지지만 소엽종으로 만드는 보이차가 열 번 이상 우릴 수 있다.
‘호태호’ 차와 인연을 맺으면서 만송 왕자산, 박하당 차를 마실 수 있었고 백앵산 차로 묘이타 고수차를 마시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이름만 붙인 유명 차산 차가 아닌 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차산의 고유한 향미를 받아들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보이차 생차는 오래 마셔야 하고, 집중해서 마셔야 향미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좋은 차를 만나는 건 인연이다. 오늘도 ‘호태호’ 차로 보이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누렸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