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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당 차를 모른다면 이무 차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데?

'호태호' 2020 이무 박하당 고수차 시음기

by 김정관

접해보지 못한 차산지의 차를 맛보는 건 늘 마음이 설렙니다. 이번에 시음해 볼 차는 이무 박하당 고수차인데 차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마실 기회가 없었습니다. 차를 마시고 글로 옮기려면 차맛을 세세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제 입맛이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른 분의 시음기를 참고해서 그 느낌을 따라가보는 게 제가 글로 옮기는 방법입니다.


박하당 차에 대해 정보 검색을 해보면서 얼마나 귀한 차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박하당은 오지에 있어서 차나무가 발견된 지 오래되지 않았으며 명성을 가진 건 최근입니다. 지금은 보이차 산지 중에 만송차 다음으로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귀한 박하당 고수차를 마실 수 있으니 좋은 차는 인연이 닿아야 마실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박하당 고차수 다원 풍경,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밀림 속에 차나무가 있다. 사진 출처-古茶居


박하당 다원의 면적은 넓지 않고, 나무들은 매우 오래되어 나이도 고르지 않으며 흩어져 있습니다. 박하당 차나무는 1급 고목이 30그루가 넘습니다. 이후 면적이 확장되면서 50그루의 차나무가 확인되었습니다(정확히 49그루인데, 그중 13번 나무는 이미 시들어 버렸고, 오래된 뿌리에서 작은 새순이 돋아났습니다). 연간 수확량은 약 200kg에 불과합니다.


박하당에는 2급 고차수가 약 2,000그루 있는데 수령은 100년에서 200년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2급 고차수에서 수확되는 첫물차의 연간 생산량은 약 600kg입니다. 그중 박하당에서 ‘2급 고차수’라고 부르는 많은 차나무는 줄기와 뿌리 둘레 모두 ‘1급 고차수‘보다 크고 굵습니다. 박하당의 소수차 차나무들은 대부분 2008년에서 2010년 사이에 심어졌으며, 현재 연간 약 1톤의 첫물차를 생산합니다. -자료 출처 : 古茶居 来源:馥如居说普洱 编辑:小美


박하당 고간 고차수에서 찻잎을 따는 모습 - 사진 출처 古茶居




‘박하당에 가보지 않았다면 진정한 이무 차 애호가라고 할 수 없고, 박하당 차를 맛보지 않았다면 진정한 이무 고수차 수장가라고 할 수 없다-没有薄荷塘,就不算是做易武茶的;没有喝过薄荷塘,就不算是易武古树茶的收藏爱好者’라고 한다니 박하당 차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차를 마시기 전에 정보 검색으로 얻은 박하당 차의 시음노트를 살펴봅니다.


박하당은 슴슴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좋은 차입니다. 이런 담백한 단맛이 꾸준히 차맛을 내어주는 차라서 내포성도 매우 좋습니다. 박하당을 처음 마시는 분들은 차맛이 너무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물맛이 나는 심심함이 아니라 차탕에 차맛이 살아 있으면서 꾸준히 슴슴한 단맛을 내주는 게 박하당의 차맛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슴슴한 단맛이 세월이 지나면서 깊은 향이 들면서 더욱 진한 맛과 향으로 변해가는 것이지요.


박하당의 가장 큰 특징은 선명한 열감과 단전까지 내려오는 차기라고 생각합니다. 차를 한두 잔 마시면 열감 반응이 빠르게 느껴집니다. 2류 고수차는 차를 계속 마시면 단전까지 기운이 밀고 내려오지만 1류 고간 고수차는 한 잔만 마셔도 단전까지 닿는 차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든 지 몇 년 되지 않은 신차이지만 차성도 한기를 띄지 않고 온성을 띄기 때문에 많이 마셔도 속이 부담스럽지 않고 트림이 잘 나고 소화도 잘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 다음 카페 명서원 차왕


박하당 차의 탕색은 황금빛을 띠고 맑으며 윤기가 납니다. 쓴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탕감은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차향이 찻물에 온전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입에 머금으면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맛있습니다. 뒷맛은 매우 넓고 지속적이며 목 넘김 뒤에 단맛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혀와 입안에서는 민트의 시원함이 느껴집니다. 전체적인 인상은 은은한 단맛과 부드럽고 섬세한 질감입니다. 하지만 강렬하고 미묘한 개성을 지녔으며, 머리 뒤쪽까지 솟아오르는 듯한 강렬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천히 음미할수록 더욱 풍부한 뉘앙스가 드러나며, 이무 만살 차 지역의 매우 세련되고 절제된 차임을 보여줍니다. - 古茶居 : 来源:吕氏开讲编辑:吕氏开讲



이제 박하당 차의 시음 노트를 길잡이 삼아 차를 마셔볼까요?


100cc 자사호에 건차는 4,4g을 넣고 찻물은 극락암 산정약수를 써서 우립니다. 세차는 가볍게 살짝 해서 첫 탕은 30초 정도 기다려 찻물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우린 차와 함께 차맛을 음미해 봅니다.



그동안 마셨던 이무 차구의 차는 맹해 차구의 차처럼 패기도 적고 임창 차구의 차가 가진 화려한 향미도 적어서 큰 매력을 느끼기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제 입맛은 유난하게 쓴맛에 민감해서 처음에는 노반장을 마시면서 몸서리를 칠 정도였지요. 지금은 첫물 고수차는 없어서 못 마시지만요. 그래서 쓴맛보다 밀향이 좋은 임창 차구 차를 즐겨 마시는 편입니다.



이무 차구 차의 매력을 알게 되었던 차는 괄풍채였고 이번에 마셨던 호태호 만송 고간대수차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마시는 박하당은 2류 고수차라도 아주 귀한 차인데 과연 어떤 향미를 맛보게 될까 기대가 됩니다. 앞에 언급한 시음 노트를 보면 슴슴하면서 담백한 맛이 좋다는 차왕님의 시음 평이 있었고 민트 향과 함께 은은한 단맛에 부드럽고 섬세한 질감이 매력적이라는 시음 평도 있었습니다.



차 탕색은 황금빛으로 찻잔에 담긴 차탕을 보고 있노라니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차맛은 쓴맛과 단맛이 조화롭고 진한 탕감이 입안에 그득해 풍부한 질감에 목 넘김 뒤에도 입 안에 향미가 은근하게 남습니다. 찻물이 목구멍에 닿으니 매끄럽게 넘어가면서 입안에는 단침이 가득해서 청량감이 넘치네요. 떫은맛은 적당해서 차맛의 수렴성이 높아지니 박하당 차는 차맛에서는 넘치거나 부족한 게 없는데 제 구감으로는 밀향을 음미할 수 없다는 게 옥에 티로 아쉽게 느껴질 뿐입니다.



맹해 차의 패기라고 하는 쓴맛을 좋아한다면 싱거운 맛이라 할 수 있겠고, 임창 차의 화려한 밀향을 즐긴다면 단맛이 모자라니 별맛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쓴맛에 민감한 제 입맛에는 적당하게 쓴맛이 좋고 밀향은 음미하지 못해도 쓰고 단맛이 조화롭다고 하겠습니다. 후운도 좋지만 차를 마시고 난 뒤의 몸 반응은 시원한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고 열감에 손발이 후끈할 정도입니다.



호태호 박하당 고수차를 마시면서 박하당 차를 아끼는 분들이 ‘박하당에 가보지 않았다면 진정한 이무 차 애호가라고 할 수 없고, 박하당 차를 맛보지 않았다면 진정한 이무 고수차 수장가라고 할 수 없다’라고 말했던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음 평을 쓰다 보니 박하당 일류 고간 고수차는 그 향미가 어느 정도일지 정말 궁금해지는데요? 침...꿀꺽 ㅎㅎㅎ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