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태호’ 2022 백앵산 천년 고수 차왕후(茶王后) 시음기
차왕수는 익히 들어보았지만 차왕후수(茶王后樹)는 처음 들어봅니다. 아시다시피 차왕수는 해당 산지에서 가장 수령이 오랜 차나무지요. 그러니 차왕후수는 두 번째로 오랜 차나무일까요? 차를 만든 분이 이름을 지으면서 차나무의 자태를 보아 이미지를 왕후의 격조를 느끼게 되었나 봅니다.
호태호 브랜드로 만든 천년고수차 차왕후(茶王后) 단주(单株)를 소개드립니다. 차왕후(茶王后)는 백앵산(白莺山)에 자생하는 관목형(灌木型) 중소엽종 차나무 중에 보기 드물게 크고 왕성하게 발아를 하는 차나무입니다. 아래 차나무 사진을 보면 수령(树龄)이 천년을 족히 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차나무의 생김새와 수많은 가지를 뻗어서 왕성하게 발아(发芽)하는 모습에서 차왕후(茶王后)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습니다.
-출처 : 다음 카페 명서원
흔히 보이차 이름에 ‘천년’, ‘야생차’라는 단어를 쓰는 걸 보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수령이 천 년 되는 차일지는 알 수 없으며 야생차가 무조건 좋다는 건 근거가 없지요. 야생차에서 말하는 건 야생 환경이라는 얘기일 테고 야생종과는 다른 재배차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야생차라고 해도 수령과 채엽 시기 등으로 보면 평가를 좋게 할 차는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백앵산은 야생차와 재배차, 그 중간의 과도기차의 종류가 많은 산지입니다. 수령 백 년이 넘은 고차수의 80% 이상이 백앵산이 위치한 임창 차구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임창 차구 중에 고차수의 종류가 가장 많은 차산이 백앵산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차왕후가 천년 고차수에서 딴 찻잎으로 만들었다고 믿어도 되지 싶습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차왕후의 찻잎은 중소엽종이며 관목형 고차수라는 점입니다. 차나무는 무조건 교목이며 차농사 편의를 위해 가지치기로 관목 형태로 만든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지가 주간의 아랫부분부터 갈라져 나온 관목종 차나무라는 걸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차왕후를 만든 차나무는 관목 천년 고차수입니다. 그래서 차왕후는 확실한 단주차(單株茶)일 수밖에 없으니 천년 고차수 찻잎으로 만든 귀하디 귀한 차를 이렇게 만납니다.
백앵산 천년 고차수 찻잎으로 만든 차왕후를 마셔봅니다.
그동안 차호를 써서 우리다가 이번에는 100cc 개완을 써봅니다. 오랫동안 개완을 썼는데 요즘은 거의 자기 차호와 자사호로 차를 우리고 있습니다. 개완이나 차호 중 어느 쪽을 쓰는가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건차는 4g 정도에 찻물은 통도사 극락암 산정약수랍니다.
세차는 빠르게 하고 첫 탕은 30초 정도 시간을 주지만 그다음부터는 바로 부어냅니다. 첫물차나 햇차는 물을 식혀 붓는 게 좋다고 하지만 저는 녹차도 끓인 물을 바로 부어서 차를 우리고 있습니다. 첫 탕 맛을 보고, 두 번째 우린 차맛을 보고 하는 게 좋겠지만 저는 끓인 물이 식기 전에 세 포를 우려내서 마십니다. 녹차는 세 번을 우리면 향미가 다 달라서 한 번씩 우려 마시지만 보이차는 열 번 정도는 우려야 하니 숙우에 그득하게 채워 편하게 마시지요.
차왕후의 향미를 음미하기 전에 차를 만든 분의 시음 평을 먼저 살펴보고 가이드 삼아 보려고 합니다. 저는 차의 향미를 느끼는 스펙트럼이 좁아서 충분하게 느끼지 못해 아쉽거든요. 그래서 같은 차를 마신 분들의 시음 평을 쫓아 향미를 찾아보려 애쓰는 편입니다.
차를 우리면 백앵산 특유의 화향(花香)이 잘 느껴집니다. 공도배의 배저향도 화향이 진하고 좋습니다. 차를 들이켜면 첫포라 차맛이 진하지 않고 담백한 맛에 차탕에도 은은한 화향이 잘 살아 있습니다. 차를 2,3잔 더 들이키면 빠르고 선명한 생진과 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반으로 오면 차맛은 조금 진해집니다만 여전히 고삽미는 느낄 수 없습니다. 차탕에 향이 잘 살아 있어서 담백한 차맛 뒤에 따라오는 화향이 매력적인 중반의 모습입니다. 천년고수 차왕후라는 이름답게 차기와 열감도 뛰어난 차입니다. 차를 몇 잔 들이켜면 가슴을 따라 배 부위까지 열감이 전달됩니다. 차기는 치솟는 느낌보다는 천천히 몸 안에 스미는 듯한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참 편안하고 좋은 차입니다.
후반으로 넘어오면 차탕에 향은 약해지고 단맛만 남습니다. 쉽게 물맛이 나지 않은 걸로 봐선 내포성도 양호한 편입니다. 10포 이후에 차를 오랫동안 담가놔서 마셨더니 시원한 단맛에 약간의 고미만 올라오고 삽미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차왕후는 전체적으로 차맛이 진하지 않고 담담한 편이지만 향이 잘 살아 있고 열감과 기운이 좋은 차입니다. 천 년 이상을 한 곳에 뿌리박고 살아온 차나무에서 나온 찻잎이 주는 감동을 차맛으로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카페 명서원 차왕
차왕후는 차 이름이 주는 느낌이 차의 향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차를 마시니 차맛보다 차향이 먼저 다가오는데 어떤 꽃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를 은근한 꽃향기입니다. 차맛이 달거나 쓴맛이 강했다면 음미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차맛을 살피니 떫은맛은 아주 미미하고 쓴맛과 단맛이 잘 섞여 있는 듯합니다.
차탕을 입에 머금으니 단침이 돌아 입안에 감미로운 청량감이 그득해집니다. 찻물은 목에 걸림 없이 매끄럽게 넘어가고 몸으로는 시원한 기운이 아래로 내려갑니다. 이 기분을 가만히 느껴보면 단전에 기운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몇 탕을 마시고 나니 열감으로 손발이 후끈해지는 걸 느낄 정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꿀맛 같은 밀향은 바로 다가오는데 차왕후의 은근한 단맛은 다가가야만 느끼게 되지 싶네요. 화장이 예쁘게 된 얼굴과 맨 얼굴이라도 격조를 내뿜는 내면의 아름다움의 차이라고 할까요? 두터운 탕감으로 단맛이나 쓴맛이 있는 차에 익숙한데 차왕후는 쓰고 단맛으로 대할 차는 아닌 듯합니다. 눈으로 봐서 평가하는 외모가 아닌 내면의 격조로 느껴지는 사람과 같은 차로 차왕후를 마셨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