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갈수록 향미가 더 좋아진다는 월진월향(越盡越香), 과연 그럴까?
보이차는 제다 과정이 다른 차류에 비해서 단순해 보입니다.
찻잎을 따서 시들려서 뜨거운 솥에 한 번 덖고 비벼서 햇볕에 말리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햇볕에 말려 만들어진 차는 모차라고 하며
보이차의 원료이지 완성된 차가 아닙니다.
이 모차를 악퇴 발효 과정을 거치면 숙차,
모차를 긴압하면 비로소 생차로 만들어집니다.
숙차는 발효 과정을 통해 차가 완성되므로
그 이후는 부정적으로 변화되지 않게 잘 보관해야 합니다.
생차는 시간과 함께 언제일지 모르는 완성 단계로 나아가는데
보관 장소의 환경에 따라 다른 차가 됩니다.
숙차는 모차의 등급도 중요하지만
발효 기술이 좋은 차를 만드는 우선 조건이 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생차는 긴압된 상태에서 같은 보관 환경이라도
변화되는 정도는 찻잎의 급수에서 결정됩니다.
숙차에도 오래된 차에 붙이는 노(老) 자를 써서
노숙차라고 값어치를 올리지만 그건 상술이라고 봅니다.
숙차는 산화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이미 발효 과정을 거쳐 완성된 차라서
노(老)가 아닌 노(no) 일 수도 있지요.
월진월향(越盡越香)은 보이차가 오래되면 좋은 차로 변한다며 쓰는 말인데
이 역시 상술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신차일 때 좋은 차가 시간과 함께 늘 새로운 차'라는
'신년호차 경년신차(新年好茶 經年新茶)'가 적합한 표현이지 싶습니다.
같은 산지인데도 한 편 값으로 한 통을 살 수 있는 차가 시중에 차고 넘쳐나지요.
그런데 한 통 값으로 한 편을 산 사람은
차가 자꾸 줄게 되는 걸 안타까워하면서 집중해서 한 잔씩 음미하며 마실 겁니다.
한 편 값으로 한 통을 사는 사람은 추가로 한 편을 더 구입하는데
한 통은 고사하고 한 편도 몇 번이나 마실지 모릅니다.
보이차는 절반은 사람이 만들고 나머지는 시간이 만들어가는 미완성의 차지만
어떤 찻잎을 썼느냐로 이미 미래는 결정되어 있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