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이차 생활 세 단계, 정상의 향미 지미무미(至味無味)

1단계는 산자락, 2단계는 산등성이, 3단계는 정상인데 깔딱 고개가...

by 김정관

보이차 생활을 세 단계로 나누어 산에 들어 올라가는 것에 비유해 생각해 봅니다.

산에 들면 산자락은 어디든 다른 차이를 느낄 게 별로 없어 앞만 보고 묵묵히 걸어가지요.

숲에 안겨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소리와 계곡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을 오릅니다.

산의 7부 능선 정도 올라 산등성이에 이르면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얼마만큼 올랐는지 알게 됩니다.


산등성이에서는 정상까지 가야 할 길도 가늠이 되고 올라왔던 길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가파른 경사가 있기 마련인데 깔딱 고개라고 하지요.

정상에 다다를수록 급해지는 경사도 때문에 체력이 떨어진 사람은 걸음이 더뎌지는 길입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나 다다를 수 있는 정상은 비어있고 건너편에 수많은 봉우리를 보게 됩니다.


보이차 생활을 시작하는 단계는 산자락과 같아서 여느 산과 다르지 않으니 차도 다르다는 걸 알 수 없지요.

숙차와 생차 중 내 취향에 맞는 차가 정해지고 차 구입에 몰두하는 단계는 산등성이까지 계속됩니다.

무작정 보이차라면 다 받아들이다 내 입맛에 맞는 차를 알게 되면서 자신의 차 생활을 돌아보는 때가 옵니다.

너무 많은 차를 가지고 있는 걸 반성하면서도 차 구입을 멈추지 못하는 상태를 산등성이라고 보면 될까요?


04cb7232bb86615ffa5f0a29a624fbbe73720cb8


산등성이는 산 높이의 7부 정도이니 이제 3부만 오르면 되는데 배낭은 점점 무거워지고 걸음은 드디어집니다.

보이차 생활의 2단계를 벗어나야 정상에 오르면 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텐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은 체력도 강해야 하지만 왜 배낭을 가볍게 꾸려야 하는지 압니다.

보이차 생활의 3단계는 그동안 마신 차를 잊어야 하는데 정상의 향미가 지미무미(至味無味)이기 때문입니다.



무 설 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보이차 생활, 속도를 줄이면 선명해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