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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9주년 다연회, 보이차를 마시며 나누는 다연다정

다연회 2025년 만추 다회 후기

by 김정관

송년 다회만 남겨둔 올해 끝자락의 만추 다회입니다. 송년 다회는 올해 열심히 함께 했던 우리 다우님들과 다연(茶宴)을 즐기게 되니 차를 음미하는 올해의 마지막 찻자리인 셈이지요. 11월은 다우들의 일정이 많아서 여섯 분으로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마치는 시간에는 대명님까지 아홉 분이 되었습니다. 8명이 정원인 차실이 넘치게 참석해 주신 다우님들의 성원에 박수를 보냅니다.



11월에도 다식을 챙겨 온 여성 다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찻자리에 차만 있으면 섭섭한데 늘 맛있는 다식을 준비해 오는 다우님들이 계셔서 풍성한 분위기가 됩니다. 송년다회는 차보다 다식이 찻자리를 주도할 걸로 예상될 것이라 상상해 봅니다. 은근히 다우들께 맛있는 다식을 준비하라는 압박을 넣어봅니다.



만추 다회에서 마실 차는 지난 시월 다회를 이어 ‘호태호’ 차를 준비했습니다. 숙차 두 종류는 포랑산 고수 숙차와 백앵산 고수 숙차, 생차 두 종류는 백앵산 소엽종 고수차로 백화향(百花香)과 천년고수 차왕후(茶王后), 대장차는 88년 노산차입니다. 차왕후는 수령이 1000년 넘는 차왕수급 차나무라서 다우님들이 기대를 해도 좋겠습니다.



다회 참석 인원이 많은 달에 생차를 준비하면 화기애애한 다우들의 분위기에 제대로 차맛을 음미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다회 분위기는 차를 음미하는 집중도가 높아져서 좋은 차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월 다회에서 이무 만송 왕자산 고간대수차와 박하당 고수차를 마시고 아주 만족한 시음평을 주셔서 너무 좋았었지요.


백앵산 숙차와 포랑산 숙차는 고수차라서 숙미는 거의 없는데 모차의 특성대로 백앵산 차는 부드럽고 포랑산 차는 쌉스레한 맛이 살아있다. 숙차는 악퇴 발효를 거치면서 차산 특유의 향미가 사라진다고 하지만 고수차를 모료로 쓰고 섬세한 손길을 거쳐 만든 차라는 걸 알 수 있다. 백화향은 백앵산 소엽종 단주급 찻잎을 써서 만든 차인데 차 이름처럼 향미가 풍부해서 매일 마셔도 물리지 않겠다는 다우들의 시음평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백앵산 천년 고차수의 찻잎으로 만든 귀한 차, 차왕후는 보기 드물게 관목차라고 합니다. 모든 차나무가 다 교목이라는 게 정설인데 이 차나무는 주간(主幹)이 없이 뿌리에서 가지가 뻗어 나와 관목 형태를 이루고 있답니다. 수령이 천년이 넘은 차왕수 급인데 나무의 모양을 보고 차왕후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다우들의 차 시음 평이 향미가 은근하면서 깊은 풍미가 왕후의 품격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대명님이 늦게라도 참석해서 고마운 마음에 88 노산차를 우렸습니다. 사실은 오늘의 대장차인데 시간에 맞춰 참석해 이렇게 말을 붙입니다. 진기 35년의 노차라면 감동의 도가니가 되어야 하는데도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게 보이차입니다. 숙차처럼 익은 차의 탕색이 나오는데 생차가 세월과 함께 변화된 차맛을 받아들이는 게 차력(茶歷)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지요.



‘호태호’ 브랜드 차를 10월과 11월 두 달에 걸쳐 마시면서 다우들의 시음 평을 들었습니다. 우리 다연회 다우들이 올해 다회의 방향에 맞춰 공부하는 찻자리로 운영하면서 얻은 결과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팽주로서 제가 매긴 점수를 70점이라고 박하게 주었는데 만족도는 백 점 만점이랍니다. 찻자리의 분위기를 웃고 즐기는 쪽으로 가져가면 그 자리는 흥겹지만 다음 다회에 대한 기대치는 떨어질 게 분명합니다.



다연회는 이번 11월 다회로 2006년 11월에 창립해서 19년이 되었습니다. 송년 다회부터 모임을 시작한 지 20년 차로 들어갑니다. 보이차를 주제로 매달 만나는 모임이 20년을 이어간다는 건 희유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연회 발기 회원으로 저 혼자 남아 있지만 응관님, 묵향님, 서영님은 15년을 저와 함께 이끌어주고 있어 큰 힘이 됩니다.


송년 다회는 다연회 다우들이 모두 기다리는 찻자리지요. 다우들이 서로 나누는 선물을 준비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올해 개근을 한 상희님께는 시상을 해야 할 텐데 누가 상을 줘야 하나요? 저도 개근인데... ㅎㅎ 총무를 맡아 애쓰는 서영님께도 한 해 동안 고맙다는 인사도 해야겠지요. 다연회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는 우리 다우님들 모두 서로 즐거운 찻자리에서 함께 해서 고맙다고 손을 잡아 봅시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