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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앵산 단주차, 만송 왕자산 차, 이무 대표차 박하당

다연회 2025년 시월 다회 후기

by 김정관

유난했던 올여름 더위가 가시는 게 얼마나 싫었는지 구월에도 여전했었지요. 암만 그래도 시월이면 가겠지 했는데 아직도 미적거리며 머물고 있습니다. 가을 분위기로 다회 찻자리를 가질까 했지만 버티고 있는 더위는 꼬리를 남기니 어쩔 수 없지요. 다연회는 가을 다회라고 이름 붙여 시월 찻자리를 가졌습니다.


길었던 한가위 연휴를 보내고 난 뒤라서 그런지 다우들 일정이 바빴나 봅니다. 참석이 어렵다는 댓글이 줄을 이어서 참석 다우는 다섯 분, 늦더라도 참석하도록 애써보겠다는 열혈 다우도 있었는데 은희님과 미란님이 참석해서 일곱 분이 함께 했습니다.


시월 다회에는 상희님이 국수를 대접하겠다고 했는데 참석 다우가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잔치국수와 만두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먹었던 분만 아시지요? 참석자가 적어서 배만 컸으면 두 그릇을 먹어도 되었지만 한 그릇으로도 양이 넘쳤습니다. 상희님, 국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식은 빠뜨릴 수 없는데 국수 먹는다고 영아님과 서영님이 양보다 질로 맛있는 크래커와 쿠키를 준비해 오셨네요. 역시 센스가 넘치는 두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11월 다회는 결석자의 벌칙 다식이 너무 많겠는데 역시 양보다 질로 준비하실 걸로 기대하겠습니다.


시월 다회에서 마실 차는...‘호태호’에서 제공했습니다. ‘호태호’는 근래에 저와 인연이 된 다우가 만드는 차인데 너무 맘에 들어서 제가 요청했습니다. 호태호를 만드는 차왕님도 다연회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흔쾌하게 쾌척해 주시네요. 여러 종류의 차를 보내왔는데 시월 다회에서 마실 차는 ‘22 백앵산 단주 차 경춘(景椿), ’25 이무 만송왕자산 고간대수차, ‘20 박하당 고수차입니다.


‘호태호’라는 브랜드는 올해 제가 만나게 된 차인데 제가 19년째 보이차를 마시면서 놀랄 정도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보이차를 시작하면서 숙차만 십 년, 고수차로 다시 십 년을 마셔오면서 천년보이차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첫물차의 가치를 알게 되었지요. 그 이후 이렇게 정성 들여 차를 만드는 분을 만나게 된 인연에 감사드릴 정도로 호감을 가지는 차가 ‘호태호’입니다.


지난 한가위 명절 연휴 전에 받게 된 호태호 차들을 세 번 이상 마시면서 만족하지 않은 차가 없었답니다. 그중에 세 종류를 시월 다회에서 마셔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마신 차는 한그루 차나무의 찻잎으로 만든 단주차 경춘입니다. 단주(單株) 차는 수령이 300년 이상이어서 한 지역을 대표할 만한 차라고 할 수 있지요. 景椿이라는 차 이름이 밝은 햇볕이 가득한 신령스러운 나무라는 의미인데 딱 이름에 걸맞은 향미를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차는 현재 윈난성에서 핫하다고 할 수 있는 만송 차입니다. 만송은 고수차로는 한해 생산량이 20kg도 되지 않아 찻값이 천정부지로 비싸답니다. 그 차를 마시는 건 불가능하니 이번에 마실 차는 수령 100년 정도의 대수차랍니다. 함께 차를 마신 다우들은 모두 반하고 또 반해서 계속 입맛을 다셨지요?



세 번째 차는 이 차가 아니면 이무 차구의 차를 마셔봤다고 얘기를 하지 말라는 박하당입니다. 만송은 윈난 전체에서 가장 귀하다고 한다면 박하당은 이무 차구를 대표하는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미와 첨미가 적절하게 하나의 향미로 다가오는 조화에 다들 공감했습니다. 이 정도의 차를 소장해서 마시면 더 욕심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월 다회에서 마셨던 차, 3종은 모두 열감이 좋아서 다들 땀으로 젖었다고 할 정도였지요. 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차기를 실감한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혼자 고요히 이 차를 마시게 되면 몸의 기운이 단전으로 모이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생차를 마시면서 이렇게 공감하는 자리가 드물다고 생각하는데 더 많은 다우가 함께 했다면 어려웠겠지요? ^^



시월 다회에서 80년대 노차를 마시겠다고 공언했었는데 허언이 되었네요. 단주 차, 만송차, 이무 대표 차인 박하당 고수차에 모두 만족했으니 꼭 노차가 나설 필요가 없었던 분위기였습니다. 만추 다회, 다연회 11월의 찻자리에서는 백앵산 차왕수의 왕후 차(王后茶)와 백 가지 꽃향이 담긴 차 백화향(白花香), 맑은 단맛을 가진 청첨향(淸甛香)을 음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아님이 다연회 ‘보이차 기초과정 공부’를 안내받지 못해서 거금을 들여 따로 공부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회에 참석하는 모습이 너무 노숙해서 기초과정 공부가 필요한 분이라 생각할 수 없었답니다. 결코 제가 영아님을 차별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1월 중에 올해 입회한 세 분과 함께 따로 찻자리를 가지도록 준비해 보겠습니다.


시월 다회도 너무 좋은 분위기로 찻자리를 가졌습니다. 다연회는 늘 ‘차보다 사람이 우선하는 모임’으로 찻자리를 가지도록 애쓰겠습니다. 11월 만추 다회에서 뵙겠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