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회 2025년 9월 다회 후기
기나긴 여름 더위가 이제 물러갔나 봅니다. 처서에도, 한로에도 맹위를 떨치던 더위가 가시는 건 순식간이네요. 더위에도 따뜻한 차를 마셨는데 찬바람이 부니 유달리 차맛이 좋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9월 다회에는 열 분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차실 정원이 초과했는데 영아님이 빠지게 되어 아홉 분이 찻자리를 가졌습니다.
9월 다회에도 다식을 챙겨 오신 선영님, 서영님과 더 맛있는 차를 마시자며 삼다수를 들고 오신 미란님, 은희님 고맙습니다. 9월의 차는 노흑차를 준비했습니다. 보이차는 제가 준비할 노차가 기껏 90년 대지만 흑차는 80년대 천량차, 70년대 복전에 60년대 흑전차도 있습니다. 요즘은 흑차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즐기지 않아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흑차는 호남성 복전을 대표로 꼽지만 천량차와 광서성 육보차도 마니아 층이 있을 정도로 찾아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거에는 복전이나 천첨 등은 차마고도를 통해 티베트 등 유목민들의 식재료로 공급되었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호남성, 광서성의 특산품으로 고급차가 나오고 있어서 흑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흑차는 제다 과정에 발효 공정이 들어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흑차는 후발효차로 분류하고 장기보관이 가능하여 노차라는 특별한 별호를 가지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노차는 근래에 등장한 개념으로 상술이 개입한 결과지만 이제는 육대차류 중에 흑차만 가지는 오래 두고 마셔도 좋은 특별한 향미에 희소성이 천문학적인 찻값을 만들어냅니다.
보이차의 노차는 찻값도 비싸지만 작업차에 대한 불신이 오래된 흑차를 찾게 만들었지요. 지금도 유목민들은 신선한 차를 선호해서 오래된 차는 불쏘시개로 쓴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래된 흑차의 고유한 향미는 보이차와 다른 결로 즐길 수 있습니다. 다연회 9월 다회에서 마실 80년대 천량차와 70년대 복전차, 그리고 대장차로 60년대 흑전차는 다우들에게 어떤 느낌일까요?
처음 우리는 80년대 천량차에는 반응이 ‘음~~~’이었고, 70년대 복전차는 ‘아~~~’라고 마실만하다는 반응이었는데 60년대 흑전차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 감동의 표현이었습니다. 사실 오래된 차라고 해서 모두 긍정적인 느낌이 올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모두가 만족할만한 향미로 다가오는 차라면 비로소 ‘老茶’라고 대접을 해도 될 것입니다. 60년대 흑전차는 15번을 우렸는데 탕색이 옅어져도 다들 맛있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저도 흑차는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닙니다. 복전은 이제 고인이 된 동경당님이 선물해 주셔서 90년대부터 70년대 차까지 소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60년대 흑전차도 동경당님이 나눔 해 주신 차입니다. 복전은 즐겨 마시지 않지만 60년대 흑전차는 아껴 마시기에 다우들과 찻자리 할 때만 내게 됩니다. 보이차 노차는 없어서 못 마시지만 모두가 감동하는 60년대 흑전차는 노차 대접을 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9월 다회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다우들이 공감하는 차를 마시며 다담도 즐거운 찻자리가 되었습니다. 새내기 다우부터 20년이 넘게 차를 마신 다우까지 공감하는 차는 흔치 않겠지요. 그렇지만 다연회 찻자리는 정겨운 다담이 더 좋아서 늘 만족한 다회가 됩니다. 다회에 참석하느라 반차가 아닌 연차를 써가면서 참석하는 다우도 있으니 매달 다회는 소홀히 준비할 수 없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의 운치를 담아야 하는 시월 다회는 어떤 차를 준비해야 할까요? 아마도 다우들이 감동할 수 있는 차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시월 다회에서 마실 차를 한 가지만 공개하자면 아무나 마실 수 없는 ‘만송 왕자산 고간대수차’가 기다릴 것입니다. 기대해도 좋을 시월 다회에서 가을의 정취와 함께 하는 찻자리로 준비하겠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