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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희 Feb 06. 2024

극장 예찬

라라크루 [화요갑분]

영화를 좋아한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를 더욱 좋아한다.

관객과 오로지 빛나는 화면뿐 공간.

문 딱! 닫아놓고, 관객에게 꼼짝 말고 눈 크게 뜨고 영화에 집중하라는 무언의 압박.

 

가끔씩 옆 사람이 바스락바스락거리며 팝콘을 먹거나,

"어어!! 그래.. 나중에 내가 다시 전화할게.."라며 눈치 없이 전화받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눈에 거슬릴 때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극장만의 매력이며, 낭만이.


어린 시절에는 영화관은 일종의 나들이 장소이며 데이트 코스였다.

극장 갔다가 밥 먹고 차 마시는 코스! 극장 앞에는 쥐포, 오징어, 군밤, 고구마튀김을 파는 노점상들로 거리가 가득 찼다.

꼬릿꼬릿한 오징어를 한 움큼 씹으며 영화를 봤던 기억이 선하다.


피카디리 극장 앞에서 영화표를 입에 물고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 있는가? 영화 접속이 개봉했을 당시, 종로일대에는 ost로 가득 찼었다.

(왜 음악이 귀에 들리는 것 같지?)


요증은 모바일 티켓을 인스타에 인증하는 게 대세이지만 그 당시 영화표는 얇은 갱지 재질의 조그만 종이 쪼가리였다. (아마 40대 이상만 알려나?)

중딩시절 영화표와 팸플릿을 가지런히 스크랩해 놓고 친구들에게 대단한 보물인양 자랑하기도 했었다.  


서른 중반부터 데이트의 개념보다는 영화자체가 좋아서 영화관을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면 완벽한 몰입에 방해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도 핑계를 대며 굳이 혼자 영화를 본다.

영화가 끝난 뒤, 잔상의 시간을 혼자 오롯이 즐기고 싶은데, 누군가 함께 하면 영화 본 소감을 바로 말해야 하는 중압감? 그런 게 있어 좀 불편하다.

오락 영화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좀 곱씹어봐야 할 영화라면 나 혼자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름 소화를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앵커(공포 스릴장르)라는 영화를 보러 극장에 들어갔다. 그날따라 관객은 덩그러니 나 하나. 두둥! 혼자 보는 게 좋긴 하지만 극장에 나 혼자라는 건 좀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나 공포 장르라면...

그날은 누군가와 함께 오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이거... 나가야 하나? 환불은 해줄까? 오만가지 생각을 하던 찰나, 한 명의 관객이 들어왔다.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무서운 장면이 불쑥불쑥 나올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관객동지가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p.s.


글을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니, 결론을 어찌 내야 할지...??? 쩝!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스칼렛 오하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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