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사회> 2024.08
맛집 탐방을 즐기는 사람들은 더우나 추우나 식당 앞에서 길게 줄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왜 저렇게까지 사서 고생하며 음식을 먹으려 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전혀 힘든 표정이 아니다. 오히려 여유로워 보이고 줄 서는 것을 즐기는 듯 표정도 밝다. 그들에게 맛집 탐방은 ‘맛’ 그 자체의 경험에 머무는 것이 아닌 듯하다. 특정 장소를 방문했다는 인증, 나아가 그 공간을 경험하고 소유했다는 욕망을 드러내는 행위로 보인다. 매개수단은 SNS, 특히 인스타그램이다. 식사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면 능숙한 솜씨로 음식을 배치하고, 멋지게 구도를 잡아 사진을 찍어 SNS에 업로드한다. 이를 통해 내가 이 식당에 왔음을 증거로 남기고 경험을 박제한다. 그런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방문 경험이 성공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제 식당뿐만 아니라 버킷 리스트에 오른 공간, 장소도 인증과 공유를 거쳐 다녀감이 확인된다. 인증이 없으면 경험도 방문 사실도 부재한 것이다.
# 사진: 말레이시아 페낭, 을지로 골목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