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씩 화가 오르락내리락합니다.
나의 밑바닥을 볼 때도 있습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악마 같다고 느껴져 자괴감이 느껴지고,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오늘 엄마의 모습을 용서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며
내일부터는 아이에게 웃음을 보이리라 다짐을 하지만,
어제와 똑같은 일상에 좌절감을 느낍니다.
육아가 점점 두렵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가만히 나를 살펴보세요.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나요?
부모에 따라 화나는 부분들이 다 다릅니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먹지 않을 때 화가 납니다.
또 다른 부모는 아이가 버릇없이 행동할 때 화가 나고요.
아이가 대답을 하지 않으면 화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할 일을 하지 않고 뭉그적 거리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요.
화가 나는 원인은 한 가지만이 아니죠.
다양한 상황에서 화가 나지만, 주로 화가 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부모라면 그 지점이 어디인지 알아야 합니다.
화가 나는 부분을 알았다면,
그때 부모인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아마도, 아이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난다기보다
아이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나의 감정 때문에 화가 나는 것입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아이가 아프거나 병에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화가 나고요,
예의 없이 구는 아이의 모습에서 아이가 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운 마음에 화가 나는 것입니다.
‘화’라는 것은 우리가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화라는 감정이 밖으로 표출이 되는 것이지요.
화가 났을 때 내 진짜 마음은 어땠는지 살펴보세요.
아마도 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는
수치심, 두려움, 미움, 가여움, 아픔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감정들은 내가 자라오면서 느꼈던 감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감정,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상처와 아픈 마음들이 뒤섞여서 나타나지요.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에게는
화가 난다고 화를 낼 수 없습니다.
내가 화를 내면 상대방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거든요.
하지만 아이는 다릅니다.
내가 화를 내면 아이는 무서워합니다.
오히려 부모에게 더 매달리기도 하고요,
부모 말을 잘 들으려 눈치를 보기도 합니다.
아이의 이런 행동은 부모보다 힘이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화는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나의 화를 받은 아이는 그 화를 고스란히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두게 되고요.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모든 감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화나는 감정도 당연히 느끼지요.
다만, 화가 났을 때 내가 왜 화가 나는지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화가 나는 이유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아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이죠.
화가 날 때, 나의 수치심으로 인한 화라는 것을 알면,
아이에게 화를 내려다가도 멈출 수 있습니다.
내가 나의 수치심을 해결하면 되거든요.
화가 날 때, 나의 걱정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
아이에게 화를 내려다가 멈출 수 있습니다.
내가 나의 걱정을 잘 다스리면 되기 때문이지요.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내가 느낀 감정으로 화가 난다는 것을 안다면
나는 나의 마음을 더 잘 다스릴 수 있게 되고
아이에게 화를 줄이며 육아도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자꾸 화가 난다면,
나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나에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예전의 어떤 감정이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화 속에 숨겨진 나의 진짜 마음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