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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Feb 10. 2024

설날의 유래와 설 명칭의 변천

-구정이나 민속의 날이 아니고 설날이다


설은 음력 1월 1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하는 날이다. 이날은 설날·원단·구정을 비롯해 많은 명칭이 있다. 옛날에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가 민족 최대의 명절 기간이었다. 옛 문헌의 기록에도 이 기간에 즐기는 세시풍속도 많았다. 이때는 농한기이기도 하고 한 해를 시작하면서 복을 비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긴 명절 기간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지만 이제는 많은 세시풍속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고 심지어는 차례를 지내는 가정들도 차츰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설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우리나라의 나이 한 살 개념도 설과 관계있다. 해가 바뀌는 설을 쇠면 한 살이 된다는 셈법이다. 태어나면서 한 살이 되고 다음 새해의 설을 쇨 때마다 한 살씩 더하게 된다. 이래서 ‘설’이란 단어가 변용되어 나이를 말하는 ‘살’이 되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구정민속의 날도 아니고 설날이다     

이전에는 양력설과 음력설을 다 치르는 이중과세를 해왔다. 음력설을 인정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의 정책이 광복 후에도 계속되어 양력 1월 1일은 3일간 연휴로 하고 음력 설날은 휴일로 지정하지 않아 학교를 비롯한 관청은 정상 근무를 하였기 때문에 음력설을 쇠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래도 설 쇠는 전통문화는 없어지지 않고 살아남아 지금은 추석과 함께 3일간의 연휴에 대체 휴일까지 인정하니 격세지감이 든다.   

  

1895년 을미개혁 후 고종이 김홍집의 의견을 받아들여 1896년부터 태양력을 사용하게 되었으나 설날의 전통은 그대로 이어졌는데 일제강점기 때에 일본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말살시키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 설날 같은 우리 명절을 억압하고 일본의 명절과 행사를 강요하였다.


당시 일본인들이 쇠던 양력 설은 광복 후에도 계속 이어져 정부의 공식적인 행사는 양력설을 인정하였지만 민간에서는 전통 설을 명절로 쇠는 이중과세가 나타나게 되었다. 정부는 외국과의 무역 관계와 이중과세의 낭비성을 들어 신정을 권장하면서도 추석은 휴일로 삼는 모순적인 정책이 나오기도 하였다.      


설날 복원의 과정과 의미     

1985년 ‘민속의 날’이라는 명칭으로 국가 공휴일로 정할 때 정부는 그간의 논리를 뒤집어야 하는 곤란한 입장에서 궁여지책으로 민속의 날이라 했겠지만 어색한 변명에 불과한 말이었다. 전통적인 우리의 설이 오히려 주변적인 위치로 전락하는 느낌을 주게 되고 구정이란 말이 더 일반화하게 된다.


그러다가 1989년 설날부터 본명인 ‘설날’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민속의 날’, ‘구정’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꽤 있다. 다시 설날을 찾은 것이 30여 년이 넘었으니 구정이니 민속의 날이니 하는 말보다 당당하게 ‘설’이라는 바른 이름으로 불러야겠다.


설날을 되찾는 과정에서 양력 1월 1일부터 3일 연휴로 하던 것을 2일로 줄이고 1999년부터는 연휴였던 신정 연휴를 양력 1월 1일 당일만 휴일로 고치고 설날은 연휴로 정하면서 우리 설날의 위상을 다시 찾게 되었다.

이런 정책적인 뒷받침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귀성하여 차례를 지내고 설 명절을 즐기는 세시풍속이 많이 살아나고 있지만, 설날 차례를 지낸 후 친척들이나 동네에서 벌인 세시풍속들은 많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그래도 관공서를 비롯한 여러 기관들이 사회적으로 실시하는 민속놀이들이 행해지고 있어 세시풍속이 그 명맥을 유지해 가는 것은 바람직하게 보인다.


설을 쇠는 품속도 변해 이제 차례마저 줄어들고 연휴를 이용한 국내외 여행 등이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인데 새로운 설날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 설날이 공식화되면서 양력 정월 초하루에 새해 인사를 하고 또 한 달 남짓 만에 또 새해 인사를 하는 인사말의 이중과세로 어색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새해 인사와 전통적인 설날 인사를 구분해 쓰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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