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일기정을 열어보았다. 날짜 한 줄, 본문 세 줄 딱 그 정도. 그마저도 글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 태반. 19살 나는 무엇이 그리도 귀찮았을까. 글은 쓰지 않아도 일기를 남겨놓은 것에 과거의 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맞춤법도 엉망인 일기장을 보면, 그때의 내가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것에 참 어리석은 순수함이 함께 읽힌다. 덕분에 조금은 희망을 본다. 꾸역꾸역 세줄 남짓 되는 글을 뱉어내며 아직도 내려놓지 않은 덕분에, 나는 그때의 글을 하찮게 여길 수 있지 않았을까. 여전히 글은 잘 안 쓴다. 일기장의 나는 참 한결같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써본다. 혹시 모르지. 미래의 내가 이 일기를 본다면, 또 감사함을 느낄 지도. 여전히 가을을 기다리는 여름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