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가기 위해 샤워를 하던 중, 문득 사는 게 귀찮아졌다. 동시에 죽는 게 두려워져서 그 사실을 금방 잊기 위해 노력한다. 씻고 나오니 귀찮은 마음은 사라졌지만, 죽는 게 두려운 건 여전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나는 전혀 우울하지 않다. 어쩌면 나름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걱정은 많지만, 걱정이 많은 이유는 잘 살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내가 귀찮았던 것은 사는 것에 대한 해답이 아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형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그 속에서 무수히 많은 살아가는 순간들을 목격한다. 사는 게 귀찮을 때, 이제는 지쳐버린 나에게 무엇을 더 이상 바라지 않을 때, 그럴 땐 누가 나를 바라봐줄까. 쓸쓸하게 떠나버린 사람만을 탓할 순 없다. 매 순간에 살아감을 느끼고, 내가 살아가는 순간을 기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