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전 날, 한마디
학창 시절 공부를 못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내려놓았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헤매었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대학은 거의 필수로 가다시피 했고, 나이가 이십 대 초반이라면 그는 학생이 아님에도 학생이라 불린다.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공부를 내려놓았다고 했지만, 남들이 하는 것들은 다 해보고 싶은 성격 탓에 취업계 대신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이름부터가 일반계다. 일반, 그게 나를 자극했다.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나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뒤처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반에서 공부를 못하거나 안 하는 학생들이 취업계를 간 것도 꽤나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 또한 이 유형의 학생과 같은 부류였다. 당시 담임 선생님은 나의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을 말렸다. 나는 공부와 거리가 멀어 취업계에 가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나는 이 말에 납득하지 않았고, 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특별하지 않은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선생님의 말씀 대로 나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고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나와 같은 유형의 학생은 선생님의 짐덩이에 불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반계 고등학교 입학하고 일 년 후 좋아하는 일도 내려놓게 된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보자 했다. 일반계에 온 이상 대학은 가야만 했다. 그러나 과거 좋아하는 일에 빠져 공부를 소홀히 한 탓에 내 점수는 곤두박질쳤고, 뒤늦게 올린 점수 덕에 간신히 지방에 있는 4년제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
4년제 대학교에 취업하면 취업은 우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에 늘 그래왔듯 항상 남들이 가는 만큼은 내가 어떻게든 따라왔으니깐. 취업도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큰 착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나의 선택지가 점차 줄어들어 이제는 선택의 폭이 무척이나 좁아졌다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내 선택에 따라 미래는 계속해서 바뀌었고, 나아갈 길은 좁아지고 있었다.
선택영역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사회도 변하지만 나도 변한다. 형태가 명확하다는 건 통과할 구멍이 적다는 것. 몇 년을 걸쳐서 만든 나 자신이 볼품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러지 말 걸, 그때 다른 길을 갈 걸······.
후회해도 소용없다. 취업은 아직도 나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지금껏 본인이 특별하다고 자부하며 남들과 똑같아지려고 애쓰고 느낀 것이 하나 있다. 결국 모두가 본인이 할 일을 찾아서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쓸모없다고 생각해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게 되어 있다는 것과 본인이 그 위치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뒤늦게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후회해도 늦었고, 걱정해도 변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힘들 것이지만 그래서 재밌을 것이라고. 꿈이 있다면 그대로 나아가면 되는 거고, 꿈이 없다면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라고. 자신의 형태가 어떻든 스스로를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라 말하고 싶다. 세상은 생각만큼 각박하지 않다.
자신의 견해에 맞게 흘려들어도 되고. 이 글의 소견에 맞게 마음을 조금은 비워도 된다. 결정은 결국 스스로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글을 읽은 당신이 항상 빛 나길 응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