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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옹 May 26. 2024

01. 우당탕탕 MZ신규교사 이야기

00. 프롤로그 : 앞으로 할 이야기에 대해서


 어언 집 떠나온지 9년차, 나는 파릇파릇한 사회 초년생이자, 내집 마련과 주식 대박을 꿈꾸며 늘 칼퇴를 희망하는 소위말하는 ‘MZ세대’ 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늘 맑은 눈을 가지고 있고, 업무 중에는 에어팟을 끼고 있어야만 할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늘 남고생에게 기가 빨려 초점이 없는 동태눈을 가지고 있으며, 업무 중에는 에어팟보다는 무선마이크를 들고 ‘애들아 니네 노이즈 캔슬링좀 해라’ 라고 외치고 다니는  파릇파릇 태어난지 얼마안된 신규 교사다.

 

 집을 떠나온지는 무려 9년차지만, 3년은 기숙형 고등학교, 4년도 타지의 대학교를 다녀 사실상 사회에 진입한 지는 딱 2년차 되시겠다. 게다가 대학교 4년중에 2년은 모두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COVID-19’ 사태로 인해 사실상 코로나 학번인 나는 제대로된 대학생활도 없이 2년을 날려먹고, 마지막 학년엔 임용고시 준비를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인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마치 24년 내인생이 훅하고 지나버려 마치 3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었고(실제로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나가는 세월을 붙잡으려 펜은 아니고 키보드를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서울에서 근무하는 2년차 교사이다. 00년생인데, 학교에서는 처음으로 태어난년도 앞자리가 2인 사람을 처음 보시는지 다들 놀라시는 분위기였다. 사실 기분 좋았다.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스스로 거만해 지지 않도록 노력을 좀 했던 것 같다.


 본가와 대학이 모두 지방이었던지라, 사실상 서울에 살아보는건 처음이었다. 급하게 월세방을 구하고, 처음으로 왕복 2시간거리를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내가 이렇게 까지 서울에 살아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서울시 공무원인걸…) 연령 상 학생들과 선생님들 평균 연령대의 딱 샌드위치 연령인지라, 외롭고 슬플때도 많았던 것 같다. 퇴근하고 한시간 지옥철을 타고 집에 오면 기가 빨려 12시간을 내리잘 때도 있었고, 학생들의 인생이 걸려있다는 막중하고 과도한 책임감에 집에서 혼자 울며 알코올을 한두잔 마신 적도 있었다.


 사실, 임용된 지 첫번째 년차부터 여러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함께 울며, 공감하고 슬픔을 나누었을 때도 있었다. 사실 그때는, 지난 몇년간 열심히 공부한 것은 뒷전이고, 정말 이 일이 내가 평생할 수 있는 직업인가 진지하게 의심이 되어 다른 일을 생각해 본적도 있었다. 그런데 많은 선생님들과 이야기하고 스스로 여러번 생각한 결과, 박봉과 여러 위험성, 막중한 책임감을 이겨내고 매일 같은 위치에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정말 인간으로서 사랑하기 때문임을 알았다. 단순히 매달 나오는 월급, 직장의 개념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 하나로 매일같이 같은시간에 일어나 학교에 오는 분들이셨다.


 가끔 친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어차피 애들은 나중에 잘되어도 선생님 덕이라고 생각안해, 자기가 열심히 해서 잘되었다고 생각하지…” 당연하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드라마, 영화에서도 늘 선생님은 조연으로 나온다. 학원물 로맨스 영화에서도, 청춘 드라마에서도 주인공들 곁에 늘 있으며 핀잔만주는 그런 역할 말이다. 주인공이 아니라 속상하지 않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아이들 인생에서 거쳐간 선생님만해도 몇십분 이실테고, 담임선생님만 추려도 초등학교6년에 중학교3년, 고등학교3년을 합치면 12분이다. 나도 그분들이 다 기억나지 않는데, 어떻게 아이들보고 나를 계속 기억해달라고 말하겠는가. 그냥 아이들이 나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그 순간이 즐거운거다. 제일 성장이 눈에 보이는 시기에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행복한거다.


 그걸 이제서야 알았다. 작년과 이번년도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학생들을 따라올라와 2년째 학생들을 보게 되었다. 1년만에, 나와 학생들 모두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작년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왔던것이, 이제는 내가 아이들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개입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다 보면, 아무래도 사회의 압축판이다보니 다양한 현상들이 관찰된다. 그런 이야기들과 더불어 다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나의 이야기, 그리고 세상에 이야기 그래서 만들어지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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