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간주인 Apr 29. 2024

브런치 알림, 새벽에 깨버렸다

부끄러운 나의 고백

잠결에 브런치 알림 소리가 들렸다.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40분.


어, 이상하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이 잠드는 나다.  알람 3개가 동시에 울려야 겨우 일어나는 사람이다.

게다가 가장 피곤하고 일어나기 싫은 월요일인데...


내가 왜 이런 이상반응을 보였을까?


부끄럽지만 고백한다. 브런치 라이크잇 중독임을.


잠결에 생각했다. 이 시간에 내 글을 읽고 라이크를 누르는 사람이 다 있네. 누굴까?

핸드폰을 켜고 알림을 확인했다.

.

.

.

'어라, 라이크가 아니네'

한 구독자의 글 발행 알림이었다.

'뭐 이리 새벽에 글 올려 단잠을 깨우나' 

라이크의 설레임이 깨지는 순간 짜증이 났다.


내 기상시간은 8시다. 더 자야 한다. 월요일인데 이러면 1주일이 피곤하다. 잠을 청했다

이런, 잠이 오지 않는다. 갈수록 정신이 맑아진다. 젠장!


침대에서 뒤척이다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이런 새벽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작가 프로필 페이지에 들어갔다. 글도 많고 구독자가 1600명이 넘은 분이셨다. (혹시나 해서 작가님은 밝히지 않는 걸로)

작가님 글을 요리 저리 뒤적이다 '책이 나왔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출판 축하드린다는 댓글이 넘쳐났다.

부러웠다. 그리고 부끄러움이 따라왔다.


이런 유명한 작가님도 이렇게 새벽까지 글 쓰는데 나는 이제 겨우 글 몇 개 쓰고 '왜 이리 반응이 없지?' '그만할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짝사랑하다가 제풀에 지친,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내 이야기와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을 가져보고 싶다. 

은퇴 후 작가라는 명함을 갖고 싶다.

이런 꿈을 가지고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혼자 불타오르다 꺼져가고 있었다.


커피를 내렸다. 책상에 앉았다. 브런치를 열었다.

이 기분을 글로 남겨놓고 싶었다.


키보드를 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꿈을 좇는 무명배우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봐주는 사람 없어도 배우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 비록 '지나가는 사람 1'이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포기할까 말까 10년, 20년 '딜레마 시기'를 극복하고 꿈을 이룬 무병배우는 정말 멋진 사람이다.


나에게 글 쓰기는 참 이중적이다. 내가 쓰는 게 '뻘글' 같아 발행하기가 부끄럽다. 하지만 사람들이 봐줬으면 한다. 보통 부끄러운 건 감추고 싶은데 말이다.


나는 지금껏 먹고살기 위한 일만 했었다. 시간의 경제적 효율성과 속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도 안되고 시간도 많이 들어가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건 내 마음의 이중성인가? 내가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언제 초보자 딱지를 떼고 글 같은 글을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꿈을 좇는 무명배우 같은 삶을 살아가 보련다.  뭔가 생각 정리가 된듯하다. 월요일 새벽잠을 날렸지만 뿌듯하다.


이런 늦었다. 출근준비를 해야 한다.


출근해서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월요병 없는 일주일 시작하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훅 들어온 아내의 질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