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이 '시간주인'이 된 이유
"이건희 회장의 하루도 24시간, 우리의 하루도 24시간."
"그래서 시간은 공평하다."
세상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나는 이 말이 "학원 안 가고 수능 만점 받았어요"라는 말처럼 들린다
시간당 만원과 수백만 원 받는 사람, 시간의 환산가치.
연인 만날 때와 상사를 만날 때, 시간의 속도.
금요일 퇴근과 월요일 출근, 시간의 감정.
활기찬 청춘과 무기력한 노년, 시간의 밀도.
가는데 순서 없다, 시간의 생명.
시간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의지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근무시간과 출퇴근이동시간을 빼면 잠자기 전까지 내 시간이 얼마나 있나? 아마 그 시간마저도 지쳐서 온전히 사용하기 어렵다.
주중 완전 방전됐기 때문에 주말은 충천해야 한다. 역시 회사 영양권 안에 놓여있다. 자본가, 사업가, 자영업자, 프리랜서, 은퇴자, 직장인 모두 '자유의지 시간'이 다르다.
나는 24년간 한 직장을 다녔다.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연봉이 높지 않았다. "난 삼성은 못 들어갔지만 삼성 만큼 받겠다"라는 목표가 있었다. 10년 차 됐을 때 사업아이템을 제안했고 새로운 사업팀을 만들었다.
"죽으면 어차피 잠만 잘 텐데 집에 가서 자면 뭐 해, 일하자" 부끄럽지만 저땐 진짜 이랬다. (동료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야근은 일상, 밤샘도 많았다. 나의 시간은 없었다.
결국 번아웃이 왔다. 아들이 대학 간 후 빈집증후군도 같이 왔다. 싱글대디 재혼가정이라 나는 아빠엄마 역할을 같이 해야 했다. 정신과 체력이 고갈됐지만 나의 시간은 여전히 회사에 얽매여 있었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버틸 수 없었다.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 당시 한달살이가 유행이었다. 와이프와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사람들이 가장 선망하는 뉴욕으로. 보상심리가 있었던 듯하다. 며칠을 주저하다 대표에게 보고했다. 대표는 웃으며 나를 반겨줬다. "저 한 달 휴가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대표의 웃음기가 사라지면서 "책임자가 그리 오래 자리 비워도 되나, 2주만 다녀오지"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나는 간절했다. 아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안됩니다. 벌써 티켓팅했습니다" 대표 "응?..."
결재는 났지만 대표가 만나는 사람마다 내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쫄리긴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내가 죽게 생겼는데. 다행히 복귀했을 때 책상은 그대로 있었다.
20년 직장생활 처음으로 한 달의 내 시간을 가졌다. 뉴욕에서 특별히 한 것은 없었다. 숙소인 브루클린 주변을 산책하고 카페에서 책 읽고 마트에서 장 봐서 요리해 먹었다 (뒤늦은 웨딩촬영도 했다)
회사 전화가 안 와서 좋았고 클라이언트가 괴롭히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하기 싫을 땐 안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와 부부에 집중했다. 회사 다닐 때 몰랐던 새로운 생각과 느낌, 그 충만함을 경험했다. 우린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나중에 알았다. 이 시간이 '시니어 갭이어'라는 것을.
한달살이를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표면적으로는 크게 바뀐 게 없었다. 여전히 회사 다니며 많은 시간을 월급과 바꾸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지금의 시간은 의미가 다르다. 과거엔 내 시간을 떨이로 회사에 다 팔았다면 지금은 '시간주인'이 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나는 '자발적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
1. 월급을 대체하는 소득을 만들기 위해 투자공부를 한다.
2. 재미 혹은 의미 있는 것을 찾아 미리 경험한다.
3. 운동과 식이, 건강한 시간을 늘린다.
4. 가족과 공유하고 같이 준비한다.
브런치에 글 쓰는 것도 '시간주인'이 됐을 때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쓰기 위해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을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같이 배워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