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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Apr 10. 2022

평소 모아둔 자료와 메모로 맥락 있는 글 구성하기

처음부터 글의 목표와 주제를 분명히 하자 |

글을 쓸 때 다들 잘 알면서도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바로 글을 쓰다가 맥락을 놓치는 것이다. 그래서 한참 쓰다가 문득 ‘내가 뭘 쓰고 있었지?’라는 자문을 하곤 한다. 

글을 쓰려고 생각을 떠올리거나 모아둔 자료를 엮다 보면, 하나의 생각이나 자료에 몰입해 처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틀어질 때가 있다. 문득 떠오른 한 생각에 꽂혀 열심히 쓰다 보면 처음 의도한 관점 및 방향과는 결이 달라지는 부분이 생기곤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많아질수록 독자 입장에선 산만하게 느껴지거나 논지를 알 수 없는 글로 다가오게 된다.      


방향성이 분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려면 다음의 세 가지를 염두에 두면 좋다. 

첫째, 타깃 독자를 분명히 한다. 타깃 독자가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가진 독자인지, 어떤 성별이나 연령층이 많은지, 대략 삶의 모습은 어떠할지 등을 자세히 분석하고 구체화해 본다. 그렇게 설정한 타깃 독자와 마주 앉아 직접 이야기하듯 써가면 더 전달력 있고 분명한 글이 된다. 글을 통해 전하려는 목적과 대상에 맞는 메시지에 계속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 글을 통해 나와 독자가 얻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글을 쓴다. 처음부터 글을 쓰는 목적과 독자에게 던질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쓰면, 중간에 방향을 잃지 않는다. 

셋째,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맨 위의 첫 줄에는 글의 큰 주제와 해당 장의 주제를 써놓고 시작한다. 목표가 분명해야 다른 자료를 봐도 휘둘리지 않고 내 주제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즉, 내가 무엇을 쓰고자 하는지, 처음부터 주제가 분명해야 글이 산으로 가지 않는다.      


한 줄 주제로 시작하기 |

단 1분만이라도 잠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아주 짧은 시간에도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떠오른다. 단 1분이라도 한 가지 생각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만큼은 주제에 맞게 일관된 맥락으로 흐름을 타야 한다. 그래야 읽는 사람도 이해하기가 쉽고 잘 빠져들 수 있다. 본래 잡생각이 많은 게 사람의 생각이므로 한 가지 맥락을 유지하며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일관된 주제로 맥락이 잘 잡힌 글을 쓸 수 있을까? 

보통 전체 글 중 하위 주제의 한 장이나 절을 ‘꼭지’라 부른다. 꼭지 내 문단은 대략 ‘리드문(동기부여나 자극이 되는 문제 제기 또는 인용구)-주제문-근거-자료-마무리(해결방안 또는 제안 및 제시)’ 등으로 구성된다. 한 꼭지 안에는 전체를 일관하는 소주제가 있고, 꼭지를 구성하는 각 문단 역시 각기 말하고자 하는 요지가 있다. 

어떤 글이든 시작할 때부터 요지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논리로 풀어갈지 얼개가 짜이고, 어떤 자료와 예시로 살을 붙여갈지 구성이 잡힌다.


나의 경우는 한 꼭지를 쓸 때, 해당 꼭지에서 말하고자 하는 소주제와 결론을 가장 먼저 상단에 한 줄씩 써 놓는다. 그리고 소주제에서 결론으로 이어지는 논리적 흐름을 그 밑에 한 줄씩 써 본다. 그러면 단 몇 줄만으로 도입부터 결론까지의 논리적 얼개가 금새 짜여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 몇 줄에 자료와 살을 붙여 나간다. 한 줄은 곧 한 문단이 되고, 몇 개의 문단은 곧 한 꼭지가 된다. 이렇게 글을 쓰면 처음부터 일관된 흐름을 맞춘 한 줄에서 시작했기에, 한 줄 주제에만 집중하면 방향과 맥락이 분명한 글이 나온다. 때문에 시간적 문제로 글쓰기를 중단한 단절의 시간이 길어지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관점의 자료를 사용하더라도 여간해선 맥락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글 뻥튀기하기 |

각 문단에 해당하는 한 줄 주제를 잘 연결해 전체 체계를 탄탄히 세워두었어도 막상 살을 붙이려면 쉬운 게 아니다. 사람은 먹는 대로 살이 찌지만, 글은 자료만 붙인다고 자연스레 살이 붙지 않는다. 어설프게 자료를 붙이다 보면 주제와 자료가 맥락을 잃고 따로 놀아 산만해지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또 문단에 들어갈 핵심 주제를 잘 잡아놓았다 하여 거기에 들어갈 자료가 빨리 찾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글쓰기에는 약간의 뻥튀기 기술이 필요하다.     


그럼 글을 어떻게 뻥튀기할까? 

마른 옥수수에 약간의 조미료를 치고 열과 압력을 가하면 부드럽고 맛있는 뻥튀기가 된다. 글에도 약간의 조미료와 열, 압력이 필요하다. 기존에 모아왔던 자료와 메모는 열이 되고 순간적인 몰입은 압력이, 사고의 깊이와 필력은 조미료가 된다. 

일단 글에 열을 가하려면 꾸준히 모아온 자료와 평소에 생각을 적어두었던 메모들이 필요하다. 모아둔 자료나 평소 정리해둔 메모를 내용별로 나누고 내용 단락별로 한 줄 요약을 붙여 둔다(PC에서는 메모 기능을 쓰고, 인쇄물에는 포스트잇을 붙인다). 이렇게 해두면 자료의 양이 아무리 많아도 성격을 파악기가 쉽다. 그리고 모아둔 자료를 더 빨리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단시간 내 글을 풍성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만약 독서에 대한 글을 쓴다면, 평소 독서에 관해 모아둔 자료나 메모를 내용별로 분류하고 범주에 맞게 모아둔다. 글을 쓸 때 이런 식으로 비슷한 류끼리 모아 하나의 파일을 만들고, 출력해서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다시 손으로 적어둔다. 글이란 읽을 때마다 다른 생각, 다른 경험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틈틈이 꺼내 보고 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 관련된 기억이나 예시 등을 추가해서 적어두거나 입력해 놓는다.      


글에 압력 가하기 |

모아둔 자료를 활용할 때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하면 좋을까? 

구성하고 싶은 자료들을 내용별로 잘라 퍼즐 맞추듯 문단의 위아래로 배열을 옮기며 논리적 맥락을 맞춰본다. 한 줄 요약만 잘라 이리저리 옮겨가며 구성을 잡아보는 방법도 좋다. 어떤 흐름으로 연결할지 집중해서 잘 생각하다 보면 좀 엉뚱해 보이는 자료라도 반전 논리를 만드는 데 활용하거나 폭넓은 해석으로 응용해볼 수 있다. 

다음으로 집중과 몰입을 통해 생각의 흐름에 압력을 가해본다. 원래 짜두었던 글의 전체 구성과 흐름에 맞게 자료의 어울림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 보는 과정이다. 대략의 구성과 흐름이 잡히면 원래 짜놓았던 기본 구성 틀에 모아둔 자료와 메모를 배치한다.      


맥락에 맞게 살 붙이기 

‘파격’은 글쓰기에도 의외의 성과를 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잡은 구성보다 우연히 잡아 본 파격적인 구성이 더 흥미진진할 때가 있다. 

논리적 순서에 맞게 한 줄 주제를 나열하여 전체 체계를 잡고, 모아둔 자료와 메모에 한 줄 요약을 달아 본문 체계에 덧붙였다면, 이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다듬어주면 된다.

무엇이든 쌓아진 시간만큼 깊이와 가치를 발하는 법이다. 자료와 메모는 평소에 시간을 들여 모으고 사색한 결과이다. 글 역시 평소에 쌓아둔 자료와 메모를 통해 근거와 사례가 풍성해지면, 단시간에 쓰더라도 깊이와 가치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구성의 어우러짐과 맥락의 자연스런 흐름을 확인한다. 길지 않은 시간에 한 꼭지가 완성된다. 이것이 평소에 붙잡아둔 시간(자료, 메모 등)과 한 줄 주제라는 “문제(사고)의 단순화”가 보여주는 놀라운 효과이다.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자료몰입의 시간 |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단연 “몰입의 시간”일 것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몰입을 하면 중요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다. 구성잡기, 자료분석, 아이디어 창출 등 주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작업들은 몰입과 집중을 할 때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이런 작업이 늘어날수록 글은 깊이와 깊은 울림을 갖는다. 

한편으로는 바쁘게 살아가는 생존의 틈바구니에서 대체 언제 몰입의 시간을 만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사실 가만히만 있어도 정신없는 것이 현대사회이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고 복잡하며, 조용히 사색할 잠시의 시간을 만드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몰입은 꼭 거창하게 책상 앞에 앉거나 준비를 다 갖췄을 때만 되는 것이 아니다. 토막시간이나 조금은 번잡한 환경이라도 마음가짐과 의지에 따라 몰입은 가능하다. 어찌 보면 몰입은 고도의 집중 상태로 가는 반복된 연습과 훈련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조금씩이라도 몰입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을 만들다 보면, 짧은 토막시간 속에서도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몰입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자주 집중하다 보면 점차 더 짧은 조각시간, 더 번잡한 환경에서도 더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글쓰기 역시 연습과 훈련의 결과물인 것 같다. 세상에 무엇 하나도 연습과 노력 없이 숙달되는 것은 없듯이 글쓰기 역시 연습과 노력으로 점점 숙련해가야 할 길고 긴 길인 듯하다. 

하지만 길고 긴 글쓰기의 여정 끝에는 고생 끝에 낙원과도 같은 자신만의 소중한 책 한 권이 나와 있을 터이니.. 이 정도면 괜찮은 장사라 할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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