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 우리다움 등.. 주체적인 모습을 찾는 것이 요즘 시대의 트렌드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인 한국다움이란 무엇일까?
그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인간 중심의 문화감성"을 들어볼 수 있다.
오늘은 <표류사회 : 한국 여성 인식사>((도)아이필드, 2021.10.출간) 의 한 부분을 소개해 본다.
한국 철학은 주체적인 인간 중심의 사상을 갖고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를 종교백화점이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독교 종파가 번성한 곳이라느니 하는 평을 하기도 한다. 유난히 종교적 감성이 발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것은 사람의 존엄성을 도덕의 근원인 하늘과 연결시키는 뿌리 깊은 영성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논리적인 이성 문화가 발달한 서양에 비해 우리는 가슴과 영감을 움직이는 감성과 영성 문화가 발달했다. 이러한 특징은 이미 고조선 시대부터 찾아볼 수 있었다.
고려대 명예교수인 설중환 박사는 단군 시대부터 내려온 한민족의 이상적 인간관과 이상향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사람에게는 모두 하나님 내려와 계신다는 일신강충(一神降衷) 모티브,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든지 스스로의 안에 있는 하나님을 찾아 그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성통광명(性通光明) 모티브, 이후 하나님의 뜻대로 이 세상을 이치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재세이화(在世理化) 모티브, 마지막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대인이 되어야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 모티브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이상향은 우리 역사 내내 계승되었다.
〈광대토대왕 비문〉에도 새겨진 고구려 시조 고주몽의 유훈인 ‘이도여치’(以道與治: 도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진리와 정의의 실현 정신을 잘 보여준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이름을 『삼국유사』는 ‘광명이세’(光明理世: 밝고 환한 빛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라고 해석했다. 광명이세에는 신라의 개국 정신이 담겨 있다. 신에게 의존하지 않고 사람의 본성에 내재한 하늘의 광명을 밝혀(성통광명) 세상을 바르게 한다는 인간 주체적인 사고가 담겨 있다.
이처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을 믿으라는 이론적 바탕이 굳건했기에 오히려 다양한 종교 문화와 영성 문화를 수용하고 융합할 수 있었다. 인간의 존재 의의와 가치가 명확했기에 하나의 종교나 교리에 갇히지 않고 필요에 따라 변용이 가능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