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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Apr 24. 2022

한국문화의  '우리다움'


| 한국문화의 '우리다움', 그 특징을 알아두면 좋을 이유 |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K-문화의 안에는 면면히 흐르는 '우리다움'이 존재한다.

그 문화적 코드를 더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더욱 우리다우면서도 세계적으로 응용이 가능한 문화 창의성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도)아이필드에서 나온 <표류사회>를 참조해주기 바랍니다.)


| 한국문화의 '우리다움' 특징 3 : 보편하고 평등한 인본사상, 미래지향적인 낙천적 시각 | 

저번 글에서 한국다움의 특징 두 가지를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나머지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셋째, 홍익인간은 모든 인간을 향한 보편적 존중과 평등을 지향한다. 보통 자기 민족만의 우수성과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홍익인간은 나와 너를 넘어 ‘우리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할 것을 천명한다.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건국이념이다. 17~18세기 들어서야 천부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보편적 존중과 평등이 자리 잡기 시작한 서양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특히 홍익인간은 인본(人本) 사상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미래지향적이다. 세상은 우선 ‘나’라는 존재가 있어야 느낄 수 있다. 내가 없으면 내가 느끼고 인식하는 세계 역시 존재할 수 없다. 물론 객관적인 타인의 세계는 존재하겠지만, 내가 느끼고 구성하는 ‘나만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세계가 먼저냐, 내가 먼저냐를 따지고자 한다면 당연히 나라는 존재가 우선이 된다. 인간과 하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하늘도 인간이 있어야 믿고 경외할 수 있는 것이다. 행위의 당사자인 인간이 없으면 신앙도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의 중심은 ‘인간’이라고 보는 것이 인본 사상이다. 사람이 모든 일의 중심이자 근본이라는 것이다. 이에 천신인 환웅도 인간 세상에 내려가길 소원했고, 한국 신화 속 다양한 신들은 늘 인간 세상을 관찰하거나 직접 인간으로 태어나기도 했다. 

나아가 인간을 사랑하고 생명을 바르게 이끄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지 종교 교단을 위해 생명이 있는 게 아니라는 뚜렷한 의식이 있었다. 이에 살생을 피하는 중들도 백성이 위험에 처하면 죽창을 들고 산에서 내려와 승병이 되었고,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길 때는 다양한 종단의 인사들이 종교를 가리지 않고 힘을 모아 다 함께 의병 활동을 하기도 했다.


| 한국문화의 '우리다움' 특징 4 : 주체적인 당당함, 자율적 문화에서 나오는 자유로움 |

넷째, 우리 전통 사상은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 인간의 위상을 분명히 했다. 진리의 기준이 신에게 있다면 인간은 순종하는 타율적 존재가 된다. 하지만 진리가 내부에 있으면 인간은 수도를 통해 스스로 이상을 이루는 자율적 존재가 될 수 있다. 별것 아닌 듯한 이 차이가 인간의 주체성과 자율성에 큰 차이를 만든다. 진정한 자유란 올바른 정의 내에서 자신답게 생각하고, 본성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매는 하늘을 활공하고 말은 땅을 박차며 고래는 바다를 유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라 할 것이다. 

 그러면 인간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중시한다는 것은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날까? 만약 올바름의 근거가 하늘에 있다면 주체와 자유를 찾기 위해 하늘(신)에 의지해야 한다. 하늘의 선택을 받는 선민(選民)사상은 결국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해진다. 반면 하늘의 자손이라는 천손(天孫) 사상은 결국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때문에 ‘인간의 주체성·자율성·완성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의 이상과 방식은 크게 달라진다. 

내 마음이 옳다고 느끼면 행동하는 것이다. 신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이 순간에 존재하는 내가 판단한다. 내 마음이 뭉클해지면 가서 돕고, 옳은 일이라 느껴지면 죽음이 예상돼도 기필코 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이 땅에서 수많은 의인과 의병을 일으켰고, 동학농민혁명과 온갖 민주화 혁명 및 촛불혁명 등을 만들었다. 


| 한국문화의 '우리다움' 특징 5 :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인(仁)의 문화 |

다섯째, 어진 마음[仁]으로 생명을 살리기 좋아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동방예의 군자국(東方禮義君子國)이다. 

오래된 이웃 나라 중국에는 우리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여러 기록이 남아 있다. 그들은 우리를 동쪽에 사는 이(夷)족이란 의미로 ‘동이’(東夷)라 불렀다. 그리고 동이의 후손이 세운 나라를 대략 부여, 고구려, 동옥저(고구려에 흡수됨), 한(韓: 고조선에서 유래한 마한, 변한, 진한으로 후에 신라, 백제가 되었음) 등으로 기록하고 있다.(『삼국지』 「위서 동이전」) 우리의 오래된 특징을 어슴푸레한 중국의 옛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夷)라는 글자는 동쪽에 사는 이들을 뜻하는데, ‘클 대(大)’자와 ‘활 궁(弓)’ 자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사람은 대개 살아가는 땅의 성질에 순응해 성격이 형성된다. 오직 동이(東夷)만이 클 대(大) 자에서 유래했는데, 그들이 대인들이기 때문이다. 동이는 풍속이 어질고[仁] 오래 살며 군자가 죽지 않는 나라이다.
살피건대 그곳 하늘은 크고 땅도 크며 사람 또한 크다.
 …  
이(夷)는 공평[平]하다는 뜻으로도 쓰이니 군자란 동이 사람 같은 이를 말하며, 동이사람과 같은 행실은 복을 불러온다.

공자가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나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건너 군자가 죽지 않는 동이의 나라에 가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까닭이다.” _(『설문해자』) 
 “‘이(夷)’라는 글자는 바르다[正]는 의미로 만들어졌는데, 옛 문자의 ‘어질 인(仁)’ 자와 같다.” _『설문통훈정성』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사상인 유교는 ‘인’(仁)의 철학이다. 유교는 인(仁)을 완성한 성인군자가 되려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본래 ‘어질 인(仁)’이란 글자는 우리 민족의 옛 이름인 이(夷)라는 글자에서 나왔다. 어진 군자가 끊이지 않고 나오며 바르고 공평한 문화를 가진 동이의 문화는 당시 가장 이상적인 군자의 문화로 여겨졌다. 그리하여 공자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자 바다 건너 동이국으로 가고 싶어 했다. 

동이의 풍속을 가장 이상적이고 인간다운 문화로 보았던 고대의 시각은 글자로도 남았다. 동양 최초의 문자인 갑골·금석문은 동이족이 사는 곳을 ‘인방’(人方)이라 표시했다. 즉, 처음에 인(人)이란 글자는 동이족을 지칭하는 문자였다. 하지만 여기서 차츰 사람[人]이란 의미와 동이[夷]가 나누어지고, 여기서 다시 어질다[仁]라는 글자가 파생하였다.

사람은 자기 얼굴을 스스로 보지 못한다. 거울이나 사진을 통해야만 비로소 자신을 볼 수 있다. 사회상이나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볼 수 없다. 오히려 객관적인 이방인의 눈으로 볼 때 진정한 모습이 더 잘 보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군자국인 동이를 상징하는 글자에서 ‘사람[人]과 어질다[仁]’라는 글자가 나왔다는 것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동방을 이(夷)라 하는데, 이(夷)라는 것은 곧 뿌리이다. 그들은 어짊[仁]을 말하고 생명을 살리기 좋아하는데, 마치 만물이 땅에 뿌리박고 나오는 것과 같다. 천성이 유순하고 도(道)로 다스리기가 쉬우므로 군자가 죽지 않는 나라이다.”_(『후한서』 「동이전」)     

동양의 중요 고전인 『주역』이란 책에서는 하늘과 인간의 공통점을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찾는다. 우선, 하늘은 만물을 낳고 또 낳는 ‘생생지덕’(生生之德)을 가지고 있다. 따뜻한 햇볕이 식물과 동물 등 뭇 생명에 끝없이 에너지를 전해 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한편, 사람은 하늘의 덕을 닮아 생명을 돌보고 살리기 좋아하는 ‘호생지덕’(好生之德)을 갖고 있다. 사람의 본성과도 같은 이 특징을 공자는 ‘인(仁)’이라고 표현했는데, 우리말로는 얼(마음, 영혼)이 짙다는 의미로 ‘어질다’라고 표현한다. 즉, 생명을 살리기 좋아하는 인·어짊은 마음의 본성이다. 누구나 눈앞에서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하면 자기도 모르게 구하려 하고, 죽어가는 동물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돕고 싶어 한다. 그렇게 생명을 측은하게 느끼는 마음이야말로 우리 마음이 본래부터 ‘인(仁)하다’는 증거라고 맹자는 말했다.(사단: 측은지심) 

그런 인의 마음이 감정으로 드러나면 사랑이 되는데, 사랑은 동서고금 모든 종교와 가르침의 근본이었다. 사람 간에 어진 사랑의 마음을 올바로 표현하는 행실이 바로 예(禮)인데, 예를 잘 실천하는 동이 사람의 풍속을 두고 당시 사람들은 동방예의지국이라 평하였다. 어짊을 이룬 대인과 군자가 끊임없이 나오는 군자국으로서 동이의 풍속은 당시의 모범이 될 만했다.     


<나머지는 다음 글에서....>


(한국의 고대부터 근대까지 주체적이고 당당했던 여성들의 세계를   

   한국문화의 흐름 속에서 살펴본 <표류사회: 한국의 여성 인식사> 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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