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사상도 그것을 실행하지 않으면 좋은 꿈을 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에머슨>
진정 열의가 있다면, 나중에 하겠다고 말하지 말고 지금 당장 이 순간에 할 일을 시작하라. <괴테>
“준비”
예나 지금이나
책이나 저자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상당히 무겁다.
그래서 책이란 것은
많은 준비가 돼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준비하고 또 준비하다
그러다 결국 시작을 못 한다.
살면서 큰 목표가 생기면 사전조사를 하고, 자료를 모으며 계획을 세운다.
평소에 쌓아둔 준비는 큰일을 기획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책 쓰기를 목표로 한 대부분 이들도 사전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며 다양한 책 쓰기 방법을 배우거나
관련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혹은 글쓰기 모임 등에 나가보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준비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시작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더 많이 알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결국 준비하다가 질려서 시작을 못 한다.
차라리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무식하게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더 유리하다.
하루라도 빨리 일단 뭐라도 시작을 해야 무언가 진행되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생활의 달인 같은 세계를 보며 따라 하려면
누구라도 겁이 나고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다.
시작이 반이라는 명언은 책 쓰기에 있어서도 유효하다.
책은 준비를 많이 한다고 잘 써지는 게 아니다.
준비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지금 가진 내 생각은 옛 생각이 되어간다.
내가 가진 콘텐츠도 묵은 것이 되어 간다.
그래서 지금은 유용한 정보가 불과 몇 달 후에는 시들해져 있을 수도 있다.
때문에 책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특히 요즘처럼 정보의 유통기간이 짧은 시대에는 더더욱 타이밍이 중요하다.
책 쓰기에 머뭇거리며 준비만 하는 동안
자신만의 개성 있는 콘텐츠는 타이밍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 가진 콘텐츠를 바로 쓰기 시작하는 실행력이 중요하다.
큰 나무도 가느다란 가지에서 비롯되고
10층 탑도 작은 벽돌을 하나씩 쌓아가는 데서 시작한다.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처음과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이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
<노자>
높은 산을 오를 때 처음부터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면
‘저 높은 정상까지 어느 세월에 가나’하는 생각에 곧 지치고 만다.
하지만 몇 걸음 앞을 보고 그 순간에 보여지는 주변 상황을 즐기며
한 걸음 두 걸음 꾸준히 걷다 보면 곧 정상에 도달한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준비하고 공부해서 베스트셀러를 내겠다는 목표를 품고
시작하는 것보다 자료 수집과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일단 쓰기 시작하는 게
더 수월히 출간에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그렇게 쓰여진 글은 더 읽기에도 더 편안하고,
사례나 정보도 더 생생하며 자신만의 개성과 방법이
더 많이 녹아들기에 더 창의적이다.
그러니 일단 멍석부터 깔고 보자.
자신만의 책 쓸 공간을 만들고 시간을 만들고 일단 아래아한글부터 켜보자.
“준비”와 “시작”의 차이는 마음가짐과 태도의 변화를 일으킨다.
때문에 보이는 바와 생각나는 바가 크게 달라진다.
준비할 때는 보이지도 또 생각나지도 않던 것들이
책 쓰기에 돌입하고 나면 예기치 않게 떠오르거나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책을 쓸 필요성을 느꼈다면,
일단 판을 벌이고 시작부터 하자.
단순히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쓰는 중”이라는 태도 변화가 일으키는 절실함과 관점 전환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선물을 가져온다.
책을 읽고 세상을 관찰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책을 쓰고 세상을 해석하는 관점으로 돌아서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떠오르는 것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내일도 하지 않는다.
바꾸고 싶다면 내일로 미루지 말고 바로 시작하자.
나의 경우에도 그랬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주제를 정하고서 세상을 바라보니
평소 관련 없다고 생각했던 곳에서도 새롭게 보이는 게 있었다.
참 요상한 일이었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만 먹었을 뿐인데 실제로 그런 변화가 생겼다.
당시 나는 여성사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책을 쓰는 동안에는 TV에서 우연히 본 생물학 다큐나
유튜브에서 본 여러 민족의 문화사 같은 얘기 속에서도
다양한 영감과 아이디어가 튀어 올랐다.
그래서 TV를 보다가 갑자기 “좋은 문장이 떠올랐어”라고 소리치며
방으로 뛰어가 미친 듯이 쓰거나
길을 가다가 갑자기 스마트폰 녹음기능을 켜고
혼자서 열심히 떠들곤 했다.
내 머릿속에는 책과 관련한 주제가 늘 자리 잡고 있었기에
영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도
좋은 문장과 아이디어는 계속 튀어 나왔다.
그렇게 보고 듣는 일상, 어쩌다 들은 강연과 TV 속 다양한 소재들이
내가 집중하고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재해석되고, 재정렬되는 경험을 반복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특별한 발견도 생기고, 기발한 발상도 일어나면서
어느새 두툼한 책이 서점에 진열돼 있었다.
책 쓰기를 준비하겠다는 자세에서 책 쓰기를 하고 있다는
단순한 태도의 변화가 이 모든 변화를 일으킨다.
즉, 태도의 변화가 관점을 바꾸고, 관점의 변화가 사고의 방식과 폭을 바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책 쓰기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써가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아침에는 출근 준비로 바쁘고, 낮에는 직장생활이나 일상생활로 바쁘며,
저녁에는 하루를 정리하느라 바쁘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책상 앞에 앉아도 몸과 마음은 자꾸 침대로 향하려 한다.
그런 상황에서 피곤하고 복잡한 머리에 다시 시동을 거는 것은
정말 암담하기 그지 없다.
그렇기에 퇴근 후, 또는 하루를 마감한 후,
머리에 다시 시동을 걸고 책 쓰기라는 새로운 스위치를 켤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나를 몰아넣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게 바로 “일정한 루틴과 구체적인 목표”이다.
출근 전 새벽이나 퇴근 후 저녁이나, 일정한 시간을 자신과 약속하고
책을 쓰는 공간에 들어가 단 한 줄이라도 쓰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매일 습관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몸에 익어 자신과 약속한 시간이 되고,
또 상황이 되면 자연스럽게 글이 써지기 시작한다.
피곤하고 힘들어서 하기 싫다는 뇌를 그렇게 포기시키고 나면,
언제부턴가는 퇴근 후 책상에 딱 앉는 순간
자연스럽게 책 쓰기라는 스위치가 머릿속에서 켜지는 느낌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덧붙여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계속 일정과 진도를 관리해야 한다.
목표로 하는 기간까지 원고를 마감하려면
이번 달엔 최소 이 정도까지는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목표가 나온다.
목표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과
다음 달에 두 배로 글을 써야 한다는 고단함을 상상해 본다.
그러면 눕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을 조금은 다스릴 수 있다.
그렇게 꾸준히 목표와 일정을 관리하고 진도를 나가다 보면
어느새 원고를 퇴고하는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