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지인이 질문을 해주셨어요.
"보고서나 제안서를 자주 쓰는 편인데. 글 형식이 정해져 있어요.
어떤 부분은 정해진 형식에 어떤 내용을 쓰면 좋을지 몰라서 막막할 때가 많아요.
글 형식은 꼭 지켜야 하나요?"
논설문, 설명문, 소설, 극본, 보고서, 제안서, 자기소개서 등, 다양한 글만큼이나 글에는 다양한 형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는 서론-본론-결론, 기승전결 등의 구성을 보이고 나아가 두괄식, 미괄식, 양괄식 등으로 나뉘지요. 제안서는 좀 더 구체화되어 '개요(목적과 필요성, 기획 의도, 수행 방향 및 범위, 특징 및 장점 등)-계획(추진 전략, 실행 방안 및 계획, 차별화 방안, 관리 방안 등)-추가 제안' 등 아주 구체적으로 형식이 제시됩니다.
특히 질문자가 물었던 제안서의 경우 목적과 필요성, 기획 의도, 수행 방향, 수행 범위, 실행 방안, 실행 계획 등 비슷하면서도 아리송한 형식들이 이어지지요. 그 형식에 맞춰 글을 채워나가다 보면 도대체 무엇을 쓰라는 것인지, 이런 형식에 왜 맞춰야 하는 것인지 막막함과 함께 의문이 튀어나오게 마련이지요.
"네! 글쓰기의 달인이 아니라면 형식은 지키는 게 좋습니다!"
글에는 첫째, 진실성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보고서, 제안서, 설명문 등은 있는 그대로를 설명하는 게 좋고, 논설문이라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 관계를 짚어주는 게 좋으며, 문학이라면 상황과 내면적인 묘사가 마치 눈에 그려지듯 그려내는 게 좋습니다.
진실성은 글의 기본이지요.
하지만 그다음으로 글의 전달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는 바로 글의 형식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글을 전개해야 더 효과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들을 더 잘 전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글의 구성이지요.
많은 글 쓰는 사람들이 수많은 분야의 글과 다양한 작품을 분석해 보고, 또 직접 글을 쓰다 보니 공통적으로 합의되는 바가 있었습니다.
"아! 이런 류의 글은 이렇게 구성해서 전개하니 더 효과적이구나!"하는 공통된 깨달음이었죠.
그런 공감 속에 나온 나름의 노하우, 비법이 바로 현재 전해지는 여러 글의 구성 형식입니다.
소설에는 '기-승-전-결', 논설문이나 설명문에는 '서론-본론-결론', 연구보고서나 논문에도 '서론-본론-결론'이 있지요.
그런데 겉으로는 '서론-본론-결론'이지만, 제대로 뜯어 보면 더 복잡한 형식이 있어요.
그리고 이해할 수도 없는 복합한 글의 형식 때문에 사회적 글쓰기가 어려운 것이구요. ^^;
예를 들면, 연구보고서나 논문에서 요구하는 '서론-본론-결론' 에는 다음과 같이 복잡한 세부 형식이 붙습니다.
그리고 제안서나 사업계획서 같은 경우는 이보다 더 복잡하고 구체적인 글 구성 형식이 주어지요.
그것은 그런 형식으로 글을 전개할 때 꼭 필요한 내용이 담기고, 또 더 전달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중언부언 글을 전개하는 것보다, 주어진 형식에 맞게 간략하게 글을 쓰는 전개하면 보는 이에게 더 빨리, 효과적으로 내용 요지를 전달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글에 세부적인 글 형식이 있는 것이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선 오히려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주어진 글 형식에 맞춰 글을 채워나가다 보면 꼭 필요한 내용을 빠지지 않게 채워 넣을 수 있지요.
결론까지 논지를 끌고 가기 위한 효과적인 전개 방식을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글 구성 형식에 맞게 채워가다 보면 가장 검증된 방식에 맞는 한 편의 글이 완성되니 어찌보면 편한 거지요.
이처럼 글의 구성 형식이란 오랫동안 가장 효과적이라고 검증되고 합의된 글의 전개 방식이기에, 보는 입장에서도 또 쓰는 입장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글 쓰기나 글 구성에 대해 어느 정도 달인이 되어 좀 더 독특한 창의성을 발휘하는 수준이 되지 못했다면, 초기에는 기존의 노하우가 담긴 글 구성 형식에 맞게 글을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글 구성 형식은 글쓰기에 대한 일종의 템플릿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글을 많이 쓰다 보면 글을 전개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 생각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그에 맞춰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주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한 응용도 생기고 파격도 나오는 거지요.
하지만 응용이란 어떤 분야건 기본기가 탄탄한 연후에야 가능한 것입니다.
기존 글쓰기의 다양한 형식을 잘 익히고,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게 되면 그때는 더이상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겠지요. 자연스럽게 형식에 맞는 글이 나오게 되고, 필요에 따라 파격적인 형식으로 반전미를 선보이는 글을 쓸 수 있게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