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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정태 Apr 06. 2023

INTJ : 부자연스러운 인간

INTJ 가장 차가운 인간



INTJ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가장 차가운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뜬다. 그렇다면 나도 차가운 인간일까?


유년시절 감정적인 사람을 많이 접하면서 자라왔고,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표출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무례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실제로 나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아니 혹여나 그런 감정을 느껴도 그렇지 않다고 부정했다. 감정적이고 싶지 않은 나만의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타인에게 낯을 가리지 않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낯을 가린다. 고독함, 슬픔, 외로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마다 애써 그 마음을 외면하고 억누른다. 슬픔이 찾아오면 눈물을 억누른다. 특히 나는 이 눈물을 억누르는 능력이 아주 뛰어난데 실제로 울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나는 겉으로만 강한 척했던 인간일 뿐 실상은 나약한 아이에 불과했다. 나의 본모습은 어린아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른의 옷을 껴입고 어른 행세를 다. 왜냐하면 지금의 내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나는 남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 INTJ의 특징 중에 남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이 있던데 그렇다면 나는 가짜 INTJ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으면 당연히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을 텐데 나는 매번 주위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고 혹여나 실수하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한다.


또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나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조금씩 성과를 낼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넌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살아?", "이런 거 어떻게 했어?", "너 참 대단하다"와 같은 칭찬을 들을 때면 묘한 뿌듯함을 느꼈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 말을 조금 더 듣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했다. 왜냐하면 타인의 관심을 좋아한다는 것은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이렇게 매번 쿨한 척 가면을 쓴다. 이렇게 강인한 척하는 외면과 나의 연약한 내면은 항상 강하게 충돌하여 갭을 만들었음이 분명하다.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로봇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이 되려면 혼자서 자립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없애는 중이다. 누군가의 인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나약할 수밖에 없다. 인정이라는 행위를 할 수 있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기도 하고,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칭찬과 찬사를 받아야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남들이 도움이 필요한 나약한 아이인 것이다.


필요한 마음가짐은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는 것이다. 평소 감정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 말하고는 했지만 사람이 로봇이 아니고서야 감정을 느끼지 않을 리 없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정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에 센치해질 필요는 없지만 그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힘들 때는 나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를 잘 캐치해야 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어떤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를 면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나도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아리송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내면을 알기 위해 가끔씩 글을 쓴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나의 생각이 정리되고 나도 모르게 반복하는 말들이 있는데 그 문장들을 읽다 보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이 남들에게 들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것을 감추기 위해 매번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은 나약해", "결국엔 믿을 것은 나 혼자밖에 없어"라는 오만한 생각들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하고 싶은 나의 욕구들이 나를 부자연스러운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진짜 강인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것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연습을 하고 있다. "아니야", "괜찮아", "나는 상관없어"라는 말 대신 "고마워"라고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나의 목표는 이렇다. 리액션 부자 되어보기, 나약한 모습을 들켜도 상관없는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기, 진짜 친한 친구들에게는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연인으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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