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간 가이유칸
교토 근처 숙소에서의 2박을 마치고 오사카로 가는 날, 아침에 짐을 모두 챙겨서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셔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출발할 즈음 되니 다른 한국인 투숙객들이 늦게 버스에 올랐다. 먼저 온 사람들이 버스를 붙잡고 있는 사이 출발이 약간 늦어졌고, 나는 일본인 운전기사의 입에서 메이와쿠 말이 나오는 것을 보고, 와 일본인이 자기 입으로 메이와쿠 말하는건 처음 본다! 하는 생각에 신기했다.
교토에서 오사카로 가는 와중에 굳이 탈 필요가 없는 고급 열차에 타는 바람에 조금 교통비를 더 쓰긴 했지만, 좌우지간 문제 없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는 오사카 번화가인 도톤보리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오사카의 숙소에서는 비즈니스 호텔을 1인 1실로 예약했다. 한번 료칸에서 같은 방을 쓰는 것도 좋지만 따로따로 다른 방을 쓰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겠다 하는 생각이었다. 역에서 가깝지만 그래도 더운 날씨에 조금이라도 야외활동을 하면 힘이 쭉 빠지는 것이 무엇이던 간에 쉽지 않았다.
오사카에서는 일정을 여유롭게 잡고, 가야겠다 생각했던 곳은 오사카의 유명한 수족관인 가이유칸 하나만 목표로 잡아둔 상태였다. 다른 장소나 볼거리는 시간 되면 되는 대로 하기로 해서, 날이 더울 때는 밖을 돌아다니기 힘드니 숙소 체크인 시간 전에는 쇼핑몰을 둘러보며 구경했다. 그러다가 체크인을 마치고 몇 시간 쉬다가 나와서 저녁을 먹고 돌아다니며 최대한 더위를 피했다. 다음날, 우리는 네 명이서 나란히 수족관을 보러 갔다.
동생은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에 대한 최고의 찬사를 가족과 함께 가면 좋겠다 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곳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많지 않은 곳 중에 하나가 가이유칸이었다. 그래도 지난번 동생과 가이유칸 갔을 때 예약 하지 않고 갔다가 돌아갔던 것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맞춰서 4인 예약을 했다. 가이유칸 근처 카페에서 이른 아침을 사먹고, 시간 맞춰 네 명이서 들어갔다.
그런데 지난번에는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알고 보니 새로운 투어 프로그램이 생겼는데, 가이유칸 수조가 아닌 내부의 뒤쪽 설비 프로그램을 둘러보는 일정이 생긴 것이다. 순간 이걸 봐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왔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가이유칸 돌아보는 일정에 더 집중하겠다는 생각으로.
아주 이른 아침은 아니어서 조금 늦게 입장하니, 그래도 안쪽에는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수족관 앞에는 온갖 국적의 사람들이 두텁게 쌓여서 구경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빠는 수족관 옆의 해양생물 설명을 번역기로 돌려보면서 관람하고 다니셨는데, 생각보다 기계 번역이 깔끔하게 잘 되어 놀랐다.
지나가는 수족관 마다 이런저런 사소한 수다를 떨면서, 큰 물고기를 보면 저건 다금바리고 저건 우럭이다 하면서 먹을 것에 연결되는 것은 모든 부모님의 특징일까 싶어졌다. 하지만 내가 옛날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갔을때 보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부모님이 무언가를 처음 경험하는 것을 도와드리고 내가 그것을 지켜보는 것.
내가 생각하는 가족 여행의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안 맞는 것을 느끼고, 서로 다투는 것을 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가족 여행을 가야겠다 생각하는 것 아닐까.
가족의 새로운 경험을 도와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며,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