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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Sep 19. 2024

왜 바닥에 물을 뿌리면 안 되냐면

싱크대가 없는 곳에 싱크대를 만들기 위해서

맨 처음 부동산 매물을 보러 다녔을 때 신경썼던 것 중에 하나는 싱크대를 설치할 수 있느냐 없느냐 였다. 물을 많이 쓰지는 않아도 주방설비를 이용할 예정이었기에, 싱크대가 있어야 했다. 온수와 냉수를 모두 쓸 수 있는 수도꼭지를 설치할 수 있어야 하고, 싱크대에서 이용하고 난 물이 하수관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대부분의 매물이 화장실은 둘째치고 싱크대 공간이 마땅히 준비되어 있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단 한 곳이 기존에 케이크 제조 공간을 하던 곳이었기에 싱크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곳에서는 진행을 하지 않게 되었고, 다른 곳에서 진행을 하게 되었다. 




진행을 하기로 결정한 공간은 내부 화장실이 있는 반듯한 공간이었는데, 화장실 안에 세면대가 있고 샤워기가 달린 수도꼭지가 하나 더 있었다. 세면대 물은 바닥으로 흘러나 내려가게 되어 있었는데 샤워 물까지 생각한 것인지 물이 바닥으로 흐르는 것이 보이게 되어 있었다. 따로 싱크대는 없었지만, 샤워기를 떼고 그곳의 온수와 냉수를 이용해 벽에다 구멍을 뚫고 연결해서 싱크대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물이 바닥으로 내려가는데, 바닥이 2중으로 되어 있어 단차가 있었다. 사람들이 이 단차에서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을까 싶었기에 어떻게든 이 부분을 해결하고 싶었다. 맨 처음에 생각했던 것은 바닥에 수도관을 넣고 시멘트로 메꿔서 아예 바닥을 평평하게 맞춰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생각보다 대공사로, 기존에 준비되어 있는 타일을 깨고 수도관을 다시 연결한 뒤에 시멘트를 덮고 타일까지 붙이는 복잡한 공사를 해야 했다. 복잡한 공사라는 것은 곧 높은 단가이니,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생각한 것이 세면대와 싱크대 하수관을 덮는 받침대 같은 것을 마련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기존 하려고 했던 계획이 새로운 수도관을 시멘트로 덮는다면, 새로운 계획은 수도관만 준비하고 그 위로 덮개 같은 것을 준비해 가리는 것이었다. 기존 준비되어 있던 타일을 깰 필요가 없으니 훨씬 안정적이었는데, 유일한 문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조금 깔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 타일을 다시 깨고 시멘트까지 붓고 나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감안하면, 수도관만 준비하고 덮개로 가리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싱크대를 연결하고 싱크대 하수와 세면대 싱크는 화장실 바닥으로 내려가게 추가 시공을 하고, 그 위를 철골 받침대 위에 견고한 방수 나무 재질로 덮었다. 




가벽 시공을 했던 사장님이 나무 덮개 준비까지 해 주셨는데, 덮개를 설치하는 바닥의 단차가 조금씩 달라서 평평하게 준비가 될까 신경쓰였지만 다행히 아주 잘 해주셔서 위에다가 선반이나 다른 수납장을 설치하여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다만 싱크대와 세면대 물이 내려가게 하기 위해서는 연결된 하수관이 정확하게 바닥과 맞닿아야 했기에, 주위로 물이 흐르면 아주 천천히 그 틈새로 내려가게 되어 있어서 바닥으로 물을 뿌리면 물이 고이게 되어 있었다. 오픈을 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누군가가 바가지로 바닥에 물을 뿌리면 어떻게 되나 고민했지만, 아직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기에 큰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싶다. 




혹시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처음에 섣부르게 시멘트를 붓는 대공사를 진행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 다행인 듯 하다. 




싱크대가 없는 곳에 싱크대를 만들기 위해서, 수도관부터 정리해야 했다. 2023 11, 서울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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