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셀프 인테리어에서 수평은 다시 확인할 것
친구와 함께 어떻게 이걸 하겠다고 까불었는지 모를 정도의 고생을 하여 셀프 도배를 마쳤다. 도배를 하고 나서 다음날 가면 종이가 모두 와르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문제 없이 잘 끝났다. 비록 천장은 직선을 잘못 맞춰서 군데군데 기운 것 처럼 되긴 했지만, 티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도배가 끝났으니 내가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셀프 인테리어 하나를 진행해야 했다. 종종 카페 가면 볼 수 있는. 나무 판자를 일렬로 붙여서 울타리 같은 느낌을 주는 구조물이었다. 템바 보드 라고 하는 이것은, 벽지를 붙이듯이 접착 가능한 필름에 준비되어 있는 것을 살 수 있어서 내가 셀프로 해 보기로 했다.
바닥을 고르게 해 주는 수평몰탈 시공을 마쳤으니 바닥이 평평해졌을 것이고, 내가 주문한 템바 보드는 벽지처럼 되어서 말려 있으니, 같은 높이의 템바 보드를 벽지처럼 풀어서 벽 따라서 쭉 붙이면 되는 것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맨 위에는 일자형 나무 막대기를 붙여서 마무리 하면 문제 없이 셀프로 템바 보드 시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1m 정도 준비되어 있는 템바 보드를 벽에다가 쭉 붙여 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다행인 것은 그렇게 눈에 많이 보이지 않는 부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에 시범적으로 템바 보드를 붙여 보던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히 바닥이 평평할 테니, 바닥에 따라서 템바 보드를 쭉 붙이면 위아래가 똑같이 딱 맞아야 하는데 왜 맞지 않는 것일까? 왜 위아래가 들쑥날쑥 한 것일까?
나는 그제서야 바닥이 보이는 것과 다르게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바닥의 데코 타일을 떼고 수평 몰탈을 진행했다 해도, 바닥이 완벽한 평형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울퉁불퉁한 바닥을 기준으로 잡아서 템바 보드를 그것도 1m 단위로 붙이려고 하니 위아래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외부 공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의 템바 보드는 양쪽이 다른 높낮이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안쪽 공간도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안쪽 공간은 일정을 진행하는 곳으로 계획했고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는 공간이었기에 준비를 잘 해서 진행해야 했다. 바닥에 대고 템바 보드를 붙이면 또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으니, 특정 위치의 수평 선을 잡고 그것에 따라서 템바 보드를 붙여야 했다.
그때 가벽 공사를 한 사장님에게 추가 시공을 요청해야 해서, 사장님이 방문할 예정이었다. 나는 사장님에게 수평 잡는 기계를 가져와 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다행히 도움을 받아서 내부의 수평 선을 그릴 수 있었다. 아니 수평몰탈 했는데도 바닥이 수평이 아니에요? 이해할 수가 없어요 하는 내 말에 사장님은 말했다. 바닥은 원래 울퉁불퉁 해요.
여하튼 수평 레이저를 이용해 벽에 빛으로 표시하고, 나는 그곳에 선을 그어 두었다. 기존에 1m 정도 템바 보드 붙이던 것을, 선에 맞춰 댄 다음 남은 부분을 잘라내어 잘라 붙이는 것이었다. 그러면 높낮이를 맞춰서 템바 보드를 붙일 수 있고, 아주 작은 울퉁불퉁함은 마지막 데코 나무로 가릴 수 있어서 깔끔했다.
선을 그어 둔 곳에 맞춰서 템바 보드를 잘라 붙여 보니, 내가 생각한 대로 깔끔한 모습이 나왔다. 왜 바닥이 평평하지 않은 것인가, 같은 쓸데 없는 질문은 제쳐두고, 작업 방향이 정해졌으니 계속하면 되었다. 문제는 아직 전기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밤 되기 전까지만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작업해야 하는 벽은 공간의 절반 정도로 꽤 길었다. 나는 그곳에 차근차근 템바보드를 붙였다.
템바 보드를 잘라 떼어내고, 벽에 대어 잘라낼 길이를 확인한다. 다이소 플라스틱 의자를 발판 삼아 톱으로 원하는 만큼 잘라낸 다음, 벽에 실리콘을 바르고 단단하게 붙인다.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다행히 템바 보드는 외부 공간만큼 어수선 하게 붙지는 않았지만 붙여야 할 공간은 생각보다 많았고 작업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은 까먹지 않고 사진 찍기를 즐기는 나이지만, 템바 보드 작업을 하면서 근처에서 사먹었던 음식은 사진 찍은 것이 없었다. 빨리 먹고 올라가서 작업을 마무리 해야겠다 하는 생각 뿐이었던 것 같았지만, 다행히도 템바 보드는 문제 없이 내가 붙이고 싶었던 곳에 다 붙일 수 있었다.
다만 엉성하게 붙였던 바깥쪽은, 잘 모르는 상태에서 템바보드를 붙였던 탓에 벽에서 조금 템바보드가 통째로 떨어져 나왔다. 떼었다가 다시 붙이기엔 접착력이 떨어질 것 같고, 실리콘 같은 것으로 추가 고정을 하기에는 붙이고 있는 힘이 부족해 보였다. 못을 박으면 괜찮겠지만 작은 나무토막인 템바보드가 깨지는 것 아닐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작은 템바 보드를 창고 안쪽 벽에다가 못질해 보았다. 다행히 문제 없이 못이 박혀서, 조금 템바 보드가 들뜬 곳에는 아주 작은 못을 박아서 고정했다. 못이 아주 작고, 잘 안 보이는 곳이라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곳이었다.
그렇게, 템바 보드까지 마무리 하고 나자 얼추 내가 생각했던 공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