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
내 취향이 담긴, 그리고 내가 이용하기에 좋은 주방을 구성하면서 신경썼던 것 중에 하나는 싱크대 였다. 수도꼭지가 달려 있어서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할 수 있고, 세척해 둔 식기들을 올려 둘 수 있고, 조리도구를 차곡차곡 쌓아서 보관할 수 있는 선반이 있는 싱크대.
일전에 이용했던 다른 공간들의 싱크대는 내 기준에는 썩 맘에 들지 않는 곳들이 많았다. 한 곳은 싱크대에 스텐 상판과 나무 상판이 섞여 있어서 나무 상판에 스며든 물로 나무가 거뭇거뭇하게 변한 것이 영 맘에 들지 않았고, 다른 곳은 싱크대 크기는 좋았지만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공간을 준비하면서 힘을 주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는 싱크대 였다. 사실 힘을 주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많은 곳에 동시에 힘을 주다가는 비용을 버틸 수가 없었기에,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리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에는 싱크대가 있었다.
일단 내가 생각한 그런 디자인의 싱크대를 찾을 수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생각한 싱크대는 약간 유럽 느낌이 나는, 특히 싱크대 수납장 도어에 특별한 모양이 있는 것이었다. 곧 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싱크대를 찾기 위해서는 모든 싱크대를 하나씩 다 들여다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내가 원하는 싱크대를 찾고 나서도 두 번째 문제에 부닥쳤다. 가격이었다. 싱크대의 가격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상상이상으로 비쌌다. 특히 내가 생각한 디자인의 싱크대를 사기 위해서는 내가 예상한 것 그 이상의 가격을 지출해야만 했다. 가격만 봐서는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의도한 그런 분위기의 싱크대를 꼭 찾고 싶었다. 식기도구를 정리하고 수납하는 싱크대가 깔끔할 때 주방의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 같아서였다.
그러다가 인터넷의 싱크대 판매 업체 중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았는데, 싱크대만 판매하면서 조립은 내가 해야 하는 스타일이었다. 싱크대 도어의 형태나, 상판, 개수대 볼의 크기, 수도꼭지 위치 같은 것들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다. 레고 짜맞추듯이 부속으로 되어 있는 싱크대를 판매하는 곳이었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었다.
본래 싱크대 위쪽의 상부장 까지 하고 싶었지만 싱크대를 설치하는 쪽 벽이 석고 보드 벽인 것 같아, 무거운 상부장을 설치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하부장에 싱크대만 구매하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독특한 문양이 있는 도어 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문 손잡이와 도어 컬러까지는 원하는 것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인조 대리석 상판까지 더하니, 그래도 나름 내가 원하는 형태의 싱크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 비록 늘어나지 않지만, 옛날 느낌 나는 실용적인 구리색 수도꼭지까지 별도로 구매해서 연결할 준비까지 마쳤다.
그렇게 싱크대를 수령하고 나서, 화장실 바닥으로 배수관 연결을 진행할 때 추가 비용을 내고 싱크대까지 조립해 달라고 하기로 했다. 싱크대는 그냥 올려놓고 피스로 짜맞추기만 하면 되는 작업일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상판이 맞지 않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이때는 아직 전기공사가 덜 끝나서 해가 떨어져서 어두워지기 전에 모든 정리를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이상한 방식으로 싱크대를 맞추느냐, 나중에 내가 알아서 할 생각으로 일단 다음으로 싱크대 조립을 연기하느냐,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다음날, 사진을 찍어서 싱크대 업체에 문의를 하니 자세한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사진을 보내 주기도 전에 자기들 조립 실수가 맞다면서, 수리할 사람을 보내 주었다. 알고 보니 싱크대 뒤쪽의 칸막이 설치 방향이 바뀌어 있어서, 상판이 제 자리에 들어가지 않고 걸려 있었던 것이었다. 싱크대 부속이 잘못되어서 설치를 못했으니, 싱크대 조립도 해주시는 거죠? 라고 했더니 원래 조립을 안 해주지만 이것은 문제가 명확하니 해 주겠다고 했다. 혹시 해 주시는 김에 수도꼭지 설치도 같이...이렇게 말했더니 수도꼭지 설치도 해 주었다. 비록 조금 느슨하게 되어서 물 새나오는 것을 막는데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말이다.
의도한 것이 아니었지만, 싱크대 색과 진행한 템바보드의 색이 아주 비슷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래서 의도치 않은 톤 일치 효과가 있었다. 의도치 않은 인테리어 세트 효과를 보게 되면서, 그렇게 싱크대 선택과 설치도 무리없이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