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했던 완충 공간
본격적으로 공간 구성을 하면서, 나는 입구부터 시작해서 주로 쓰는 공간으로 바로 이어지고 싶게 하지는 않았다. 중간에 가벽을 세워서, 중문을 만들고 창고 사이의 작은 통로를 만들고 싶었다. 일종의 복도 같은 공간이었다.
복도를 만들기 위해 가벽 공사를 하게 되면 내부 공간을 반듯한 사각으로 만들 수 있었다. 사실 내부 공간이 이미 충분히 반듯한 편이라, 가벽을 만들고 복도를 구성해서 반듯한 공간을 만드려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창고도 나누고 내부를 좀 더 사각으로 만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복도를 만드는 것이 그것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여태까지 이용했던 공간은 출입구에서 내부 공간으로 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문을 열고 내부 공간으로 바로 들어서거나, 공간 밖에서 문 안을 통해 보이는 내부 공간을 볼 수 있었다. 둘 다 밖에서 공간 내부로 들어설 때 바로 내부로 진입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런 느낌보단, 중간의 완충 공간을 통해서 내부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싶었다. 정문을 열고 들어오면 있는 작은 내부 공간을 지나고, 중문의 유리창을 통해 안쪽 주 공간을 들여다볼 때 내부 공간은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문과 구분되는, 중문을 연다 라는 공간 구분 감각을 주는 복도 공간이 있으면 제격이었다.
그리고 복도 공간에는 내부 공간에 굳이 둘 필요 없는 것을 둘 수도 있었다. 가령 쓰레기 중 분리수거 쓰레기들은, 내부 공간에 두지 않고 복도 공간에 두면 어수선한 분위기를 많이 숨길 수 있었다. 잠깐 택배를 보관할 때도 사람들이 상주하지 않는 복도 공간에 둔다면 택배가 정신없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맨 처음에 복도 공간을 구성할 때, 내부 인테리어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내부 인테리어와 동일한 벽지 그리고 인테리어 데코를 이용했다. 거기에 벽에다가 전기등을 달아서 데코를 더 추가했는데, 전기등 선을 창고 내부 가벽으로 뚫어서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렇게 복도를 완성하고 나니, 내가 맨 처음에 생각했던 그런 공간이 잘 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물론 복도 공간의 도배와 템바보드 인테리어를 진행할 때는 둘 다 처음 하는 것이기에 조금 어수선해 보였지만 말이다. 그나마 자세히 뜯어 봐야 보이고, 복도 공간은 자세히 뜯어 볼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