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올줄 알았다
공사고 인테리어고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이 부동산을 돌아다니면서 매물을 찾고 임대차 계약서를 쓰면서, 내가 생각하던 그런 공간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운이 좋았던 것인지, 문제 없이 마무리 하고 공간을 오픈할 수 있었다.
원래 11월 말에 더 빨리 공간을 준비하고 준비를 마치려 했지만, 아쉽게도 조금 지연되어 12월 1일에 공간 이용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아직도 안 끝난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공간 이용에 큰 문제는 없었다. 12월 1일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공간을 이용할 예정이었기에, 12월 1일에 오픈 행사를 하기로 했다.
너무 거창한 것을 할 여력은 없었기에, 공간을 개방해 두고 상주하면서 이날 온 사람들에게는 쿠키와 우유를 대접하기로 했다. 기존에 활동하던 곳에 공간을 개방하니 편하게 오시라고 말씀 드리고, 아침에 와서 쿠키를 구우며 기다렸다. 함께 도배도 하고 준비도 많이 도와준 친구가, 시간이 있다고 와 주었다.
사람 뭐 얼마나 오겠냐면서, 한 명도 안 오지 않겠냐는 친구의 말에 아 일단 엄마하고 엄마 친구분이 온다고 하셨다, 라고 이야기 했지만 진짜 한 명도 안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다.하는 날도 금요일 밤이었고, 다들 다른 약속이 있을텐데 굳이 멀리까지 발걸음 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여하튼 쿠키도 굽고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은 인테리어 소품 같은 것들도 마무리 하면서 있으니, 오겠다고 한 엄마와 엄마 친구 분이 오셨다. 엄마 친구 분은 화분을 선물해 주셨는데, 나는 화분 키우는 법을 잘 모르고 화분이 없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기에 약간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은 선물로 받았다.
같이 공간에서 상주하고 있던 친구의 친구도 서울에 온 김에 방문했는데, 오고 나서 방명록을 적고 갔다. 이날 온 사람들에게 다들 방명록에 한 줄을 적어 달라고 해서, 다들 조금씩 적어 주고 갔다.
중간에는 건물 관리 사무실에서 오기도 해서 쿠키를 포장해 주기도 했는데, 저녁이 되니 일전에 같이 베이킹을 했던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전에 자주 봤던 사람들도 있고, 종종 같이 일정을 진행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 인테리어 업체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들어올 때 이것저것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마치 검사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들 화분이나 보관용 틴케이스 같은 것을 선물해 주어서, 고맙게 받고 공간 방명록도 적어주었다. 그렇게 진짜 아무도 안 올 줄 알았던 오픈 행사를 마무리 하고 나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진짜 아무도 안 올 줄 알았다고 한다.
꼭 와야 하는 것이 아닌데도 멀리 시간 내어 찾아 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또 와 주고 시간 내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직도 놓여 있는 화분들과 받은 액자들, 이용하고 있는 틴케이스를 볼 때마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