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은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국제 이동이 쉽지 않던 시기였다. 지금과 비교하면 공항은 한산했고, 해외 출장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인천공항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로 인해 휑한 공항을 지나 출국 수속을 마치면서, 방역 장벽이 서서히 풀리고 있었으나 여전히 해외 출입국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을 실감했다.
이번 출장도 익숙한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해 인천 - 두바이 - 라고스 노선으로 이동했다. 인천-두바이 구간은 항상 오후 11시 50분 출발, 두바이 새벽 5시 도착으로 일정이 동일했다. 비행시간은 약 9~10시간, 두바이에서 라고스로 가는 경유 대기 시간은 약 6시간이었다.
지금은 이 노선이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에미레이트항공에 대한 8,500만 달러의 미지급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29일부로 운항이 중단되었고, 이는 두 번째 중단이었다.
라고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찐득한 습기였다.
두바이의 건조한 공기를 마신 직후였기에 더욱 강렬했다. 과거 출장했던 케냐와 에티오피아에서는 기후 적응이 어려웠던 기억이 없었지만, 라고스는 도착과 동시에 ‘이거 쉽지 않겠는데’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세관 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시설은 낙후되었고, 주변에는 수상한 도우미(?)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접근했지만, 결국 돈을 요구할 것이 뻔했다.
처음엔 경계했지만, 나중에 보니 이들은 오히려 양반이었다. 짐 찾는 곳에서는 더 적극적인 삐끼들이 있었다.
세관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두 번 줄을 서야 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처음엔 실수로 같은 줄을 다시 서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원래 그런 구조였다.
짐을 찾고 나서야 본격적인 ‘삐끼’들의 공세가 시작됐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짐을 찾자마자 다가와서는 “정식 절차”라며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들러붙었다.
아프리카에서는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이때는 몰랐지만, 한 사람의 안내를 받았다가 의도적으로 구석으로 유도되는 경험을 했다.
이때부터 깨달았다. 무대응이 최선이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면 된다.
짐을 찾고 나와 보니 초록색 복장을 한 경비원(?)들이 짐 검사를 하고 있었다.
실제 군인인지, 공항 경비원인지 구별이 어려웠지만, 이들은 모두 짐을 열어 확인하려 했다.
엑스레이 검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뒤져보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가져간 샘플 제품과 엔지니어링 툴이 문제가 되었다.
다행히 관련 서류와 인보이스를 출력해서 가져갔기 때문에, 공식적인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100달러 미만의 물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핑계로 돈을 요구했다.
이때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어느 나라가 100불짜리 제품에 관세를 매기냐고 따졌고, 공식적인 규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는 대놓고 대립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강경하게 나가니 결국 “이번만 봐준다”는 식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아프리카 출장에서 짐을 가볍게 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실감했다.
드디어 공항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픽업 차량을 바로 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라고스 공항에서는 도보로 15~20분 정도 걸어 나가야 픽업이 가능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5~10분 동안은 비를 맞고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길을 따라 가는 동안 택시 호객꾼과 환전 브로커들이 다가왔다.
“니하오”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노 차이니즈”라고 외쳐주며 무시하고 지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에 도착했다.
사진을 남길 정신은 없었지만, 나이지리아 입국의 강렬한 첫인상은 오래 남았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셀프 모기장을 침대에 세웠다.
말라리아 방지는 생존 필수 조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