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속하게 하는 것
취향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취향이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취향은 곧 지속력이 아닐까 싶다. 혹은 흘러가는 시간과 나의 시간을 맞추기 위한 일종의 추진력, 나를 나아가게 만드는 페달, 일상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일상을 좀 더 단단하게 하는 매개체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향기에 대한 취향,
차에 대한 취향,
음악에 대한 취향,
술에 대한 취향,
옷에 대한 취향,
문구에 대한 취향,
전자제품에 대한 취향,
가구에 대한 취향,
조명에 대한 취향,
공간에 대한 취향,
건축에 대한 취향,
책에 대한 취향,
영화에 대한 취향.
정말 많은 삶의 향기들이 있다. 취향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체취를 결정시킨다. 특정 브랜드의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 향기가 나고 특정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선 그 향기가 나고 일본의 어떤 인디밴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는 그 향기가 나고 어떤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는 사람에게선 그 향기가 나고 공간에 대한 취향이 확고한 사람에게선 그 향기가 난다.
다시 한번, 인생은 일정 시간만큼 지속한다. 그 안에서 그것을 무사히, 그리고 꽤나 멋있게 유지하거나 지속하는 방법은 자기만의 체취를 남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