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내과
노인병동의 죽음은 대부분 예견되고 준비된 죽음이기에 모두가 담담한 편이다.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만큼 마음 아픈 일은 없겠지만, 환자의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환자의 퇴원 수속이 무기한 연기가 되는 상황이다. 이는 노년 내과에서 흔하게 있는 일인데, 환자의 상태가 회복되었다 하더라도 환자가 거주할 수 있는 환경 - 요양원, 요양보호사가 방문 가능한 거주지, 재활 전문 병원 등 - 이 정해지지 않는 이상 안전상의 이유로 퇴원을 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사회 복지사와 퇴원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더욱이 요양원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결국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사회와는 더욱 거리가 멀어지며, 병원 안에서의 다른 질환에 노출이 되어 상태가 다시 악화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남으로써 독거노인이 되신 경우인데, 이러한 분들은 대부분 자기 방치로 인한 기존 질환의 악화로 병원에 실려오신다. 안타깝게도 시기가 너무 늦어 입원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임종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호스피스 (End of life care) 약물치료는 크게 항정신병약제, 항진통제, 항구토제, 그리고 항머스카린제로 나뉜다. 삶의 마지막이 가까워질수록 정신증상의 발현이 크게 증가하는데, 이는 환자의 신체적 및 정신적 통증, 환자 가족의 삶의 질, 사회 및 가족 문제, 경제적 문제 등의 여러 요인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항정신병약제는 기존의 치매나 신경학적 악화로 인한 섬망, 환청 및 환시, 불안 등을 돕는다. 항진통제는 말 그대로 신체적 통증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항구토제는 고용량의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한다. 호스피스 약물의 흥미로운 점은 환자 본인만을 위한 약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는 남은 이들을 위한 약물이기도 하다.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변하는 환자의 상태가 환자 본인에게도,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당연히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항머스카린제가 그 예시이다. 환자의 호흡기관이 점점 제 역할을 잃는 과정에서 숨소리가 불안정해지는데, 항머스카린제는 객담이 쌓이면서 생기는 불편한 소리를 줄인다. 이는 환자 본인 보다도 환자를 지켜보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약물이라 표현하는 것이 그 쓰임에 가깝다.
호스피스 환자라고 해서 어떤 약이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약성 진통제 같은 경우 중추신경계 약물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심한 변비, 구역질 및 구토, 정신 착란, 호흡 억제 등의 부작용이 올 수 있다. 특히 호스피스 환자 같은 경우 경구 투약보다는 경피, 정맥 혹은 근육 주사로 투여하는데 이는 흡수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용량 조절이 필수이다. 또한 마약성 진통제는 환자를 나른하게 만드는 진정효과도 있는데, 진정효과로 인해 환자의 의식이 떨어지거나 의사소통의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지 잘 지켜보아야 한다. 항정신병제와 항구토제 또한 환자의 기저질환을 꼼꼼히 검토한 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 환자에게 메토글로프라마이드 (항구토제), 프로클로페라진 (항구토제, 항정신병약제) 등과 같은 도파민 길항제를 사용할 경우 파킨슨병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돔페리돈 (항구토제)과 같이 추체외로적 부작용이 낮은 약물이 선호된다.
환자가 본인의 집 혹은 호스피스 전문 요양원으로 퇴원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최선의 상황이다. 그 누구도 병원 안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우 외래 호스피스팀이 환자가 있는 장소로 방문을 하여 약물을 투여한다. 약사는 처방전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잘 쓰였는지, 합법적인 처방전인지, 약물의 선택과 용량은 적당한지 등을 검토한 후 제조국에 전달한다.
노년 내과의 병동들은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왜 다른 병동들에 비해서 유독 아름다운 경치를 가지고 있을까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노인 환자들의 지난 삶을 존경하고 현재가 부디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기도하는 의미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