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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하루 May 24. 2024

23/05/24

23/05/24


오늘의 날씨:

매우 맑았다. 바다에 윤슬이 아주 반짝반짝 빛이 났다. 여름이 다가오는 듯 강렬한 햇빛 치고는 공기는 꽤 차가웠다. 트렌치코트를 입어도 쌀쌀하다 느낄 정도?


오늘의 감정:

며칠 동안 신경 써서 준비한 환자 케이스 발표를 잘 마쳤다. 질의응답을 하면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나 스스로가 감사했다. 답을 모르는 질문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했고, 선배 약사분이 설명해 주셨다. 그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내가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다. 피드백도 저번 발표 때 보다 좋았다. 긴장을 한 탓에 주변을 잘 보지 않고 발표했다. 다음번에는 더 새로운 지식으로 더 좋은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준비하고 있는 디플로마 과정의 끝이 거의 보이고 있다. 열심히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마지막으로 검토를 받았는데, 좋지 않은 코멘트들을 많이 받았다. 거의 매일 퇴근 후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준비한 내용들이었는데, 평가가 좋지 않으니 기분이 상했다. 친한 동료들에게 하소연을 했다. 동료 중 한 명이 좋지 않은 코멘트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 나는 속상한 마음을 공감받고 싶었을 뿐인데,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동료에 또다시 기분이 상했다. 충고를 지적으로 받아들이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핸드폰을 꺼버렸다.


나 자신은 매번 질리지도 않는지 늘 똑같은 생각을 한다. 오늘 내가 실수한 건 없었을까? 의사들이 묻는 질문에 틀린 대답을 한 건 없었을까? 내가 더 똑똑했더라면 더 빠르게 진급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왜 나는 이렇게 느릴까? 왜 나는 똑똑하지 못할까? 왜 나는 모르는 게 이렇게 많을까? 나는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을까? 나는 왜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 약사라는 직업을 빼면 나는 뭐가 남을까?


스스로에 대한 비난과 자책은 나를 도서관으로 가게 한다. 퇴근 후 남아서 공부를 한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내가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다들 자신감 있게 척척 일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바닥을 기는 것 같다. 심지어 후배 약사들이 나보다 더 자신감이 높은 것 같다. 비교가 되니 또 공부를 한다. 집중이 안된다. 자기 학대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스스로 채찍질을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니 이 굴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에게, 그리고 환자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진료한 나를 칭찬한다. 동료 의료진들에게 웃으며 아침 인사를 건넨 나를 칭찬한다. 케이스 발표를 잘 마친 나를 칭찬한다.


오늘의 식사:

점심은 컵라면을 먹었다. 저녁은 집에서 밥을 해 먹었다. 밥솥에 쌀이랑, 고등어랑, 간장이랑, 참기름 조금 해서 냅다 취사시켜 버렸더니 맛이 꽤 좋았다. 어제처럼 초콜릿, 스키틀즈로 저녁을 때우지 않은 내가 대견하다. 어제보다 오늘의 나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밥을 해 먹었다.


오늘의 건강:

여전히 기침 가래는 심했다. 바쁜 하루여서 물을 거의 못 마셨다. 내일은 신경 써서 물을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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