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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Oct 10. 2024

여/남소 부탁의 가벼움

윤따의 소신발언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줘."

  "교회에 아는 여자 많지 않아? 소개 좀..."

  

  필자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부탁 중 하나다. 애초에 연인을 제외하고 평소 편히 연락을 주고받는 이성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소개해주기가 어렵기도 하고, 먼저 위와 같이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사람치고 괜찮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전부 그렇게 수준 낮은 사람들일 것이라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 필자가 접했던 자들은 멀쩡한 인간들이 없었다.


  보통 여/남소를 요청하는 부류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본인이 정말로 누군가를 진지하게 사랑하고 아낄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정말로 성이 안 차는 경우, 두 번째는 단순히 심심한 솔로 생활을 탈출하여 본인의 육체, 정신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파트너를 인위적으로 찾으려 하는 경우다. 전자 유형의 사람들은 대체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여유 있는 경우가 많아, 주변에 당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 해도 느긋하게 기다리고 인내할 줄 알기 때문에 굳이 먼저 소개를 요청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개 요청을 가장 많이, 적극적으로 하는 부류는 후자 유형의 인간들이다. 이들을 볼 때마다 답답한 것은 '소개해달라'라고 전부가 아니며, 이 또한 연애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 진지하게 만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게 가볍게 부탁하거나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좋은 사람끼리 만나 건강한 연애 관계로 발전한다는 보장만 있다면 굳이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여길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벼운 소개 요청을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필자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사람이 정말 괜찮았다면 최소 알아는 보거나, 부탁을 받기도 전에 오히려 먼저 'OO라는 친구가 있는데 괜찮다면 만나볼래?'라고 조심스레 물어봤을 것이다. 혹여나 필자에게 여/남소 요청을 거절당했다면 필자가 주변에 정말 소개해줄 만한 이성이 없거나, 본인이 무지하거나 무능해서라고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그대의 하찮은 요청으로 필자의 얼굴에 먹칠할 생각은 없다.


  필자가 솔로였을 적, 반대로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소개도 쉽게 수락하지 않았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로 한낱 인간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믿지 않았다. 잘못하면 상대측은 물론이고 주선자와도 관계가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 필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주선을 했더라면 기꺼이 만나보려 했겠지만, 그런 깊은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도 없었다. 실제로 20대 초반 시절, 그렇게 인위적으로 성사되었던 만남은 좋게 끝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 연애를 하고 싶어 누군가에게 소개를 요청하기 전에, 우선 본인부터 인격적으로 하자는 없는지 점검해 보길 바란다. 외모, 재력 등 다 떠나서 이성과의 만남을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과거 미숙하게 연애하던 시절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과 여유가 있는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외로운데 욕구는 충족하고 싶어 '소개해달라'라고 가볍게 징징거리는 '여/남미새'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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