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퇴사하고 백수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 옷을 직접 만들어 입고 다니곤 했던,
나의 꿈은 오직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거였다.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들은 미술 수업 말고는 들은 적이 없었기에,
가고 싶었던 대학을 가기 위해 미술 포트폴리오를 힘겹게 만들었고,
제1 지망이던 뉴욕의 패션 학교에 입학 후,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
졸업을 했을 때 찾아온 미국의 불경기,
한 3달 동안 면접을 50군데도 넘게 본 것 같은데, 많은 회사들이 비자 스폰을 해줄 수가 없다 하였고,
거의 포기 단계였을 쯔음, 운이 좋게도 (아니면 이것이 나의 현재를 바꿨을지도 모른다.)
미국 비자를 스폰서 해주는 패션 회사에 취직하였고,
그렇게 나는 패션 디자이너의 첫 발을 내디뎠다.
거진 8년.
여기저기 회사도 옮겨 다니고, 중간에 내 브랜드도 차려보고 해 봤지만,
패션에 대한 나의 열정은 나날이 식어갔다.
패션으로 예술을 하고 싶었던 나의 꿈과 갈망과는 달리,
회사가 원하는 디자인, '잘' 팔리는 디자인을 하는 그냥 회사원이었다.
비자에 눈이 멀어, 첫 단추를 mass market에서 시작을 해서였을까?
그냥 연봉 포기하고 디자인 하우스에 들어갔었으면 내가 하고 싶었던 디자인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정말 소질이 없는 걸까?
내 인생에 패션디자인 말고는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열정은 온데간데 사라졌고, 하루하루 회사를 가는 출근길이 지옥이었다.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오늘이 나의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
오늘 회사를 관두지 않은 것.
2018년 7월.
나는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그 당시 시니어 디자이너였던 나에게,
회사는 디자인 디렉터로 승진시켜줄 테니 그만두지 말라고 설득했다. 솔깃한 제안이었다.
아니요. 떠날래요. 더 이상 패션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나는 백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