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 엔지니어 Jun 13. 2024

어느 가난한 나라의 항공사

항공엔지니어,  환경, 나라

그 옛날 군대에서 전투기를 정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 군에서 지급하던 보급품이 있었다.  오버롤 이라는 정비복 한벌, 정비화, 그리고 몇 켤레인지 모르는 목장갑이 있었다.  그중에 가장 귀한 것이 목장갑이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언제 다시 지급할지 몰라서 기름때와 온갖 유독성 액체가 묻어 있는 목장갑을 모두 모아서 가장 후임병들이 유독성 항공유에 맨손으로 세탁을 하고 이글루 철 펜스에 걸어 말리고 다음 날 다시 사용했다. 모든 물건이 귀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우리 사무실에 아시아의 가장 가난한 어느 나라에서 이민 온 엔지니어가 있다. 살아가는 얘기를 하다가 그 나라의 항공사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엔지니어는 젊은 시절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항공사에 입사를 했다고 한다.


출근 첫날에 신입사원은 유니폼을 받기 위해 유니폼 샾으로 갔는데 그곳에 유니폼은 없고 유니폼 색의 원단이 쌓여 있고 세 번을 맞출 만큼의 원단을 잘라 보급을 받아 옆에 재단사에 가면 유니폼을 만들어 줬다고 한다.


개인 공구는 알아서 사야 하며 후레시용 배터리가 필요한데 이것 또한 본인이 같은 상표를 사서 쓰고 2개월이 지나면 헌 배터리를 가져가야만 교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ㅇ표의 배터리는 회사에서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우리에게 귀했던 장갑은 전혀 지원이 안 돼서 모든 작업을 맨손으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 나라에서 온  메카닉의 손바닥을 만져보면 돌같이 단단한 굳은살이 느껴진다.

혹시 매뉴얼을 프린트하려 한다면 매니저에게 가서 프린트 용 종이가 몇 장이 필요한지 어떤 용도로 프린트를 할지 장부에 기록하고 이름을 적고 딱 필요한 페이지만큼 지급을 받았다고 한다.


항공사에 근무하면서 필요한 모든 필수품도 모두 이렇게 빠듯하게 보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항공사는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매해 적자를 기록했고 이 엔지니어는 몇 년 후에 다른 다라로 이직을 했는데 퇴직금 마저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답은 간단했다.


회사의 중간 관리자들의 비리로 이렇게 유니폼의 원단 조각까지 아껴서 누군가의 주머니에 들어가기에 절대로 흑자를 낼 수 없는 구조 라고 한다.

만일 본인이 그 나라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면 아마도 감옥에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러니 이런 곳도 있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써 달라고 했다.


어떤 곳에 태어나고 자라는지 선택을 할 수 없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한국은 그래도 살만한 나라다.

작가의 이전글 섬나라에서 온 나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